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배를 징벌적 손배라 하면 안된다는 과방위원장

민주당 주도로 과방위 통과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최민희 과방위원장 "징벌적 손배 아냐" 반박했지만
민주당 언론개혁특위 보도자료엔 '징벌적 배상'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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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에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없습니다. 어디에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허위조작정보 유포로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한 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안이 10일 여당 주도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날 50여분간의 전체회의를 마치며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앞선 최형두(국민의힘) 간사 발언 중 사실이 아닌 것이 있어 구체적으로 바로잡고 넘어가겠다”며 위와 같이 말했다.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최 위원장 말은 사실일까. 앞서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인 정보의 유통도 금지하는 내용의 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사람이 최 위원장이었기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선 최 위원장에 앞서 발언 기회를 얻은 김현 더불어민주당 과방위 간사는 이렇게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관련한 법률안이 총 27개가 있습니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겠지만, 이번 망법에 의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은 28번째에 해당합니다.”

김현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망법 개정안의 법안심사를 담당한 소위의 위원장이었다. 그런 김 의원도 “망법에 의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김 의원을 나무랄 일이 아니다. 최 위원장이 역시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가 10월20일 ‘민주당 특위안’이라며 발표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보도자료 세 번째 장엔 ‘징벌적 배액 배상 제도 도입’이란 표현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징벌’과 ‘배액 배상’을 함께 썼다는 것뿐이다.

특위안을 발표한 민주당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청래 당 대표도 모두발언을 통해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서는 엄히 처벌해야 한다”며 “사실상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서 엄히 처벌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0월20일 민주당 언론개혁특위가 발표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보도자료 세 번째 장에 '징벌적 배액 배상 제도 도입' 내용이 명시돼있다.

실제로 사흘 뒤 발의된 망법 개정안의 제안 이유엔 “피해자가 체감하는 피해의 정도와 사회 공동체 관점에서의 징벌적 요소를 반영하여 일반적인 손해배상보다 무거운 배상 책임을 지우도록 함”이라고 쓰여 있다. 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사람이 최 위원장이다.

최 위원장이 이날 말한 것과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아닌 ‘배액 손해배상’”이라는 표현은 앞서 9월5일자 언론특위 보도자료에 등장하긴 했다. 해당 자료에서 민주당 언론특위는 당시 검토 중이던 ‘3배 또는 5배’ 배상안엔 “‘배액 손해배상’이라는 용어가 적절”하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망법보다는 언론중재법 개정이 유력한 상황이었는데, 며칠 뒤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론을 특정할 게 아니라 누구든 돈을 벌거나 누군가를 해코지할 목적으로 악의를 갖고 일부러 가짜 정보를 만들어 내거나 조작하면 아주 크게 배상하게 하자”고 말한 뒤 망법 우선 개정으로 방향을 틀면서 ‘징벌적’이란 표현까지 스스로 집어넣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을 두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라 부른다고 해서 “사실이 아닌 것”이라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없”고 “어디에도 들어 있지 않다”는 최 위원장의 발언이 허위라 단정할 수도 없다. 다만 이는 사실이라기보다는 의견 혹은 주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야당이나 언론, 시민사회 등에서 이를 ‘징벌적 손배제’라 ‘주장’해도 문제 삼아선 안 된다. 굳이 문제로 삼으려거든 겨우 3개월여 사이에 몇 차례나 말이 바뀐 이유, ‘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닌’ 이유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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