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조기대선… 방송3법 개정부터 정보통신망법 개악까지

[송년 특집] 2025 미디어 10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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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민주당 강행 처리

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라 쓰고 ‘가짜뉴스 철퇴법’이라고도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8월 취임하자마자 검찰·언론·사법 개혁 특위를 가동하며 “전광석화 처리”를 공언했고, 말 그대로 속도전으로 밀어붙여 상임위 논의부터 본회의 상정까지 단 2주 만에 끝내버렸다. 개정안의 핵심 골자인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은 애초에 언론중재법 개정으로 추진됐다가 “언론만 타깃으로 하지 말라”는 대통령 말에 사실상 인터넷상의 모든 게시물을 대상으로 하는 망법 개정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렀다.

언론계와 학계 등에선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과 피해 구제 현실화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위축과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며 숙의할 것을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일부만 수용하고 핵심적인 건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력자도 언론 등에 징벌적 손배를 청구할 수 있게 됐고, 사실상 국가기구화 된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허위조작정보란 이유로 심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렸다. 이게 끝이 아니다. 민주당 언론특위는 망법 통과를 전제로 11월 발의된 비슷한 요지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내년 초에 처리할 방침이다. 망법과 언론중재법 ‘이중 족쇄’에 갇힌 언론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② 윤석열 파면 및 조기대선… 언론계 내란 청산 요구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헌법재판소는 4월4일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에 파면을 선고했다. 이로써 언론 탄압과 방송 장악이 난무했던 윤석열 정부는 주어진 임기의 절반을 겨우 넘기고 막을 내렸다. 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수사권과 행정권을 남용해 비판적 언론과 언론인의 입을 막으려 했다.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단에서 기자를 쫓아낸 것도 모자라 비판 보도를 한 방송사를 자의적으로 심의해 거액의 과징금으로 재갈을 물리려 했다. 계엄 당시 눈엣가시 같은 언론사에 단전·단수를 지시한 의혹 역시 제기됐다.


조기 대선 과정에서 언론계는 이에 대한 진상 규명 및 내란 청산을 새 정부에 촉구했다. 방송3법 즉시 개정 및 YTN 정상화, 지역 언론의 생존을 위한 실질적이고 강력한 정책을 주문했다. 다만 조기 대선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대선 후보들의 사법 리스크, 단일화 논란 등 혼란과 혼돈이 내내 이어졌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이 주도한 초유의 내란 사태, 그에 따른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대선이기에 그 결과는 ‘내란 심판’으로 이어졌고, 6월3일 이재명 대통령이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이제 임기 6개월을 넘긴 이재명 정부는 과연 언론계 내란 청산과 방송 정상화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③ YTN 민영화 승인 ‘위법’ 판결 후폭풍

‘민영화’ 2년차에도 “YTN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구성원들의 투쟁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김홍일 위원장 시절의 ‘2인 방통위’가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을 승인한 건 “중대한 절차상 위법”이 있어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방통위가 유진그룹의 최대주주 지위를 인정한 지 1년 하고도 9개월여 만에 나온 판단이었다.

언론계는 ‘사필귀정’이라며 환영했지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실제 승인 취소 결정을 내릴지, 유진이 지분을 되판다면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하는지 등 남은 변수와 과제도 많다. 남은 건 이뿐만이 아니다. YTN 민영화의 ‘진짜’ 이유부터 ‘졸속’ 논란의 심사 과정까지 밝혀져야 할 진실이 많다. 윤석열 전 대통령 후보 시절 부인 김건희씨가 자신의 허위경력을 취재하던 YTN 기자에게 “복수해야지 안 되겠네”라고 말한 통화 녹취가 4년여 만에 공개됐고, 통일교가 김씨를 통해 YTN 인수를 시도했단 의혹도 제기됐다. YTN 구성원들은 ‘청부 사영화’의 ‘뒷배’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김백 사장이 7월 물러나고 ‘친 유진’ 이사들이 최근 무더기 사임하는 등 유진 체제의 내부 동요 혹은 변화는 진행 중이다.

