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법은 없다" 민주당 망법에 '전면 재고' 요구

언론학회 새 집행부 첫 현안 토론회
12월 법안 처리 가능성에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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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 강의실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주최 토론회.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김민정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학술 세미나에 오는데 ‘꼭 막아달라’는 부탁과 응원의 메시지를 몇 번 받았다”며 “그래서 어깨가 더 무겁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치인도, 시민운동가도 아닌 언론학자인 그에게 무엇을 간절히 ‘막아달라’고 했을까. 그것은 이날 토론회의 주제이기도 한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정확히는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23일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안이다.

이미 언론 현업단체를 비롯해 여러 단체·단위에서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법조계와 학계 등에서도 혹평이 나왔던 그 법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12월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와 4일 전체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언론·시민사회는 물론 언론학계도 분주해졌다. 출범 한 달 된 언론학회 새 집행부가 첫 번째 현안 토론회 주제로 망법 개정안을 택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제52대 한국언론학회가 27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허위정보 규제와 표현의 자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쟁점과 파급 효과'를 주제로 첫 번째 현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고은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주를 이룬 견해도 그동안 쏟아진 비판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지금껏 나온 허위조작정보 규제 법안 중에서 “끝판왕 같은 최악”이라는 혹평부터 “체계적으로 특이하다”는 평가까지 쓴소리가 이어졌다. 법안을 논평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지적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 그러니 개정안을 폐기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이날 토론의 중론이었다. 폐기까진 아니더라도 많은 부분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등 최소한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돼선 안 되다는 데는 모든 참석자의 견해가 일치했다. 허위정보를 억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토록 어렵고 소중하게 확대해 온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였다.

기본권 제한하면서 졸속에 모호한 내용 수두룩… “폐기가 마땅”

문제의 망법 개정안을 꼼꼼히 분석해 “잘근잘근” 비판한 김민정 교수의 결론은 명쾌했다. 김 교수는 “개정안은 폐기돼야 마땅하고, 접근법의 근본적 재검토와 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선 이 법이 “규제 중심 접근”에 “처벌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위헌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허위(조작)정보 규제엔 정치적 비판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기에 언론보도 위축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엄격한 헌법적 심사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모호한 개념 정의에 ‘타인을 해할 의도’ 추정 조항 등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과 과잉금지 원칙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개정안 제44조의7 2항은 “불법정보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하더라도” 허위정보의 유통을 금지한다고 했는데, 여기엔 실수로 전달된 오정보나 언론의 오보도 포함될 수 있다. 이를 두고 김 교수는 “세상에 이런 법은 없다”며 “불법정보로 판단이 돼야 금지하는 거지 불법정보인지 알 수 없는데 규제부터 한다? 허위표현 중에서 구체적 피해가 있는 경우에만 법적 규제가 타당성을 가진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이 “졸속”이란 점도 재차 지적했다. 오타는 물론이고, 기존 법체계와 조정이나 검토 등 없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속도 중심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일례로 개정안 제44조의10 제4항은 “비록 정보통신망을 통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정보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유통될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 유포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오프라인 자리에서 한 얘기를 같은 자리에 있던 누군가가 SNS 등에 올리거나 했다면 애초 발언한 사람이 징벌적 손배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발화자를 망법으로 규율하는 것은 법체계상으로도 맞지 않을뿐더러 형법, 민법, 언론중재법 등과의 중복·과도 규제 가능성이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게다가 기존 법체계에서 허위조작정보를 규율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사실을 말하거나 보도해도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하는 나라다. 민·형사 책임은 물론이고 언론중재법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서도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법과 제도를 그대로 둔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더 ‘센’ 법안이 나온 것이다. 최진응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행 규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민사 처벌과 플랫폼 규제가 강화됐다”며 “표현의 자유 제약 측면에선 부정적 영향을 주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제52대 한국언론학회가 27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허위정보 규제와 표현의 자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쟁점과 파급 효과'를 주제로 첫 번째 현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고은 기자

