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빨리 조직을 안정화하고 국민 생활·경제에 기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초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수장으로 지명된 김종철 후보자가 4일 정부과천청사 인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밝힌 포부다. 방미통위의 최대 현안으로 조직 안정화를 꼽은 그는 야당을 향해선 위원을 추천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후보자의 말처럼 방미통위는 전신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시절부터 수년간 기형적으로 운영되며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법상 대통령 지명 상임위원 2명, 국회 추천 상임위원 3명의 5인 합의제 기관이었던 방통위는 이동관 위원장이 부임한 2023년 8월부터 줄곧 위원장과 대통령 지명 위원 1명의 ‘2인 체제’로 운영됐다. 과거에도 정권 교체기 전후에 잠시 방통위가 2~3인 체제였던 적은 있었지만,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결이 이뤄진 건 윤석열 정부 때가 처음이었다. 지난 정부의 2인 방통위는 공영방송 TV 수신료 분리징수와 공영방송 이사 해임·선임, 지상파 재허가,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등 굵직굵직한 결정을 내렸다. 방통위의 이 같은 결정은 법원에서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잇따라 나오며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방통위가 방미통위로 개편된 뒤에도 두 달 가까이 위원장 후보자 지명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여야의 위원 추천도 없는 ‘0인 체제’가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방미통위는 국정감사와 2026년도 예산안 심사 등을 초유의 직무대리 체제로 치러야 했다.
이제라도 방미통위를 이끌 위원장 후보자가 지명된 건 환영할 일이지만, 김 후보자와 방미통위 앞엔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8월 개정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의 후속 입법과 KBS·MBC·EBS 이사회 구성이 대표적이다.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취소 판결 등 지난 정부 2인 체제 방통위의 의결 사안 관련 소송들에도 대응해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16일로 예정된 점을 감안하면 ‘김종철호(號) 방미통위’는 이달 중하순쯤 닻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김 후보자 지명을 ‘코드인사’로 규정, “이재명 정부가 방송 장악을 위해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는 점은 이런 전망마저 어둡게 만든다.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헌법재판소에 낸 가처분 신청도 방미통위 안정화의 변수로 꼽힌다. 방미통위 정상화가 지체될수록 방송·미디어·통신 분야, 나아가 언론계 전반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여전히 키는 정치권이 쥐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 후보자와 류신환 비상임위원을 지명·임명한 만큼, 여야는 하루속히 여당 몫 2명과 야당 몫 3명을 추천해야 한다. 김 후보자의 제안처럼 인사청문 과정과 위원 추천을 병행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 직하다.
만약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만 위원을 추천할 경우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이 4명이 돼 전체회의 개의나 의결은 가능해지지만, 방미통위가 정쟁의 중심에 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지난 정부의 과오가 되풀이될 게 자명하다.
김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취임하고 여야가 위원을 추천해 방미통위가 정상 가동된다면 다수결의 논리가 아니라 합의제 기관 취지에 맞는 운영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김 후보자가 공언한 “명실상부한 국민 소통 위원회”를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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