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안녕하세요? 이 글을 우연히 읽고 계신 여러분께 안부를 묻습니다. 오늘은 연재 마지막 날입니다. 언제나 모든 일에는 끝이 있지만 섭섭합니다. 정제되지 않은 형태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동안 제 이야기를 하며 너무 개인적인 일을 말하는 건가 싶어 주저하기도 했지만 결국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건 거대한 담론보다 개인이 느끼고 겪은 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저는 요즘 어떻게 해야 다정한 마음을 지닐 수 있을지에 대해 탐구하고 있어요. 보통 다정하다고 하면 마음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태도를 떠올리실 텐데요,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마음도 습관 들이기 나름이며 다정해지기 위해서는 단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타인을 따스하게 배려하는 일은 상대를 진정으로 들여다보려고 노력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고백을 해보자면 사실 저는 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을 대할 때 맺고 끊음이 확실하고 냉정하지요. 저에게는 상대의 부탁을 거절하는 일이 어렵지 않습니다. 내 안에 갇혀 나만 생각하고 이기적으로 굴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모질게 굴면 도리어 스스로가 괴롭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날 선 말을 내뱉고 나면 속이 시원해야 하는데 돌아서자마자 후회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지요. 내가 나라는 이름으로 존재할 수 있는 건 나와 너의 다름을 친히 증명해 주는 타인 덕분입니다. 어떻게 다정한 마음을 지닐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 답은 가까이에 있더군요. 집에서 식구를 반갑게 맞아주고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들어주면 됩니다. 둘러앉아 같이 밥 먹는 사이를 ‘식구(食口)’라고 부른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식구들과 마주 앉아 푸지게 밥 먹고 이야기 나누며 따뜻한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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