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통위가 답할 때… 유진 YTN 최대주주 자격 박탈하라"

언론노조 YTN지부, 승인취소 판결 자축
"유진 할 일은 항소 아닌 YTN 떠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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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5일 서울 마포구 YTN 사옥 로비에서 <유진 즉시퇴출! YTN 정상화!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구호를 외치고 있는 YTN 조합원 100여명의 모습.

법원이 YTN 최대주주를 유진그룹으로 변경한 과거 윤석열 정부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현 방미통위)의 승인 처분을 취소한다고 최근 판결하며 이 의미를 YTN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결의대회가 5일 열렸다. 이날 오전 11시50분 서울 마포구 상암 YTN 사옥 로비엔 100여명이 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들이 모여 “내란 결탁 유진 퇴출”을 외쳤다.

이날 기준 쟁의 198일째. 긴 투쟁 기간 간만에 들려온 반가운 소식에 결의대회는 자축의 분위기였다. 평소보다 밝은 표정의 조합원들 사이엔 ‘유진 퇴출’ 문구를 들고 로비를 돌아다니는 공룡(?)도 있었다. 전준형 YTN지부장은 이날 투쟁사에서 “조합원 여러분들이 없었으면 여기까지도 오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지금 16대 집행부가 얻은 성과는 14·15대 집행부가 닦아놓은 길을 묵묵히 이어갔을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지부장은 앞선 법원 판결에 대해 “공적 소유 구조를 멋대로 천박한 자본에 넘겼던 2인 체제 방통위의 처분에 대해 사법부가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제 마지막 한 단계가 남았다”며 “방미통위가 유진의 최대주주 자격을 취소하고 다시 재심사해서 부적격이란 판단을 내리면 이제 YTN은 다시 공적 소유로 공식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회사와 유진그룹의 엄청난 마타도어가 있을 것이고 노조를 분열시키기 위한 수많은 시도들이 있을 것이다. 제가 당부 드리고 싶은 한 가지는 끝까지 단결하자는 것”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YTN의 역사를 새로 쓰고, 저렇게 싸우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대한민국 언론사의 모범으로 남을 거다. 그날 제 춤이 보고 싶으시면 끝까지 믿고 함께 싸워주시라”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5일 서울 마포구 YTN 사옥 로비에서 <유진 즉시퇴출! YTN 정상화!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공룡탈을 쓰고 로비를 돌아다니던 조합원 2인 중 하나.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11월28일 YTN 최대주주를 유진그룹으로 변경한 2024년 2월 ‘2인 체제’ 방통위의 승인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방통위의 승인으로 공기업들이 대주주였던 YTN은 민영화됐다. 언론계에선 윤석열 정권이 민간기업을 통해 외주 언론장악에 나선 것이란 시선이 나왔다. 이후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장치를 무력화한 채 사장, 보도책임자 인선이 이뤄졌고, ‘윤석열·김건희’ 관련 비판이나 풍자가 금지되는 일도 나왔다. 누적된 내부 문제제기 가운데 노사 임단협 협상이 최종 결렬되며 쟁의권을 얻은 노조가 투쟁을 이어오던 중 이번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2인 체제’ 방통위의 의결절차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문에서 “(방통위법은)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을 형식적으로 요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고(방통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실질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최소한의 위원, 즉 3인 이상이 재적하는 상태에서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정원 5인 중 2인의 위원만으로 이 사건 처분을 의결한 것은 의결정족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의결절차상 하자가 있어서 위법하다”고 했다.

이날 YTN 보도국에 소속된 한 조합원은 결의대회 발언을 통해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YTN 보도국 과학기상부의 장아영 조합원은 “저는 오늘 결의대회가 아니라 축하 자리로 알고 왔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저는 이번 파업, 이번 투쟁의 의미가 그동안 망령처럼 있었던 민영화, 사영화에 대해 어떤 결론을 우리가 낼 수 있었던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늘 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팔렸는데 어쩔 거야. 현실을 생각해. 이제 끝난 거야’ 현실만 생각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 지난해 4월 대규모 인사가 나고 조합에서 올린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됩시다. 기억하고 기록합시다’란 글을 힘들 때마다 보면서 스스로를 달랬다. 우리는 지금까지 잘 알았고, 싸워왔고, 이길 것”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5일 서울 마포구 YTN 사옥 로비에서 <유진 즉시퇴출! YTN 정상화!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투쟁사 중인 전준형 YTN지부장.

해당 판결로 방미통위에 시선이 쏠리는 형국이다. YTN지부는 이날 투쟁 결의문에서 “마지막으로 정부기관인 방미통위가 답할 때”라며 “방미통위 구성이 완료되면 최우선적으로 YTN을 불법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유진그룹의 최대주주 자격을 즉각 박탈하라”고 밝혔다. 이어 “YTN이 다시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 세력의 선전도구나 천박한 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내란 정권 유진강점기 하에서 오랜 세월 고통받은 YTN 구성원들이 다시 제대로 된 언론인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미디어 관리 감독기관으로의 역할을 다하라”고 강조했다.

유진이엔티(유진그룹)는 4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하며 소송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판결이 2인 체제 방통위의 의결 절차상 하자를 인정한 내용이었고, 이 같은 1·2심 본안만 10여건에 이르지만 판단이 엇갈려 온 만큼 항소 절차를 진행했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유진이엔티는 11월28일 서울고등법원이 MBC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PD수첩 대통령 전용기 배제 보도 관련 제재 취소소송’을 주요하게 거론했다. 법원은 MBC에 대한 제재가 부당하다고 봤지만 2인에 의한 의결은 절차적으로 위법하지 않다며 1심과 다른 판단을 했다.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연대사에서 “유진그룹이 YTN 정상화를 위해 해야 할 오직 단 하나의 행동은 지금 즉시 YTN을 떠나는 것뿐이다. 항소 운운하며 시간을 더 끌어봐야 파멸의 늪에 빠져들 것”이라며 “방미통위가 해야할 첫 번째 과제는 YTN 최다액출자자 승인 과정을 즉각 재검토하는 것이다. 이미 수천억원의 자본을 투자했는데 어떡하냐는 온정주의에 빠질 게 아니라 승인 과정을 법과 원칙에 따라 살피고 불법하다면 취소할 것을 방미통위 위원장 내정자에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5일 서울 마포구 YTN 사옥 로비에서 <유진 즉시퇴출! YTN 정상화!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구호를 외치는 조합원 모습. /언론노조 YTN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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