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가 시대를 기록한다면, 노래는 그 시대의 마음을 기록"

[인터뷰] '싱어송라이터 데뷔' 심현희 블로터 유통산업부장(전 서울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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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희 블로터 유통산업부장(전 서울신문 기자)은 11일 서올 용산 창주랜드에서 싱어송라이터 데뷔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사진은 이날 공연 중인 심 기자의 모습. /심현희 제공

“한 모금 마시면 청사과 향기 풀잎 사이로 번져오는 여름밤 (중략) 쇼비뇽 블랑 여름밤의 생수 우리 대화가 와르르 쏟아져”


신인가수 심현희가 11일 쇼케이스에서 부른 자작곡 ‘쇼비뇽 블랑’의 가사 일부다. 1일 동명의 디지털 싱글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는 이날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하며 미발매곡, 커버곡 등 6곡의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너무 떨려서 앵콜할 때야 긴장이 풀렸다. 직접 만든 노래를 관객이 따라 부르는데 그런 감정은 처음 느꼈다.”


데뷔 무대를 치른 이 가수는 현직 기자다. 2014년 서울신문에 입사해 사회부, 산업부, 국제부, 체육부를 거쳤다. 2023년 블로터로 이직해 유통산업부장을 맡고 있다. 음악 시작은 여느 직장인이나 지닐 불안 때문이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뭐지”란 질문이 첫 퇴사를 한 서른여섯 그에게 성큼 다가왔다. 시나리오를 써보다 접고 ‘내 것’을 찾던 차 “쓰고 싶은 세계를 음악으로 만들면 어떨까” 싶어졌고 바로 실행했다.


“그날 바로 홍대에 가서 미디학원에 등록했어요. 음악적 기반은 있었거든요.” 어머니가 음악을 전공해 어릴 때부터 악기를 익혔고 성악과 진학까지 고민한 그였다. 대학 땐 학교 가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음악과 멀어졌었는데 다시 해보니 음악 창작 방식이 잘 맞는 거죠. 기자를 하면서도 정통 코스보단 스스로 만들어내는 일에 에너지를 많이 쏟았는데 이게 창작 욕구였구나 싶었어요.”


작곡을 시작하고 미니앨범을 기획하며 노래 주제를 정리해봤다. 공교롭게도 다 ‘칼럼’으로 쓴 이야기들이었다. 일 때문에 상처 받지만 일을 빼면 나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게 되는 그 순간을 그는 받아들였다. 자신의 텍스트 자산을 적극 음악화 하기로 하고 작사·작곡·프로듀싱 한 노래를 <칼럼, 노래가 되다>란 프로젝트에 담았다. 일례로 첫 곡인 ‘쇼비뇽 블랑’은 술 전문기자로서 경로가 바탕이 됐다. 술 관련 책을 두 권 썼고, 여러 번 주류 페스티벌을 기획·총괄한 ‘애주가’ 기자는 전 직장에서 4년 간 연재한 칼럼 중 하나를 모티브로 곡을 썼다. 쇼케이스 장소도 단골 요리주점이었다.


“오래 숙성하지 않고 바로 마셔야 제 맛이 나는 이 와인을 청춘의 이미지로 삼아 그때의 나를 끌어안는 노래”란 설명은 작업 방식을 드러낸다. “기사는 정보 위주인데 감성의 언어로 바꾸는 거죠. 기자로 경험한 세상, 사람을 재료로 현실의 일, 상처, 통찰, 질문을 담은 곡들이 대다수예요. 술 베이스 곡은 하나뿐인데 주류업체나 수입사에서 막걸리, 고량주로도 만들라고 하셔서 앨범 때마다 넣어야 되나 고민도 되네요.”


창작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 술을 끊은 지 2~3개월째다. 월급은 음악 제작에 쓰고 있다. 대신 “공허함이 사라졌고 단단해졌다. 감정을 건강하게 꺼내둘 언어를 찾은 것 같다”고 느낀다. 내년 상반기 첫 미니앨범 출시를 예정한 심 기자, 아니 심 가수는 이 일이 “기자가 음악을 건드린 일탈이 아니라 기록의 언어를 예술의 언어로 확장한 작업”으로 읽히길 바라고 있다. “기사는 시대를 기록하는 일이고, 노래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기록하는 일인 듯싶어요. 중심엔 결국 사람이 있고요. 글 속 숨은 감정을 멜로디로 잘 빚어 마음을 잘 전달해주는 ‘마음의 특파원’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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