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3년 만에 균형 수지 예산을 편성했다. 예산이 계획대로 집행될 경우 KBS는 5년 만에 흑자전환에 나서게 될 전망이다. 다만 내부에서는 이번 예산안이 수지 방어에만 매달렸고,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KBS 이사회는 수입 예산은 1조3645억원, 비용 예산은 1조3641억원, 당기순이익 4억원의 ‘KBS 2026년도 종합예산안’을 이사 11명 중 8명 찬성으로 의결했다. 여권 측에선 이상요 이사를 제외한 김찬태, 류일형, 정재권 이사가 기권했다. KBS는 지난해 764억원, 2023년 1431억원의 적자 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예산이 계획대로 집행될 경우 KBS는 2022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KBS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총 1800억원 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최소 900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
다만 이날 이사회에서는 예산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중장기적 비전을 담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실현 자체도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권 측 김찬태 이사는 “4년 연속 적자인 상황에서 단칼에 흑자가 가능하다고 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수신료를 제외하면 모든 수입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실현이 가능한 예산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이사는 “균형예산과 수지방어에만 매달린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설령 이 목표를 달성했다고 치더라도, 억지로 맞춘 흑자를 통해 얻는 것이 뭐가 있냐”며 “재정운영전략을 3~5년 중장기적으로 보고, 체력도 키우면서 회사를 경영해 달라”고 덧붙였다.
여권 측 이상요 이사 역시 “예산안 조정이 있었지만 결국 총예산이 변화하지 않고 똑같다는 것은 일부러 이렇게 (예산을) 조정했다는 것”이라며 “이 결과를 다루기 위해서 프로젝트 진행에 필요한 자연스러운 수치가 아니라 숨어있는 수치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예산안이) 지켜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비용안 약 1조3600억에서 고정비가 60%가 넘는다. 결국 유연성을 가지고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은 500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새로운 사업을 해나갈 수 있는 여지, 미래 투자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변화는 일정하게 가속도가 붙어서 이뤄지기 때문에 (대비가 없으면) 확 망한다. 위기감을 가지고 경영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날 KBS 본관에서 공적 책무를 무시한 예산안의 부결을 촉구한다며 긴급 피케팅을 진행했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피케팅에서 “사상 최악의 1,000억 원 적자를 낸 경영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깎고 줄이고 없애는 것일 뿐”이라며 “KBS본부는 KBS의 미래를 좀먹고 구성원들의 의지를 약화시키며 공적 책무를 파괴하는 예산안을 거부할 것을 이사회에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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