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의 YTN 최대주주 자격을 취소한다는 법원 판결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전 방송통신위원회)의 후속 절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미통위의 재심사 여부부터 과거 대주주이던 공기업의 매각대금 보전, YTN 지배구조 전환까지 정부 의지와 실무 고민이 필요한 문제가 잇따른다. 판결에 불복한 유진그룹의 항소로 소송전도 예고된다.
지난해 2월 방통위가 YTN 최대주주를 유진으로 변경한 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YTN 우리사주조합 등이 제기한 소송에서 1심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11월28일 내렸다. 이제 관건은 ‘방미통위가 실제 유진의 최대주주 자격을 취소할지’ 여부다. 행정기본법 18조는 “행정청은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의 전부나 일부를 소급하여 취소할 수 있다”, “당사자가 입게 될 불이익을 취소로 달성되는 공익과 비교·형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앞서 9월22일 국회 토론회에서 전준형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은 “방통위의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엔 윤석열 정권의 YTN 장악이란 불법적 목적과 함께 졸속심사 등 과정상 문제도 많았다”며 “헌법적 가치와 결부된 방송의 자유·독립성·공공성 등을 고려할 때 자격 박탈로 얻을 공익이 우월하다”고 했다. 한 방송정책 전문가는 8일 통화에서 “(최대주주) 변경 승인 행위 과정이 문제됐기 때문에 승인 심사를 새로 하는 게 수순으로 보인다. 새로 구성된 위원회가 살펴 승인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며 “심사위를 아예 새로 꾸릴지, 위원회에서 판단만 할지 등은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일단 방미통위는 여야 정치권 위원 추천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과거 ‘2인 체제’ 방통위의 의결 절차를 문제 삼은 만큼 합의제 기구에 걸맞은 위원회 구성(7인)과 절차가 더 고려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취소’ 처분이 내려지면 즉각 효력이 발생해 유진그룹은 최대주주 지위를 잃는다. 유진그룹은 지분을 갖고 있어도 의결권 등 지배권 행사에 제약이 생기고, 방미통위의 지분 처분 명령 등 정부의 후속 절차가 이어질 수 있다.
‘소송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유진그룹은 4일 ‘2인 체제 방통위의 절차적 하자를 다투는 사건의 법원 판단이 엇갈린다’며 앞선 판결에 항소했다. 승인 취소 시엔 ‘취소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할 소지도 있다. 하지만 최대주주 자격을 잃은 여건에서 ‘행정처분’과 ‘소송’은 별도 진행될 공산이 크다. 2인 체제는 물론 승인 과정 전반을 두고 방미통위와 법리 다툼을 했을 때 유진그룹이 유리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취소 시 과거 YTN 대주주였던 한전KDN, 한국마사회의 매각대금 보전 이슈가 곧장 불거질 수 있다. 앞서 유진그룹은 두 공기업에 YTN 30.95% 지분 인수대금으로 3199억원을 냈다. 당시 시가총액(2520억원)보다 많은 돈을 지불했고, 현재 주가를 고려할 때 되파는 방식은 어렵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미 상당 금액을 썼다고도 했다. 현 2대 주주인 한국인삼공사의 임시 최다액출자자 선정, 이후 독립적 비영리재단 모델로 YTN 지배구조 변화 등 방안도 제안됐지만 여러 부처와 기관의 검토가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YTN 지분 매각 사전공고’를 토대로 ‘승인 취소 시 지분 거래도 무효가 되고’, ‘이자까지 약 4000억원이 든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낭설로 평가된다. 전준형 YTN지부장은 “지분매각 계약은 종결 이후 다시 해지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어 취소가 돼도 매각은 무효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전KDN 관계자는 “저흰 당시 공고의 효력이 끝났다고 보지만 정치권과 언론에서 여러 판단이 나와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 시기 YTN 민영화는 과거 ‘낙하산 사장’ 같은 인사가 아닌 민간기업의 인수를 통한 ‘외주’ 언론장악으로 평가받아왔다. 단초는 보이지만 난관이 전망되는 시기, 언론계에서 내온 목소리를 정부가 참고할 만하다. 7월2일 대통령실 앞 YTN 결의대회에서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인수하고 나면 끝이란 선례를 결코 남겨선 안 된다. 그게 언론 정상화의 기본 원칙이 돼야 한다.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돌려내면 될 일이다. 중요한 건 언론 정상화의 의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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