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우려 속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소위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망법)이 국민의힘은 물론 조국혁신당의 반대에 부딪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망법의 연내 처리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8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망법 등을 논의했으나 국힘과 혁신당 의원들의 반대 가운데 이석, 정회를 거친 끝에 산회했다. 소위는 민주당 5인, 국힘 4인, 혁신당 1인 등 총 10인으로 구성돼 여당 의원만으론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다. 이날 소위 통과 무산으로 망법은 9일 과방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민주당 망법은 권력 감시와 탐사보도 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으며 숙의 과정과 독소조항 수정을 요구 받아왔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대기업 등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악용을 막기 위해 권력자의 청구 자격을 제외하란 언론계 요구는 대표적이다. 관련 핵심 요건인 ‘타인을 해할 의도’를 재판 과정이 아닌 8개 조항으로 추정하는 법안이 취재원 보호, 공익 제보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전면 삭제도 촉구해왔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소위 정회 뒤 입장문에서 이 같은 우려에 더해 “진행 절차에 심대한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27개의 법안을 각각 검토하고 심의하는 단계에서 여러 이견이 제기되자 돌연 단일안이 마련됐다며 일부 조항을 설명했지만 단일안을 회의 전에 공람하지 않고 회의장에서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야당이지만 범여권으로 분류돼 온 혁신당도 민주당 망법에 반대하며 소위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정회 후 이해민 혁신당 의원은 기자들에게 “더 준비하고 당 차원의 의견을 모아 다음번에 진행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드렸다”고 밝혔다. 혁신당 지도부는 앞서 “즉자적 대응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을 납작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허위조작정보 규제를 명목으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험한 시도”란 입장을 밝혀왔다. 혁신당은 징벌적 손배 청구 주체에서 권력자를 배제하는 망법 개정안을 보완입법 차원에서 발의한 바 있다.
민주당은 논란 속 망법의 ‘연내 처리’ 의사를 계속 드러내고 있다. 언론개혁특별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은 8일 개인 페이스북에 “악의적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즉 ‘가짜뉴스 철퇴법’은 반드시 연내에 통과돼야 한다. 국힘의 ‘숙의타령’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올렸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말이 안 되는 가짜뉴스, 허위정보 등으로 편을 지어 공격하고 조직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며 범정부 차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초기 언론중재법 논의 당시 ‘피해구제’를 내세웠지만 대통령 지시 후 망법 개정으로 선회하며 ‘허위조작정보 근절’이 명분이 됐고 이젠 ‘가짜뉴스 철퇴법’으로 명명돼 강행되는 모습이다.
언론계, 학계에선 입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그 해법으로서 법안의 미흡함을 누차 지적해왔지만 민주당의 수용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언론특위 간사인 노종면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해할 의도의) 추정 요건이 법에서 빠지면 허위조작정보를 판별해내기 어려워지고 허위조작정보가 숨 쉴 자유가 그만큼 더 커진다”며 “혁신당까지 뒤늦게 참전했으니 입법전쟁 구도가 복잡해 보이지만 단순하다. 언론이나 권력이 아닌 상식 편에서 깊게 고민한 쪽이 이긴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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