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체제'서 선임된 YTN 이사들 집단 사임, 왜?

'친 유진' 이사 4인, 돌연 무더기 사임
노조 "방미통위 정상화 앞두고 태세 전환"
YTN "소모적 논란 차단위해 거취 정리"

  • 페이스북
  • 트위치

YTN 민영화 후 ‘친 유진’ 알박기란 내부 비판을 받으며 선임된 YTN 이사들이 대거 자진 사임했다. 최근 법원 판결로 YTN 최대주주 자격 유지에 적신호가 들어온 상황에서 향후 재심사 절차 등의 키를 잡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정상화에 앞서 유진그룹이 대비에 나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날 YTN 김진용·이연주·조성욱 사외이사, 김진구 기타비상무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 사임했다. 사내이사 2인, 기타비상무이사 2인, 사외이사 6인 등 총 10명의 YTN 이사 중 4명이 동시에 자리에서 물러난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사외이사는 YTN 2·3대 주주인 한국인삼공사와 미래에셋 몫 이사 각 1인을 포함해 총 3인만 남게 됐다.

YTN 사옥(왼쪽)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공교롭게도 ‘친 유진’ 이사로 평가됐던 인사들이 한 번에 물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그간 성명 등에서 김진용 이사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어린 시절 목포에서 함께 자란 친구’, 이연주 이사를 ‘유경선 총수가 연세대 총동문회장을 할 때 부회장’, 조성욱 이사를 ‘유진투자증권 법률고문 출신’, 김진구 이사를 ‘유진이엔티 전 대표로 YTN 이사직을 유지 중인 유진그룹 혁신기획실장’ 등으로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과 관계있는 이들로 비판해왔다.

과거 방송통신위원회는 유진그룹의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을 승인하며 YTN 사외이사와 감사에 유진그룹과 관련 없는 독립적인 자로 선임하란 조건을 부여했는데 이 조건을 위반하고 있다는 요지였다. 특히 최근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 후보자가 내정되고 인사청문회를 앞둔 상황에서 이번 이사들의 동시 사임이 벌어졌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10일 성명에서 이번 이사 사임을 “최근 법원에서 유진이엔티에 대한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오고, 방미통위까지 정상화될 기미가 보이자 유진그룹도 황급히 태세 전환에 나선 것”이라 봤다. 이어 “향후 방미통위가 유진이엔티의 승인조건 위반을 문제삼아 YTN 최대주주 자격을 취소할 가능성이 커지자 문제가 될만한 이사들을 미리 쫓아낸 뒤 ‘승인조건을 어기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삼으려는 수작”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방통위가 부여한 승인조건 10개 가운데 7개가 지켜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YTN 이사회에 대해서도 “내란 세력과 유진그룹의 부역자 노릇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력의 방송장악을 막기 위한 새 방송법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법률 비용으로만 무려 1억원을 쏟아부었”고,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책임도 사실상 방기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YTN지부는 “YTN 이사회는 소유 경영 분리 원칙에 따라 대주주가 아닌 YTN의 이익에 복무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합리적인 사추위가 구성돼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본연의 책임을 다하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5일 서울 마포구 YTN 사옥 로비에서 ‘유진 즉시퇴출! YTN 정상화!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내란결탁 유진퇴출” 구호를 외치고 있는 YTN 조합원들 모습. /언론노조 YTN지부 제공

YTN 사측은 11일 사외이사 사임에 대한 설명을 담은 입장문을 통해 노조 성명에 반박했다. YTN은 “사외이사 개인이 과도하게 쟁점화되고 정쟁의 소재가 되는 상황은 독립적인 경영 감시라는 본연의 취지를 왜곡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소모적 논란을 차단하고, 회사가 미래 비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 위해 스스로 거취를 정리한 것”이라며 “‘승인조건 위반을 은폐하려는 조치’라는 주장은 어떠한 근거도 없는 추정”이라고 밝혔다.

방미통위 승인조건을 불이행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YTN은 “일방적인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해당 승인조건은 행정적 판단이 필요한 조항이 다수 존재하며 방미통위의 현장 점검 등 관련 내용의 확인 절차가 진행 중으로 방미통위 위원회 구성 이후 내외부 법률검토와 전체회의 의결 등을 통해 해석이 내려질 것”이라고 했다. 사추위 논의에 대해선 “협상은 합리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성실히 진행 중”이라며 “이에 대해선 다시 의견을 밝히고 진행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