'3대 특검' 재판 몰린 서초동… 발생 정리만 해도 하루가 모자라

121명 기소, 하루 재판 5~6개 동시 진행… "여러 매체 기자들 협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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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결심 공판이 진행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 위치한 기자실의 불은 늦은 밤까지 꺼지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을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서증조사가 8시간 넘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결심공판을 당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었기에, 재판이 밤새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기자들은 이에 대비해 새벽 6시까지 재판 기록을 담당할 ‘풀(pool·공동취재)’을 꾸렸지만, 재판부가 13일을 추가 기일로 지정하면서 자정을 넘긴 시각 재판이 일단락됐다.

지난해 11월26일 법원 기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방조 혐의 1심 결심공판을 마치고 나오는 한덕수 전 총리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들은 내란 혐의 피고인들의 재판 지연 전략은 예상된 수순이었다고 했다. 통신사 A 기자는 “재판 과정에서 서증조사와 관계없는 이야기들이 쏟아지며 공전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자들도 저녁을 거른 채 대기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구형과 최후진술은 확인하지 못해 피로감이 컸다”고 덧붙였다.

◇챙길 재판 수두룩… “팩트 쫓아가기 급급”
이른바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수사가 마무리되고 재판 단계로 넘어가면서 법원 담당 기자들의 업무 부담이 급격히 늘고 피로도 또한 증가하고 있다. 3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해 총 121명을 재판에 넘겼고, 이들은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3일 기준 공판이 진행 중인 3대 특검 관련 재판만 26건에 이른다. 아직 첫 공판기일이 정해지지 않은 재판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김건희 특검팀이 지난해 12월28일 종료 직전 기소한 이들도 있어 재판은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도 정치인 등 주요 인물에 대한 재판은 하루 4~5건씩 동시에 열리고 있다.


언론사당 3~4명의 법원 담당 기자들만으로는 모든 재판을 방청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보니, 기자들은 풀을 꾸려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참여 매체들이 30분 단위로 순번을 정해 법정에 들어가 피고인과 검찰, 재판부가 주고받는 모든 발언(워딩)을 받아 적어 공유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쏟아지는 발언 내용을 적고 공유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정작 법리적 쟁점을 깊이 있게 분석할 시간은 부족하다는 토로가 나온다. 경제지 B 기자는 “30분마다 공유되는 워딩을 확인하고 곧바로 기사를 써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전체적인 맥락을 짚기보다는 이슈를 쫓아가며 기사를 생산하는 데 급급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특검 재판이 몰린 날엔 한 기자가 하루 6건 이상의 관련 기사를 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법원 인력이 부족한 매체의 경우, 하루에 2~3차례 워딩 당번을 들어가다가 기사를 쓸 시간이 부족해지는 일도 생긴다.

◇민생 재판 공백… 기획기사도 언감생심
특검 재판에 인력이 집중되다보니 일반 민·형사 사건이나 경제 관련 재판은 상대적으로 취재에서 소외되고 있다. 예전에는 법원 게시판의 공판 일정을 보고 사회적 의미가 있는 일반 사건을 발굴하기도 했으나, 요즘은 그럴 여유조차 사라졌다는 반응이다.


통신사 C 기자는 “특검 재판이 쏟아진 이후로 일반 민사사건 법정에 들어가 본 적이 거의 없다”며 “취재하고 싶은 아이템을 발견해도 ‘지금 타이밍에 나가봤자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결국 발제를 꺼리게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기획 기사 준비도 차질을 빚고 있다. 법원에서는 여름과 겨울 두 차례 2주간의 휴정기를 갖는데, 휴정기에는 긴급한 사건을 제외하고는 재판이 열리지 않는다. 통상 법원 기자들은 휴정기를 이용해 평소에 취재가 어려웠던 긴 호흡의 기획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난해 12월29일부터 1월9일까지였던 겨울 휴정기에는 내란 관련 재판의 심리가 이어졌다. 1년7개월째 법원을 출입하고 있다는 B 기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획 기사를 쓰려고 준비 중인데 지금까지 취재를 거의 못했다”면서 “이번 겨울 휴정기에 본격 취재를 해보려고 했는데, 당장 할 일이 끊임없이 생기다 보니 다른 취재를 하기가 어려워져 또다시 밀린 상태”라고 했다.

◇‘단독’보다 ‘협력’ 택한 기자들
그럼에도 현장 기자들은 서로 돕는 문화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재판이 생중계되더라도 법정 안의 미묘한 분위기나 피고인의 태도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장 기자들 간의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법원 취재로 자리를 옮긴 방송사 D 기자는 “검찰 취재와 달리 법원에서는 속보 경쟁보다 교차 검증을 통해 기사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협력하는 분위기라 놀랐다”며 “공유된 기록을 대조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놓친 부분을 상호 보완하는 과정에서 실무적인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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