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연한 지난 배터리 수명 연장해 사용… 현장선 사고 우려
[수원센터서 노후 축전지 9년째 사용]
사측 "실무진, 성능 양호하다 판단"
일각 "국정자원 화재 사고 잊었나"
KBS가 사용 연한이 지난 배터리(축전지)의 수명을 연장해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KBS는 “사용에 무리가 없는 상태였고, 내년에는 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와 같은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출범한 KBS 미래성장위원회는 10월 발간한 ‘활동 결과 보고’에서 예산 긴축 과제의 하나로 올해 본사에 있는 노후 축전지 중 1기의 사용기한을 1년 연장했다고 밝혔다. 교체가 미뤄진 축전지는 경기도 수원시 KBS 본사 수원센터의 UPS1호기 내부에 있는 납 축전지로, 2016년에 제조돼 9년째 사용 중이다.
UPS(무정전전원장치)란 정전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방송이 끊이지 않도록 장비에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다. 비상 전력을 공급해 발전기 같은 예비 전원이 완전히 가동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한다. UPS에 사용하는 납 축전지의 경우 오래 사용하면 축전지 내부에서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내부 저항이 발생해 성능이 떨어지고, 안전 사고 위험이 커진다.
해당 축전지를 공급한 세방전지 관계자는 “적정 온도인 25도를 유지했을 때 기대 수명은 5년에서 7년 정도”라며 “이 기간을 넘겨 사용했을 때는 과충전으로 인한 파열 등 안전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납 축전지가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는 과열이나 열폭주 현상, 화재 위험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고 알려졌지만, 사용 기한을 초과할 경우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9월26일 대전 유성구 국정자원에 있는 UPS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용 권고 기한을 넘긴 배터리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수사 결과 작업자의 과실이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행정안전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실제 이상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배터리 제품에 대해서는 권장하는 기간을 지켜서 사용해야 한다는 교훈이 있었고 그렇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KBS 수원센터 UPS1호기는 2,3분기 내부 점검에서 ‘교체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KBS는 방송기술표준에서 내부저항이 기준값의 130%를 초과한 배터리가 전체의 30%를 넘기거나, 기대 수명인 7년을 넘길 경우 전량 교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고칠성 KBS 시설운영단 팀장은 “수원센터 UPS1호기의 경우 기준을 넘기긴 했지만, 전체 내부저항의 평균이 132%로 당장 교체가 필요한 상태는 아니”라며 “현지 근무자들이 불안해 할 수는 있지만 긴급하게 예산을 투입해야 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KBS 본사와 지역 총국의 시설 노후화로 개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 모든 조건에 맞춰 시설을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부 설비의 상태가 양호한 경우 수명을 연장해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미래성장위에 따르면 배터리 1기 사용 연장으로 절감한 예산은 5500만원이다.
예산 긴축안이 미래성장위에 보고된 것에 대해서도 고 팀장은 “해당 내용이 보고된 것은 4월 초로, 1분기 내부저항 측정값이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며 “이후 2,3분기 점검 결과 교체 기준을 넘겼으나 UPS1호기가 고장 나더라도 병렬 운전 중인 UPS2호기를 통해 전력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예산 긴축을 철회하지 않았다”고 했다. 고 팀장은 “제가 실무자로서 판단해 내린 결정이며 경영진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KBS에서 전력 업무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해 “수명이 만료된 배터리는 교체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또한 “팀장급 실무진이 배터리 교체를 내년 사업 후순위로 보고를 올릴 수는 있지만 교체 계획 자체를 삭제할 수 없고, ‘수명 연장이 된다, 안 된다’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미래성장위가 이사회에 축전지 교체 비용 절감안을 보고한 것에 대해서도 “미래성장위는 국장급 간부가 비용 절감 계획을 세우고 결정하는 위원회로, 실무진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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