특히 강한 제약을 받는 쪽은 언론이다. 언론은 기존 규제에 더해 개정안 제44조의10이 사실상 의미하는 소위 ‘영향력’ 때문에 더 큰 책임을 질 수 있다. 김민정 교수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영화 ‘스파이더맨’의 대사를 언급, 직관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징벌적 손배나 행정 제재와 연결하면 위험하다”고 지적하며 “영향력 있는 발화자가 ‘내가 말 한마디 잘못해서 징벌 손배 갈 수 있는 거 아냐?’ 이런 식으로 위축된다면 공론장은 축소될 것이고 여기엔 전통 언론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사실만 얘기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쉽게 반문할 일도 아니다. 사실과 허위의 판명엔 때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박근혜 정부 때 비선 국정농단도 처음엔 오보로 여겨졌고, 루머인 줄 알았던 계엄설은 몇 개월 뒤 현실이 됐다. 김 교수는 “영향력 있는 사실 전달 업자는 더 규제할 대상이 아니라 더 보호할 대상이다. 민주적 공론장 형성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 주체를 더 가중에서 처벌하는 개정안의 기본적 방향성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망법이 한국형 DSA? “비교조차 불가”

규제 중심에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개정안이 온라인 플랫폼의 ‘책무’를 강화하는 방향의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채정화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법안이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채 연구원은 “온라인상 불법정보 등에 대응하는 세계 각국의 방식은 다르지만,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경향은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온라인 플랫폼상에서 접하는 콘텐츠는 글로벌 환경에 놓여 있는데 (우리는) 자국 내 현상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분석해 ‘한국형 DSA’를 표방한 이번 망법 개정안과의 비교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도 털어놨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 설계’에 초점을 맞춘 EU의 DSA와는 닮은 구석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도저히 비교할 수가 없더라”며 “‘한국형 DSA’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애초에 이번 개정안이 온라인상에서의 이용자 보호와 건전하고 안전한 이용 환경 조성이라는 망법의 입법 목적과 다른 길로 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번 개정안이 과연 ‘누구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정은령 세명대 교수는 “(이 법안이) 허위정보 억지라는 그 목표를 위해 날아가는 화살인가. 그걸 내세워 뭘 하고 싶은가”라고 물었다.

20년전 이 법이 있었다면 ‘황우석 보도’ 가능했을까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위 위원장이 10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언론개혁특위 허위조작정보 근절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노종면 간사와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영흠 성신여대 교수는 얼마 전 방송 20년을 맞은 MBC ‘PD수첩’의 황우석 보도를 거론하며 “20년 전 이 법이 있었다면 PD수첩 보도가 가능했을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그는 “당시 여론의 절대적 지지를 받던 황우석 교수에 대해 PD수첩이 ‘타인을 해할 의도’로 ‘반복적’으로 허위정보를 전파한다고 주장했다면 보도는 허무하게 내려야 했을 것이고, 애초에 제작진이 용기를 못 내 취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익을 위해 진실을 침묵시키려 했던 20년 전 한국 상황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면서 언제든 쉽게 미끄러질 수 있는 ‘기름진 비탈길’에 한국 사회를 비유했다. 그는 “우리 시민사회가 1년 전 민주주의를 지켜낸 저력도 보여줬지만 오히려 쉽게 전체주의에 경도될 수 있는 위험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법안을 추진하고 지지하는 분들이 시민사회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극구 관철하려 하거나 합리적 비판조차 적대시하는 걸 보면서 큰 우려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법치주의의 본질은 입법자 다수 정당의 만능을 허용하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입법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헌법상 한계를 준수하는 게 법치주의의 핵심”이란 것이다. 김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명확성 비례원칙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수범자가 예측 가능하도록 명확해야 하고,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적절한 수단이 있으면 방도를 찾아보라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민주사회의 원칙에 비춰볼 때 이번 개정안은 전면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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