④ 방통위 폐지, 방미통위 출범

윤석열 정권 이동관-김홍일-이진숙 위원장 체제에서 수많은 방송장악 논란을 일으킨 방송통신위원회. 결국 새 정부가 들어서고, 정부 조직개편으로 출범 17년 만에 문을 닫았다. 대신 10월1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신설됐다. 방미통위로 재편되며 기존 위원장 포함 5인 상임위원회 체제에서 상임·비상임 7인 구조로 바뀌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료방송정책, 방송진흥 업무를 이관 받아 조직 규모도 커졌다. 다만 조직개편 과정서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여당 주도로 통과된 ‘방미통위 설치법’에 따라 자동 임기 종료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면직 당일 “처분적 입법”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심의위원장 정무직 변경’으로 인한 민간독립기구인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국가기관화 우려와 함께 미디어 거버넌스 체제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법안이라는 언론·학계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일단 문은 열었지만 위원회가 정상화됐다고 말하긴 어렵다. 기관장마저 없던 ‘0인 체제’는 80여일만에 김종철 초대 위원장이 취임하며 해소됐지만, 국회 몫 위원 임명·위촉이 남아 있어 내년에야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될 듯하다.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방송3법’ 후속조치, YTN 민영화 승인 재논의 등 밀린 과제가 한가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위원들의 방송 독립성 실천이다. 지난 정부 시절 끊이지 않았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 논란을 뒤로 하고 방미통위는 진정한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⑤ 탄핵·내란 심판부터 3특검까지… 계엄 1년 분투의 기록

12·3 비상계엄의 혼돈이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가라앉나 했는데, 전남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했다. 얼룩진 세밑을 무안에서 보낸 기자들은 1월15일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 현장에 있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를 새벽까지 취재하던 기자들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한 ‘친윤’ 시위대에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3월엔 역대 최악의 영남 산불 현장을 지켰다. 그곳에 있던 기자들은 한 번쯤은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했다. 탄핵찬반 집회 현장에서 ‘뻗치기’하던 기자들은 4월4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역사를 기록했다.


대통령 파면으로 6월 ‘장미대선’의 막이 오르면서 기자들은 더 분주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했고,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출범했다. 푹푹 찌는 폭염을 견디며 기자들은 3대 특검을 취재했다. 한 줄이라도 더 쓰기 위해 주말에도 ‘5분대기’를 자처했다. 역사적 단죄를 내릴 내란 사건 재판 취재는 진행형이다.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광장에 섰던 시민들을 다시 만난 기자들은 다짐했다. 더 좋은 언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시민들의 작은 목소리를 더 듣겠다고.

⑥ 유튜브 급부상… 음모론 온상, 양극화 부채질도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유튜브는 한국 사회 여론 형성의 핵심 플랫폼으로 급부상했다. 계엄 이후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평시와 달리 급성장했고 조회수 역시 가파르게 뛰었다.


본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계엄 직전까지 주요 정치 채널들의 주간 구독자 증가는 76만~146만명 사이였으나 계엄 선포가 있던 2024년 12월 첫째 주에만 244만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전례 없는 정치적 격변의 한복판에서 유튜브는 단순한 동영상 플랫폼을 넘어 치열한 이념의 전쟁터가 됐다.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촛불과 태극기가 맞섰다면 유튜브에선 ‘클릭’과 ‘구독’, ‘댓글’이 무기가 돼 새로운 형태의 정치 투쟁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음모론과 선동이 횡행했음은 물론이다.

유튜브는 알고리즘 특성상 사용자 성향에 맞는 콘텐츠를 지속 추천한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같은 사안을 두고도 완전히 상반된 해석을 접했다. 서로 다른 팩트를 소비하며 각자의 신념을 강화하는 ‘확증편향’이 극대화됐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민주주의의 핵심인 공론장에서의 토론과 설득, 합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점이다. 필터버블에 갇힌 유튜브 세상에서 진영을 넘나드는 건설적 대화를 기대하는 건 점점 불가능한 일이 되어 가고 있다.

