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말의 해 '경제'가 달리려면

[이슈 인사이드 | 경제] 오찬종 매일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오찬종 매일경제신문 기자.

신년은 강한 활력을 가진 ‘붉은 말의 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우리 경제는 침체된 모습이다. 특히 경제의 허리이자 미래인 청년층에게 이번 겨울은 유독 더 춥게 느껴진다. 취업난이 장기화하면서 청년들이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교 이후 처음으로 서울대학교가 공무원 ‘고시반’을 만든다는 소식은 청년들 사이에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다.


실제로 최근 통계 지표를 살펴보면 청년 취업난의 심각성은 다방면에서 확인된다.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통계 작성 이래 26년 만에 처음으로 60대 이상 고령층보다 낮아졌다. ‘2025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달 46.8%로, 2020년 11월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업의 질도 악화되고 있다.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집에서 그냥 시간을 보냈다는 30대 ‘쉬었음’ 인구는 31만4000명으로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11월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경제인협회 설문조사에서도 구직 활동을 거의 안 하거나(21%), 하더라도 의례적 구직에 그친다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대학 4학년생과 졸업자 10명 중 6명은 사실상 스스로 취업을 포기한 상태라는 의미다.


노동시장 밖으로 떠밀리는 청년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사회적 문제 수준이다. 정부가 발간한 ‘청년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우울감 경험률은 2019년부터 증가세다. 최근 1년 동안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 등을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청년 중 16.3%가 그렇다고 답했다. 2021년 11.7%에서 4.6%p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취업난은 청년들을 또 다른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우리와 유사한 상황을 겪는 캐나다의 사례를 보면, 취업난이 청년들의 삶을 어떻게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지 알 수 있다. 캐나다 정부에 따르면 최근 투자 사기로 피해를 입은 청년층 비율이 노년층을 제치고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 대신 가상화폐나 주식 투자 등 한탕주의에 기대는 경향이 늘면서 사기 범죄에 더욱 취약해진 탓이다.


‘예고된 최악의 미래’를 막기 위해 정부도 최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책 마련에 부랴부랴 나서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발표된 대책들은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쉬었음 청년 맞춤형 지원’을 제시했고, 고용노동부는 ‘청년 지원 연령 상향’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 통계적 착시를 노린 임시방편에 가깝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든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은 기업의 채용 여력을 극대화해 주는 것이다. 각종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투자의 길을 터주고, 채용이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불어넣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철폐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체감할 수 있는 결과물이 필요하다.


이를 발판으로 신년엔 청년들이 활기를 되찾고 다시 뛸 수 있도록 경제 체질 대전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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