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차별" 파장으로 번진 방송법 심의 규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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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방송법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을 두고 혐오, 차별 논란이 들끓고 있다. 그간 ‘정치 심의’ 논란의 중심이 됐던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방송 공정성’ 심의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이번 법안의 주요 내용이었다. 난데없이 차별이란 비판이 나온 건,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방미심위 심의 규정 중 ‘양성평등’을 ‘성평등 및 성다양성 존중’으로 바꾼 것을 법사위에서 “여러 우려가 있다”며 원점으로 되돌렸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는 “혐오 세력을 편들고 방송의 공공성을 해치는 퇴행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본회의 통과 전, 법사위에서 고친 해당 조항 전면 복원을 요구했다.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앞서 10일 과방위는 ‘공정성 심의’ 폐지를 위해 방미통위 설치법 상 방미심위 설치 목적 중 ‘방송 내용의 공정성의 보장’을 ‘공적 책임의 보장’으로 수정하고, 방송법 내 방미심위 심의 대상에 ‘방송의 공정성’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공정성 심의가 자의적인 잣대로 이뤄질 우려가 있”고 “공정성 심의에 따른 제재가 방송사 재허가 및 재승인 심사에 반영돼 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또 방송법 심의 규정 중 ‘양성평등에 관한 사항’을 ‘성평등 및 성다양성 존중에 관한 사항’으로 변경하고, ‘딥페이크 등 인공지능 활용 콘텐츠로 인한 피해방지에 관한 사항’들을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법사위에서 ‘성평등 및 성다양성 존중’은 ‘양성평등’으로 다시 자구가 수정돼 의결됐다. 이날 법사위에선 해당 항목만큼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같은 의견이 나왔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종교인, 유림, 윤리학자 등 동성애 문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는 분들이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문제제기 할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양성평등과 성평등은 분명히 다른 개념”이라며 “성 다양성 존중이란 것도 그 성이 젠더라는 걸 전제하기 때문에 저는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자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의원들의 여러 우려가 있어 양성평등에 관한 사안은 현행대로 존치하는 의견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류신환 당시 방미통위원장 직무대행은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19일 성명에서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차별 없이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심의하는 기준도 존재의 일부를 지운 ‘양성평등’이 아닌 ‘성평등’이 되어야 한다”며 “양성평등으로 되돌리자는 것은 방송에서 차별과 배제를 용인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개정안이 본회의 통과만을 앞둔 가운데, 공정성 심의 폐지로 방미심위의 정치 심의 논란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과거 류희림 위원장 체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권력 비판 보도에 대해 ‘공정성’을 근거로 무더기 법정제재를 내렸다. 하지만 ‘객관성’ 위반으로 제재한 사례도 많은 만큼, ‘정치 심의’가 작용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방심위원을 지냈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보도·논평에 대한 심의는 그대로 하게 돼 있다. 또 실제 공정성과 관련된 나머지 심의를 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바뀐 게 없다고 본다”며 “결국 방미심위를 구성하는 위원들이 정치 심의를 하지 않겠다는 어떤 노력에서 없어지는 것이지 조항 몇 가지가 없어진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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