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제안한 대한민국 대도약을 위한 다섯 가지 과제의 제일 앞단을 지방 주도 성장이 차지했다. 국가 운영 패러다임을 수도권 중심에서 지방 주도로 전환하지 않으면 위기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대통령의 진단은 탁월하지만, 그것을 현실화하는 건 쉽지 않은 숙제다. 경제와 산업, 행정과 재정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할 여론이 형성되고 의제가 확산되는 구조에서부터 요원한 일이다.
지방 주도 성장은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 공장을 더 짓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다루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지역의 노동 현장이 한국 노동의 현실이고, 지역 의료 공백이 곧 한국 의료체계의 균열이며, 지역의 재난이 국가의 안전 수준을 드러낸다. 이를 그저 ‘지역(지방)’의 일이라고 치부하고 둔다면, 수도권 중심주의를 벗어나겠다는 선언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론이 형성되고 의제가 확산되는 뉴스 유통 구조에선, 지역에서 발생한 문제는 여전히 ‘지역’의 일로 축소된다. 서울에 본사를 둔 유력 언론사들이 지역 뉴스에 접근하는 태도에서부터 이런 경향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주요 일간지 1면에 수도권 밖 소식이 실리는 날은 대개 ‘사람이 개를 물었을 때’다. 그만큼 이례적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수도권 밖 대한민국 인구 절반의 이야기는 고작 한두 쪽의 ‘전국’면에 욱여넣어진다.
방송사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KBS가 2020년부터 저녁 7시 뉴스의 편집권을 지역 총국에 맡기며 지역 뉴스를 심도 있게 다루려는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그 외 방송사 뉴스에서 지역 뉴스는 대체로 말미에 5~10분 정도 배치되는 데 그친다. 지역에 주재하는 서울 언론 기자는 많아야 1~2명 수준이고, 이들은 수도권 밖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나 재난 현장에 무시로 차출된다. 대구에서 제주로, 대구에서 광주로, 필요하면 강원이나 경기까지 이동한다. ‘서울 밖은 다 똑같은 시골’이라는 밈은, 적어도 언론계에서는 농담이 아니라 현실에 가깝다.
지역에도 행정과 정치가 있고, 개발과 갈등이 발생하며 노동과 복지, 교육과 인권 뉴스가 생기지만, 수도권 밖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뉴스가 갖는 사회적 의미나 구조적 함의가 희석되는 일이 잦다. 이럴수록 뉴스를 유통하는 큰 축인 인터넷 포털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포털 뉴스는 이미 공적 인프라에 가깝다. 하지만 최근 <뉴스민>이 겪은 일을 통해 미뤄보면 포털에도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건 요원하게 느껴진다.
다음뉴스는 지난해 11월 규모가 작아도 의미 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강소매체 입점 트랙 심사를 마무리했는데, ‘사회’ 분야로 다음뉴스 강소매체 입점에 도전했던 뉴스민은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뉴스민이 보도한 뉴스 성격이 “사회보다 지역 카테고리에 더 부합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대구·경북 독립언론 뉴스민은 지역의 행정과 권력 감시를 비롯해 인권·복지, 노동, 교육, 성평등, 의료·보건, 재난·안전, 사법, 사건·사고를 다뤄왔다. 다음뉴스가 제시한 ‘사회’ 분야의 세부 항목과 상당 부분 겹친다. 그럼에도 판단은 달랐다. 다음뉴스 측 설명에 근거하면, 문제는 뉴스의 내용이 아니라 뉴스가 발생한 장소였던 셈이다.
이 같은 분류 체계가 유지된다면, 어떤 뉴스를 사회로 보고 어떤 뉴스를 지역으로 한정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사회적 의제 설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회’로 묶인 기사는 전국적 의제이자 공적 논쟁의 대상으로 소비될 기회를 얻지만, ‘지역’으로 분류되면 특정 공간의 특수한 사정, 국지적 사건으로 축소된다. 같은 인권 침해, 같은 산업재해라도 발생지가 수도권이냐 아니냐에 따라 사회적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수도권에서 벌어지면 사회 뉴스가 되고, 수도권 밖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로 지역 뉴스로 분류되는 체계가 지속된다면, 지역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다루는 것부터 어려워진다. 그러면 수도권 중심주의는 제도적으로 재생산되고, 지방 주도 성장이라는 말은 공허한 구호로 남을 거다.
사실 오해였으면 좋겠다. 미묘한 뉴스 분류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생긴 착오이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 밖에서 발생한 인권·복지, 노동, 교육, 미디어, 성평등, 의료·보건, 재난·안전, 시사, 사법, 사건·사고 뉴스는 ‘사회’ 뉴스가 아닌가? 이 물음이 우리 사회, 아니 적어도 언론계가 지역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계기라도 되길, 새해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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