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위헌 논란이 있는 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자 22일 신문들이 보수-진보 할 것 없이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겨레는 법안 ‘수정’이 아닌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1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망법 개정안에 위헌 시비가 커지자 일부 조항을 수정해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2일 본회의에도 망법보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먼저 상정돼 의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법사위까지 통과한 법안을 본회의 처리 전까지 수정하겠다는 민주당 방침에 야당은 물론 언론도 ‘졸속’ 입법임이 확인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일보는 22일 1면 <위헌 논란에 ‘허위정보 손배법’도 땜질 수정> 제하의 기사에서 “21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법사위가 통과시킨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여당 지도부에 우려를 전달했다. 법사위가 단순 착오나 실수로 생산된 허위정보까지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시키는 조항을 추가한 것을 두고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다”라고 전했다. 앞서 과방위가 10일 통과시킨 망법 개정안의 ‘허위조작정보’에 관한 정의를 법사위가 18일 바꾸면서 단순 허위정보까지 유통 금지 대상에 포함한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 2010년 헌법재판소는 일명 ‘미네르바 판결’에서 공익이라는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이유로 허위사실 표현을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대통령실까지 위헌 시비에 우려를 표하자 민주당은 뒤늦게 수정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본회의 처리 순서까지 바뀌었다. 중앙일보는 1면에 <정통망법 막판 졸속 수정…급기야 상정 날짜 늦췄다> 제하의 기사에서 “두 법안의 처리 순서는 21일 오후 늦게 뒤바꼈다”며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등이 21일 오후 고위당정협의회를 다녀온 뒤 당 지도부가 법안 처리 순서 변경을 급히 논의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중앙과의 통화에서 “고위 당정 회의에서는 관련 논의가 없었다”고 대통령실과 총리실의 개입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국민의힘이 지적했듯 “호떡 뒤집듯 법안을 뒤집”은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시민사회와 언론계가 일제히 반대하는 법안을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민주당은 법안 통과 시도를 중단하고 언론 및 시민사회와 터놓고 대화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단순 허위정보 유통 금지 조항을 삭제한다고 해서 논란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의 핵심은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민사상 징벌적 배상과 행정적 규제(과징금·유통금지)를 도입하는 것인데, ‘허위정보’와 ‘조작정보’의 개념이 모호해 정권에 따라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언론사뿐만 아니라 기자 개인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려고 검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동원했던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도 이날 <이번엔 정통망법, 여당 개혁입법 왜 이리 거칠고 조급한가> 제하의 사설에서 “이런 식이면, 윤석열 정부 당시 김건희가 언론사의 권력농단 단서 보도마다 봉쇄 소송을 낼 수 있고, 지금도 쿠팡 같은 기업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중요한 민주주의 가치인 언론 자유와 권력 감시를 훼손할 수 있는 입법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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