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양천구 SBS 사옥 앞. 칼바람이 몰아치는 영하의 날씨 속에 피켓을 들고 출근하는 직원들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었다. 피켓을 든 사람은 홍종수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A&T 지부장. 그는 지난해 말 회사가 구성원 2명을 다른 본부로 일방 전보하자 이에 반대하며 6일부터 나흘째 출근길 피케팅을 이어오고 있다.
SBS A&T는 지난해 12월31일 방송제작본부 촬영감독 2명을 보도영상본부 촬영기자로 인사 발령 냈다. 전보 닷새 전 인사 조치를 통보했고, 당사자들은 물론 노조가 동의 없는 직종 변경은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반발했지만 소용없었다. SBS A&T의 단체협약 제43조는 ‘회사는 조합원의 사외 파견, 직종 변경 또는 전적의 경우 당사자 및 조합과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명시하고 있다.
언론노조 SBS본부와 SBS A&T지부는 즉각 반발했다. SBS본부는 12월30일 성명을 내고 “해당 조치는 본부에서 본부 간 그리고 업무 연관성이 전혀 없는 다른 팀으로 전출하는, 노동조건의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는 사안”이라며 “게다가 시급을 다투는 긴급한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과 단 한 차례의 논의도 없이 인사권을 폭력적으로 휘둘렀다”고 비판했다.
SBS A&T 구성원들 역시 사전 협의 없는 직종 변경은 “정당한 인사권이 아니”라며 반발했다. 12월31일부터 1월2일까지 사흘간 SBS A&T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긴급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5%(99명)가 이번 인사를 두고 “정당한 인사권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들은 향후 취할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이 꼭 필요하다’, ‘준법 투쟁’, ‘단체협약 강화’ 등을 주문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번 인사의 경우 ‘직종 변경’이 아니라 ‘기존 팀으로의 복귀’라며, 따라서 단체협약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재준 SBS A&T 대표이사는 12월31일 입장문을 내고 “인사이동 대상자 모두 영상취재팀으로 입사해 각각 20년, 15년 이상 근무한 경력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대상자들은 과거 드라마 프로그램 제작이 증가하던 시기 본인의 의사에 따라 영상제작팀으로 전보했으며, 2020년 이후 드라마 제작 환경 변화로 제작 물량이 감소함에 따라 장기간 수행해 온 기존 직무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실제 해당 직원들은 보도영상본부에서 촬영기자로 일하다 2014년 촬영감독으로 직종을 변경해 11년간 방송제작본부에서 근무해왔다. 그러나 노조는 복귀의 경우에도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조기호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9일 입장문을 내고 “11년 전 보도영상본부 기자 3명이 사측의 필요로 방송제작본부 촬영감독으로 직종을 변경했다”며 “그 중 한 명은 적응하지 못해 20개월 만에 다시 보도영상본부로 돌아갔는데, 직종 변경 때처럼 복귀 전에도 사측은 당사자 동의를 받았다. 그 사람이 바로 현 보도영상본부장”이라고 밝혔다.
조 본부장은 이어 “당시 사측은 단체협약을 충실히 따랐고 이렇게 단체협약의 수혜를 본 자가 현 보도영상본부장”이라며 “그런데 인사권을 쥐게 되자 이제는 망나니 칼춤을 추고 있다. 저는 우리 조합원이 이런 식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꼴을 절대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SBS A&T지부는 출근길·퇴근길 피케팅에 이어 13일부터는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단체협약 위반과 관련해 노동청 고발 역시 준비하고 있다. 홍 지부장은 “2023년 SBS A&T 조직개편부터 이번 단체협약 위반까지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회사가 비용 절감, 효율성을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 이번 인사 조치 역시 그 일환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단체협약을 지켜내지 못하면 앞으로 더 큰 위협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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