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안, 소위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언론·시민단체들의 우려에도 결국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조국혁신당 의견을 일부 반영해 조항이 수정됐지만 정치인, 대기업 등의 악용을 우려한 ‘권력자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 배제’ 등 언론계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과방위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망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불법정보나 허위조작정보를 악의를 갖고 유통시킬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 손해배상을 물리는 안 등을 포함한다. 언론계에선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규제, 피해구제의 실효성 확보 등 법안 취지에 공감을 표했지만, 그 해법으로서 법안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독소조항 수정과 더불어 숙의를 요구해왔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참여연대, 오픈넷 등 10개 시민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언론계와 시민단체는 개정안의 전면 폐기와 재검토를 요구해왔지만, 두 당은 공청과 숙의 절차 없이 법안을 밀어붙이며 사실상 야합을 통해 강행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내용을 조정했다지만 사실상 원안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고, 위험 요소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근본적인 문제는 허위조작정보를 광범위하게 불법화해 유통을 금지하고, 행정기관 심의를 확대하며, 언론에 대한 충분한 보호장치 없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국가중심의 규제와 강력한 처벌을 도입하려는 데 있기 때문”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여 헌법에 반한다는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이를 그대로 둔 채 일부 조항을 삭제했다고 해서 위헌성이 제거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안 통과는 이틀 전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반대 의사를 표한 조국혁신당이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가능했다. 소위는 민주당 5인, 국민의힘 4인, 혁신당 1인으로 구성돼 과반 찬성을 위해선 혁신당의 찬성이 필요했는데, 이날 전체회의에 앞서 열린 소위에서 이해민 혁신당 의원이 찬성료플 던지며 법안이 곧장 상임위에 상정됐다.
이해민 의원은 소위 통과 이후 낸 보도자료에서 당의 요구가 대부분 법안에 반영됐다는 찬성 배경을 밝혔다. 언론계 우려가 있었던 ‘최초 발화자에게도 책임을 묻는 조항’, ‘언론사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 부분’을 삭제했고, ‘해할 의도의 추정 조항을 손해배상 산정 단계에만 반영’ 등이 됐다는 요지다.
하지만 언론계가 핵심으로 요구해 온 ‘권력자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권한 배제’는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대기업 등이 법안을 악용할 소지를 언론계에선 누차 지적해 왔다. 여당은 언론의 정당한 활동에 대한 전략적 봉쇄소송을 막는 조건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법원이 소송 제기자 의도를 ‘언론의 감시 방해’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중간판결제' 등 언론보호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과방위 소속 국힘 의원들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반대 입장을 표한 뒤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야당 간사인 최형두 국힘 의원은 “우리는 이것을 ‘온라인 입틀막’ 법안이라 부른다. 검토자료 곳곳에서 정부의 신중 의견, 이해관계인들의 우려가 넘쳤지만 묵살됐다. 선진 민주국가 어디에도 없는 법”이라며 “권력자의 부정비리 의혹을 공론화해 국가와 사회를 각성시켜야 할 언론과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압살하겠다는 독재적 입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에선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고,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피해당사자 고소가 있어야 하는 친고죄로 전환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아울러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 공정성 심의를 폐지하는 안도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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