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정보는 유통금지 대상 아니라더니… 더 '개악'된 망법
과방위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18일 법사위서 더 후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허위사실 친고죄 전환도 없던 일로
허위조작정보를 퇴출시키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최종 관문만을 남겨놓게 됐다. 이 법이 시행되면 앞으로는 내용에 일부만 허위가 포함돼 있어도 유통이 금지되고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실수여도 마찬가지다. 악의적인 가짜 정보만 무겁게 책임을 묻겠다는 기존 민주당이나 대통령의 입장을 뒤집은 결과다.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가결된 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안이 1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최종 입법까지 9부 능선을 넘긴 법안은 22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과방위를 통과한 개정안도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위축과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크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법사위를 거치면서 법안 주요 내용이 더 후퇴했다. 언론계의 오랜 요구가 반영됐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는 사생활과 관련해선 남게 됐고, 허위사실 명예훼손 친고죄 전환도 없던 일이 됐다.
허위정보는 유통금지 대상이 아니라는 공언도 다시 뒤집혔다. 10일 과방위에서 법안이 통과된 직후에도 민주당 언론개혁특위 간사인 노종면 의원은 “허위조작정보로 인정되려면 거짓이 들어 있고, 누군가 피해를 입어야 하고, 의도와 부당한 목적성이 있어야 한다”며 규제 대상인 허위조작정보 정의가 모호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18일 법사위에선 이 규정이 불명확하다며 ‘허위정보’와 ‘조작정보’를 다시 나누고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등을 침해하면서 내용의 일부만 허위인 정보까지 ‘허위정보’로 규정해 유통을 금지했다. 노종면 의원이 불과 닷새 전에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재차 강조한 허위조작정보의 구성요건이 법사위에서 모두 부정된 것이다.
결국 민주당이 애초에 추진했던 언론중재법 개정 주요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됐다. 민주당 언론특위는 9월 언론중재법 개정안 주요 내용을 공개하며 “악의를 따로 구별하지 않고” 고의는 물론 중과실로 허위 사실 등을 인용 보도하기만 해도 징벌 배상으로 불리는 ‘배액 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엿새 뒤 이재명 대통령이 “일부러 그러는 것과 실수는 다르다”며 “규제 범위는 최대한 좁히되 배상은 엄격하게 해서 고의·악의적 (보도를) 못 하게 하자”고 하면서 언론특위 입법 방향도 바뀌었다.
이후 10월 말 언론특위 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이 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금껏 나온 허위조작정보 규제 법안 중 “최악”이란 혹평까지 쏟아졌다. 언론·시민사회는 물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마저 우려를 표하자 일부 수정한 대안을 10일 과방위에서 통과시킨 것인데, 이날 법사위를 거치면서 민주당이 언론 보호 장치라고 약속했던 것들이 사라지거나 최소화됐다.
과방위 대안에서 언론계 핵심 요구 사항이었던 ‘권력자의 징벌적 손배 청구 제외’ 조항이 빠졌을 때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던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법사위 통과 이튿날인 19일 성명을 내고 법사위의 ‘개악’을 규탄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법사위의 권한을 뛰어넘는 법 개악 시도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본회의 통과 전까지, 개악된 조항들을 전면 복원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법사위는 자신의 권한을 뛰어넘어 법안의 핵심 내용을 뒤엎었다. 규제 대상은 오히려 넓히고, 개혁 조항은 후퇴시켰다. 법 개정 과정에서 민주당이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것들을 허언으로 만들었다”면서 법사위에 책임을 물었다. 이어 “졸속 입법이란 외부의 숱한 비판을 민주당 스스로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시민사회의 여러 지적을 다시 한 번 꼼꼼히 따져보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 요소들을 최대한 걷어낼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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