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힙' 문화에 신춘문예 제2전성기… 응모작 수 최고 경신

2030 중심으로 응모 열풍
일각선 AI 활용여부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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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지 1년이 흘렀지만 ‘문학 열풍’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문학이 2030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도구가 되면서 언론사 신춘문예 또한 다시금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15일 공개한 예심 심사평에 따르면 2026 신춘문예 지원 작품 수는 1만3612편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7755편과 비교해 1.8배 증가한 수치다. 국내 최초로 신춘문예를 도입한 동아일보<사진>에도 총 9113편의 작품이 접수돼 지난해 7384편을 뛰어넘었다. 이 외에 경남신문, 매일신문, 영남일보 등 지역 언론에서도 응모작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언론사들은 신춘문예 열풍의 이유로 2030 세대의 ‘텍스트 힙’(Text hip·독서를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자기표현과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문화를 꼽았다. 경남신문은 16일 심사평에서 “‘텍스트 힙’ 열풍이 불어 2030 여성을 중심으로 젊은 층이 책에 더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많이 읽다 보니 자연스레 쓰는 행위까지 이어진 결과가 아닐까 한다”고 해석했다.


매일신문은 응모작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 작품일 거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신춘문예를 담당하는 김세연 매일신문 기자는 “정확한 데이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7개 분야 작품이 담긴 봉투를 뜯는 동안 절반 이상이 20~30대 작가 작품이었다”며 “심사위원들도 지난해와 비교해 모든 부문에 2030 지원자가 상당히 늘었다며 놀랐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작품이 늘어나 전체 응모작 수가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AI 활용을 금지한다’고 명시한 한국일보와 동아일보에서도 작품 수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AI를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신춘문예에 AI 활용을 허용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한국일보에선 2026년 신춘문예 공모를 앞두고 AI를 제한없이 허용하는 안, 활용을 허용하되 활용 여부를 밝히도록 해 심사에 참고하는 안, 또는 AI 활용을 제한하는 안 등을 두고 심사위원의 논의가 이뤄졌다. 결국 올해 모집 요강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실이 확인되면 당선은 취소됩니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모든 작품에서 AI 활용 여부를 점검하기는 어렵다. 이에 몇몇 언론사는 최종심에 오른 응모자에게 AI 활용 여부를 묻고, “활용하지 않았다”는 확인을 받아 당선을 확정짓고 있다.


신춘문예를 진행 중인 언론사들은 AI를 활용한 작품이 늘더라도, 부문별 한 작품만 선정하는 신춘문예에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백승운 영남일보 콘텐츠에디터(신춘문예 총괄 담당)는 “AI가 글을 쓸 수는 있지만, 그 글이 입상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라며 “AI를 활용한 작품은 특정 문구와 단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서 티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응모 작품 수가 증가세를 보이는 시 부문의 경우 AI가 인간의 삶과 의미에 대해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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