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협회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 폐기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했다고 2일 밝혔다. 불명확한 ‘인용’ 기준으로 규제대상을 확대하고, 의견 영역까지 반론보도 대상으로 포함했으며, 정정보도 크기·게재 방식을 규정한 법안이 언론의 역할을 심대히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요지다.
우선 신문협회는 이날 의견서에서 “개정안이 언론중재 대상에 보도의 ‘매개’ 뿐 아니라 ‘인용’까지 포함한 것은 규제 범위를 불필요하게 확대해 원보도와 동일한 수준의 규제·책임을 인용 기사에까지 적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인용’의 기준이 불명확해 어떤 보도 행위가 규제 대상이 되는지 언론사가 미리 예측하기 어려워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평했다. 언론보도 과정에서 인용은 기사 전체 또는 일부, 타 매체 요약이나 재구성, 링크만 제공, SNS 소개 등 다양한데 이에 대한 기준이 없고, 이는 특정 보도가 규제대상이 되는지 언론사의 예측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정정보도 청구기간을 기존 ‘보도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 보도 후 6개월 이내’에서 ‘보도 후 2년 이내’로 대폭 연장하고, 일부 경우엔 기간제한 없이 정정·삭제 청구를 허용한 것에 대해서도 신문협회는 “정당한 근거 없이 언론사에 과도한 부담을 부과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현 언론중재법은 정정보도 청구에 대해 언론사의 고의·과실, 위법성을 요구하지 않고 피해자가 피해발생 사실과 정정 필요성을 주장하면 되는 구조인 만큼 현 청구기간이 피해자에게 과도하게 불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문협회는 개인이 보도를 인지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오히려 짧아졌는데 일률적인 기간 연장은 언론보도 기능과 피해구제 사이의 법익 균형을 해칠 수 있다는 논거도 들었다.
이 같은 신문협회의 비판은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인 노종면 의원이 발의한 ‘언론중재법’과 관련이 있다. 법안은 언론중재 대상과 반론보도 적용범위 확대, 정정보도 청구기간 연장, 정정보도 게재 위치·방식에 대한 규정 등을 담았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담은 민주당 최민희 의원(언론개혁특별위원장)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안의 의결을 전제로 언론과 연관 있는 언론중재법에 추가 조치를 한 성격이다.
법안은 반론보도 적용 범위를 기존 ‘사실적 주장’에서 의견·평론 영역까지 넓힌 개정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신문협회는 “이와 같은 구조가 현실화될 경우, 단순히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반복적인 반론 청구가 제기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언론사의 편집권과 비판 기능을 약화시키는 효과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신문협회는 “특히 공직자·정치권력·대기업 등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주체는 반론보도청구 제도를 활용해 비판기사를 압박하거나 보도를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오히려 권력자 등 영향력 있는 주체의 ‘(전략적) 청구 남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고 이 과정에서 ‘사실적 주장’이 아닌 부분을 문제 삼는 경우가 이미 상당한 현실에서 나온 지적이다.
법안이 신문사의 정정보도 게재 방식을 ‘원 보도 지면 좌상단’으로 강제하는 부분 역시 언론의 자유 및 신문 편집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란 비판도 담겼다. 신문협회는 “신문기사의 위치와 형태는 신문사의 정책 및 편집 원칙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며 “가령 1면 전체 기사 중 극히 일부 사실에 대해 정정·반론보도 등을 해야하는 경우에도 원 보도 지면의 좌상단에 게재하도록 하는 것은 신문의 편집권을 직접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정보도 방식을 일률적으로 규정해 규제하는 입법은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부연했다.
불명확한 개념정의, 사실입증 책임의 전환,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 망법에서 우려가 나온 요소가 언론중재법에도 담긴 지점도 거론됐다. 신문협회는 “‘보도될 경우 타인을 해하게 될 것이 분명한 기사’로 정의한 ‘허위조작보도’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자의적 판단 위험을 초래하는 등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이 보도가 사실임을 입증할 자료 제출을 요청할 경우 언론사가 이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의무화한 데 대해서도 “취재원 보호와 편집권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여러 차례 확정 판결을 받은 허위조작보도 등에 대해 문체부 장관이 10억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하게 한 조항에 대해서는 “행정부가 언론사에 대해 직접적인 금전 제재를 부과하는 구조로, 정부가 언론보도 내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열어주는 결과를 낳는다”고도 했다. 신문협회는 헌법재판소의 그동안 여러 결정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고도 언급하며 “현재도 언론사는 현사처벌, 민사상 손해배상, 정정보도 의무 등을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고액과징금까지 더해지면 동일 보도에 대해 여러 종류의 책임을 중복해서 부담하는 ‘삼중 제재’ 구조가 형성된다. 비례성 원칙 측면에서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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