⑦ 대통령실 쌍방형 브리핑 생중계, 질문하는 기자에 공격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에게 큰 변화가 있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관례상 비공개·익명으로 진행되던 백브리핑을 KTV를 통해 생중계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개방성과 투명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한편에선 우려했던 ‘팬덤 정치’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브리핑 생중계가 시작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질문하는 기자를 향한 강성 지지층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기자의 태도를 조롱하거나 특정 발언을 왜곡한 편집 영상이 유튜브를 도배했고, 이런 영상이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악성 댓글도 덩달아 급증했다. 대통령실이 직접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기자를 향한 공격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급기야 기자가 대변인을 고소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시행 두 달 만인 8월, 대통령실은 KTV 중계 화면에 ‘브리핑 왜곡 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경고 자막을 넣는 고육책을 내놨다. 4개월이 지난 지금 맹목적인 비방은 다소 잦아들었으나 경고 조치의 효과인지, 단순히 지지층의 흥미가 떨어진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확실한 건 진영 논리 속에서 기자 역시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서글픈 현실이다. 그럼에도 언론에게는 사회 갈등을 봉합하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다.

⑧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송3법 개정… 미완의 입법

8월, 방송사 구성원들의 염원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두 차례나 폐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사회 추천 주체 다각화, 사장추천위원회 설치,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의무화 등을 통해 정치권의 개입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했고, 보도 기능이 있는 모든 방송사에 편성위원회 설치를 명문화해 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했다. 12월에는 임명동의제 적용 범위를 민영·지역방송까지 확대하는 후속 입법 논의도 이뤄지며 방송계 전반의 독립성 강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입법이 끝났음에도 방송3법의 시행은 안갯속에 있다. 법안 공포 후 3개월 이내에 공영방송 이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부칙이 무색하게 세부 실행 규칙을 정해야 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파행이 장기화한 까닭이다. 이사를 추천할 방송·미디어학회와 변호사 단체의 추천 범위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3법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편성위 역시 종사자의 범위 및 종사자 대표의 자격요건을 방미통위 규칙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어, 후속 절차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방송3법의 정상적인 시행을 위해, 방미통위의 조속한 정상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⑨ 본격화된 AI 시대… 언론사-AI 기업, 다투거나 협력하거나

‘제로 클릭(Zero-Click)’.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이용자 질문에 직접 답변하면서 검색을 통해 유입된 트래픽이 줄어드는 현상이다.


AI가 핵심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는데 굳이 뉴스 원문을 클릭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 검색 사용이 확대되자 전통 검색엔진도 변화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AI 오버뷰’를 출시했고, 네이버는 올해 3월 일부 검색에 한정해 ‘AI 브리핑’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9개월 만에 ‘AI 브리핑’ 검색 비중이 네이버 전체 검색의 20%를 돌파했다. 모바일, 영상에 이어 AI로 변화하는 흐름에 대처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언론사들은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자체 ‘AI 툴’을 구축해 기사 제목 추천과 문서 요약, 이미지 생성 등에 AI를 활용하고, 검색과 게임 등 AI 기반의 뉴스 서비스도 실험하고 있다. 몇몇 언론사는 미디어파트너, 업무협약 등 이름으로 국내외 테크 기업과 손을 잡았다. 반면 저작권을 놓고 언론과 테크 기업이 대립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지상파 방송 3사는 네이버가 생성형 AI 학습에 방송사 기사를 무단으로 활용했다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한국신문협회는 네이버의 불공정 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 심사가 진행 중이다.

⑩ 서울서부지법 취재진 무차별 폭행 등 언론인 폭력 노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치르고 난 후 맞은 새해 연초부터 또다시 경악스런 일이 벌어졌다. 1월19일 새벽,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극렬 지지자, 유튜버들이 법원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른 이른바 ‘서부지법 사태’. 이 현장에 있던 취재진들은 시위대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폭도들은 취재진을 향해 ‘죽여도 괜찮아, 죽여야 돼’라며 밀치고,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바닥에 넘어뜨려 집단으로 짓밟기도 했다. 기자 10여명이 부상을 당했고 취재 장비가 파손됐다.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9개 언론현업단체는 이 사태를 “민주주의와 언론자유 테러”라 규정하며 분노했다.


이후로도 탄핵 반대 집회, 헌법재판소 등지에서 기자들은 위협에 계속 시달렸다. 기자를 향한 온라인 괴롭힘 강도도 극에 달했다. 시위대뿐만이 아니었다. 국회의원도 기자를 폭행했다. 4월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안에서 질문하는 뉴스타파 여성 기자의 손목을 잡고 20~30m가량 강제로 끌고 갔다. “뉴스타파는 언론이 아니다. 찌라시다”라는 발언도 했다. 최근 권 의원은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언론 혐오가 만연해진 때,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취재진 안전 보장,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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