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전 KBS 사장 취임 직후 이뤄진 본부장 해임이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책임자급인 임원의 신분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으로, 사장이 교체될 때마다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이른바 ‘물갈이’ 인사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정원)는 12일 손관수 전 KBS 보도본부장과 김병국 전 기술본부장이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1심 선고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21년 12월10일 취임해 이듬해 5월9일자로 연임된 이들은 박 전 사장의 취임일인 2023년 11월13일 면직 통보를 문자 메시지로 받았다.
법원은 이들의 지위가 사장, 부사장,본부장 및 감사로 구성된 집행기관에 해당하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방송법이 집행기관의 임기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라 피고(KBS) 정관에서도 본부장의 임기를 3년으로 정하고 있다”며 “사장의 본부장에 대한 해임권한은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새로운 사장의 경영 비전과 목표에 부합하는 사람으로 집행기관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해임 처분이 이뤄졌다는 KBS측 주장에 대해 법원은 “이러한 해임사유는 원고들을 임기 전에 해임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결정의 근거로 방송법 제50조 6항에서 집행기관의 임기와 결격사유에 대해 이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법원은 “방송법이 집행기관과 이사의 임기를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것은 피고가 외부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에 좌우되지 않고 공영방송사로서 공적 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신분을 보장하려는 것”이라며 “피고와 본부장들의 법률관계에서도 이러한 취지는 관철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소송을 제기했던 두 전 본부장은 15일 입장을 내고 “KBS에서 본부장인 임원이 부당한 해임을 당했음에도 직접 소송을 낸 것은 우리 두 사람이 처음”이라며 “공영방송 독립성의 중요성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KBS측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항소 기한은 12월29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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