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민영화 위법' 판결… 원상복귀 가능할까
[행정법원 "2인 방통위 승인 처분 취소"]
재판부, 의결절차상 하자 있다 판단
방미통위 위원회 구성 난항 등 변수
유진그룹 최대주주 지위 그대로…
재심사 아닌 항소땐 상당시일 예상
법원이 과거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민영화된 YTN의 운명이 다시 기로에 놓였다. 당장 유진그룹의 최대주주 지위가 상실되진 않지만 ‘2인 체제’ 방통위의 의결 절차 하자를 이유로 미디어기업 인수를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이 나왔다는 의미가 크다. 다만 아직 위원회 구성이 되지 않은 방미통위 상황, 항소 의사를 밝힌 유진그룹 행보를 볼 때 신속한 ‘원상복귀’를 장담하긴 쉽지 않은 여건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YTN 최대주주를 유진그룹으로 변경한 2024년 2월 ‘2인 체제’ 방통위의 승인 처분을 취소한다고 11월28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문에서 “(방통위법은)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을 형식적으로 요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고(방통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실질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최소한의 위원, 즉 3인 이상이 재적하는 상태에서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정원 5인 중 2인의 위원만으로 이 사건 처분을 의결한 것은 의결정족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의결절차상 하자가 있어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판결은 윤석열 정부 방통위가 ‘2인 체제’에서 밀어붙인 여러 안건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사례에 포함된다. 지난해부터 법원에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 ‘EBS 사장 임명’, ‘방송사 과징금 부과’ 등에 대해 ‘2인 체제’를 사유로 효력을 정지·취소한 결정이 잇따랐다. 특히 YTN 우리사주조합 등이 제기한 이번 본안 소송의 경우 앞서 가처분 신청이 두 차례 기각된 것과 달리 전향적인 결과다. 무엇보다 공영방송 인사나 과징금 부과를 취소한 정도의 과거 판결과 비교해 약 3200억원이 오간 미디어기업 인수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판단이란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1심 판결에 따라 시선은 소송 당사자인 방미통위의 항소 여부로 쏠리고 있다. 아직 위원회(7인)를 구성하지 못한 방미통위 대신 법무부가 소송을 지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윤석열 정부 시절 방통위, 방송통신심의원회가 방송사에 내린 과징금 부과 등 중징계가 법원에서 줄줄이 취소 판결을 받자 항소 포기를 지휘한 바 있다. 이번 YTN 판결 역시 전임 정부 방통위의 ‘언론탄압’ 관련 패소 사례로서 유사한 행보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판결문이 오면 검토한 뒤 판단하겠다”고만 답했다.
방미통위가 판결문 송달일로부터 2주 안에 항소를 하지 않으면 판결은 확정된다. 방미통위는 법원 결정을 이행하거나 재심사를 거쳐 유진그룹의 지위를 최종 결정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지분 소유나 최다액출자자 지위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의결권 등 지배권 행사에 제약이 생기는 만큼 유진그룹으로선 방송사 지분 보유 의미가 사라질 수 있는 변화다. 판결이 이대로 확정되거나 재심사에서 탈락할 경우 방미통위로부터 6개월 이내 지분 처분 등 시정명령 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
방미통위의 판단과 별개로 유진그룹은 적극적으로 불복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유진기업은 판결 당일 “유진그룹은 본 소송의 보조참가인으로 자체 항소가 가능하다”며 “법원의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를 적극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행정소송법상 방통위 승인 처분의 직접적 당사자이자 원고의 반대 입장에 있는 ‘공동소송적 보조참가인’으로 유진그룹의 독립적 항소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YTN 간부회의에선 이 같은 방침이 내부 공유되기도 했다.
유진그룹으로선 곧장 방미통위에서 재심사를 받는 대신 상급심을 가는 게 한 번 더 기회를 얻는 방안일 수 있다. 방통위의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한 법원 판결이 여러 차례 나온 터, 상급심 승소 가능성이 높거나 소송 실익이 크다고 보긴 어려운 여건이다. 하지만 현 정부·여당의 YTN 관련 기조를 고려할 때 재심사 결과를 낙관하기 쉽지 않은 만큼 법리 다툼을 해보는 게 최선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법정공방이 장기화됐을 때 YTN 지배구조의 원상회복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11월28일 판결 직후 성명에서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환영의 뜻을 밝힌다”며 “이제 정부가 답할 때다. YTN을 정상화하기 위해 방미통위를 즉시 정상화하고 유진그룹의 최다액출자자 자격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보도전문채널은 시청자의 신뢰라는 토대 위에 존재가 가능하며, 공공성과 공적책임을 최우선 가치에 둬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이 지켜지기 위해선 유진그룹을 즉각 YTN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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