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헌법학자임을 강조해온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6일 인사청문회에서 행정기관 기관장으로서의 시험대에 올랐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인사청문회에선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 비위 의혹 제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다만 후보자에 대한 사실상 사상 검증, 지난 정부 체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장악 의혹 관련 질의가 집중됐다.
김 후보자는 방통위 2인 체제 의결 위법성, 국가보안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 부분 등에 대해선 학자적 소신을 명확히 밝히면서도 YTN 민영화 승인 논란, TBS 폐국 위기 등 정무적 판단 영역에선 “위원회가 구성되면 위원들과 숙의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하겠다”며 구체적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날 청문회에선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앞서 이재명 대통령의 ‘종편 편파 유튜브’ 발언 논란이 자주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12일 생중계된 방미통위 등의 업무보고에서 “종편, 그게 방송인지 편파 유튜브인지 그런 게 의심이 드는 경우가 꽤 있지 않나”, “방송들이 중립성을 어기고 특정 정당의 개인 사적 유튜브처럼 행동하는 거에 대해서 방통위가 전혀 관여할 수 없다는 거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아무리 방송심의에 무지하다 해도 대통령의 위치에서 특정 방송에 대해 편향적이라고 낙인찍고 정부기관에게 통제 지시를 내리는 건 독재적 발상”이라며 김종철 후보자에게 해당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특정 언론에 대해 지적을 했다는 말씀에 대해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은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는 방송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챙겨 보자는 취지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업무보고 발언 관련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대통령이 보고를 받는 자리이지 실질적인 지시와 질타를 내리는 자리는 아니어야 된다고 본다. 국무회의에 배석할 텐데 거기서 질타나 업무지시 등이 내려오면 거부할 거냐”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제 기준은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른 직무 수행”이라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직무상 독립성이 보장된 사안에 대해선 당연히 거부를 해야 할 거다. 다만 방미통위는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예산상의 문제 등 여러 지휘, 감독을 받아야 할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개편에 따른 공무원 승계에서 정무직을 제외한 ‘방미통위 설치법’ 부칙 조항이 위헌임을 재차 강조하며 이에 따라 자동 면직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참고인 출석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전 위원장은 해당 부칙에 대해 헌법소원과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김 후보자는 방미통위 설치법 부칙 위헌 여부에 대해 “(이진숙) 축출법이라 보지 않는다”며 “기관 구성에 있어서 기관장의 임기가 변경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한국공법학회 회장 역임 이후에도 수당 및 월급을 받았다는 의혹도 일부 제기됐다. 이에 김 후보자는 “공법학회 회장은 월급이 없고 회원과 달리 오히려 재정적 부담을 회장이 지게 돼 있다. 아마 제 임기 이후의 부분은 학회 사무원 고용과 관련된 부분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해당 의혹을 언급한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관련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후보자의 초중고 생활기록부 사본, 배우자·직계비속의 최종 학력, 입시전형 자료 등도 요구했다. 이에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후보자 자녀 초중고 생기부 사본까지 요구했는데 인사청문회 사상 이것을 제출한 분은 한 분도 없었다. 저조차 제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대입전형 부분은 혹시 무슨 비리 의혹을 포착했다면 먼저 의혹을 가져오라. 그 다음 양당 간사가 다시 한 번 합의하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에게 과거 윤석열 정부 체제 방통위에서 있었던 공영방송 이사 해임 처분, 방송제재 의결 등 방송장악 논란에 대한 방미통위 차원의 조사·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후보자는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에 대해 “헌법학자로서 비정상적 체제에서 많은 행정처분이 내려진 것에 대해 법치주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밝혀왔다”며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사안들이 2인 체제라는 완전하지 못한 구성체의 조건 속에서 처리되고 소송 문제로 전개된 부분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YTN 최다액출자자 승인 취소 선고에 대한 항소 여부’ ‘TBS 재정지원 방안 및 출연기관 해제 문제’ 등에 대한 질의에는 공통적으로 “위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강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인사청문회 진행과 함께 국회도 위원 추천 절차에 돌입하면서 방미통위 위원 공백 상황에 대한 우려는 덜게 됐다. 7명 정원의 방미통위 위원 중 현재 활동하는 위원은 대통령 몫으로 위촉된 류신환 비상임위원 한 명뿐이다. 민주당 국회추천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는 11일 방미통위 상임위원 1명과 비상임위원 1명을 추천하기 위한 후보자 모집 공고를 올렸다. 15일부터 17일까지 접수를 받고, 23~24일 중 면접심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상임위원 1인에 대한 국회 추천 인사 후보자 추천신청을 12일부터 진행 중이다. 19일까지 신청 접수를 받고, 면접 일정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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