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조선 유료화 차이점은 '서비스 설계'에 있다
[두 기성언론의 비슷한 듯 다른 디지털 수익모델]
[중앙] 더중플, 타깃층 반응 데이터화… 기획·생산 등 적용할 인프라 구축
[조선] 조선멤버십, 회원에 유익한 콘텐츠 주고 멤버십 혜택으로 일상 지원
조선일보가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선보인 지 한 달여만에 상당 성과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 기성언론 중 중앙일보가 2022년 ‘더중앙플러스’(더중플)를 통해 디지털 유료화에 첫발을 뗀 지 3년 만에 나온 행보는 드물던 국내 언론의 디지털 수익모델 개척 시도이면서 양사 간 다른 접근으로 이목을 끈다. ‘후원제’, ‘로그인 월’ 등 전초 작업을 지속한 매체들이 잇따라 수익모델 관련 움직임을 보이며 이 역시 주목할 만한 시점이다.
조선일보가 10월15일 ‘조선멤버십’을 선보인 지 한 달여 만에 회원 1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료 멤버십 가입자 중 약 60%가 기존 신문 구독자이고, 연간 결제자 비율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선 관계자는 24일 서면 답변에서 “아직 가입 회원 수와 유형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긴 어렵다”며 “설정한 목표대로는 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다각적 평가가 요구되지만 2022년 10월 유료 플랫폼 더중플을 출범한 중앙일보보다 초기 성장세가 가파르다. 출범 1~2개월 즈음 더중플 유료 회원수는 5000여명이었다. 11월 중순 현 유료 회원수는 확인되지 않지만 ‘누적 유료 회원수’는 연초 목표였던 20만명에 약간 미달했다는 게 내부 공유된 상황이다.
언론계로선 중앙이 디지털 유료화를 실행한 국내 유일 대형 기성언론으로서 포지션을 점했던 시기를 지나 3년 만에 추가 시도를 마주했다. 시기와 상황이 다른 만큼 단순 ‘숫자’ 비교보단 ‘유료화 책정 금액’ 등 출발 방식의 차이가 주목된다. 우선 중앙일보는 첫 1년간 월 9000원(첫 달 4900원), 이후엔 월 1만5000원의 구독료(신문 구독자 월 5000원)를 책정했는데 출범 초기와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국내 언론과 가격 비교는 불가능했고 여타 콘텐츠 서비스, 소비자조사·심층인터뷰를 바탕으로 금액을 정했다. OTT와 유사한 가격엔 뉴스 유료화 첫 시도로서 의미가 고려된 것으로 해석됐다. 데이터 오염을 우려해 기업 대상 판매를 지양하는 행보도 보였다.
반면 조선일보는 일반 가입자 월 5900원, 신문 구독자 월 2900원의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다. 신문 구독자를 디지털 유료화 ‘시드 독자’로 삼으며, 초기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출범 시 40개 넘는 정치·역사·교육 등 코너로 다양한 연령대를 타깃팅 했지만 “가장 반향이 큰 콘텐츠는 명의와 식품 영양 전문가가 직접 쓰는 ‘건강 리셋’ 삼부작”(17일자 조선일보 2면)이라 밝힌 만큼 신문 독자와 교집합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향이 임계치에 달했을 때 확장세가 유지될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양사 모두 ‘콘텐츠’를 핵심으로 강조하고 ‘부가 혜택’도 제공하지만 ‘서비스 설계’ 면에서 방점의 차이가 있다. 중앙은 구독자를 대상으로 머니랩의 투자 설명회, ‘간첩 시리즈’ 등장인물과 만남, 임윤찬 콘서트 ‘아트 멤버십(R석 기준 65만원)’ 판매 등을 하면서 연재와 연관성이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중앙 관계자는 21일 서면 답변에서 “단순 부가 혜택이 아니라 ‘콘텐트와 연계된’ 서비스와 혜택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라 밝혔다.
조선은 콘텐츠 연계와 큰 상관없이 회원에게 주는 혜택을 설계했다. 자사 주최 마라톤 대회, 여행상품, 상조, 장례비 등 25개 분야 사전예매, 할인 등의 가입 특전을 강조했고, 온라인 쇼핑몰인 ‘조선멤버십몰’에서 현금처럼 쓰는 포인트를 매월 7000원 제공한다. 회원 입장에선 내는 돈보다 받는 혜택이 큰 구성이다. 중앙그룹이 메가박스나 휘닉스파크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계열사를 더 많이 지녔고, 조선은 미디어 계열사가 다수란 점에서 이례적이기도 하다.
조선 관계자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지만 한국 언론 환경의 특성상 콘텐츠만으로 유료화에는 한계가 크기 때문에 멤버십 서비스의 혜택을 결합한 것”이라며 “회원이 되면 콘텐츠를 통해 유익하고 즐거운 정보를 얻고, 멤버십 혜택을 통해 일상 생활을 더 풍부하게 누릴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저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서비스는 다른 언론사가 따라오기 힘든 조선일보만의 강점”이라 덧붙였다.
출발 시기부터 다른 만큼 디지털 전환 면에서 현재 양사의 역량 차이는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중앙은 “한국 시장에서 최초로 프리미엄 유료 구독서비스를 시작하고, 계속 개선하며 성장해”왔고, 자체 플랫폼을 통해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는 이용자군을” 수년간 만들어 온 점에서 독보적이다. 언론사 핵심 상품인 콘텐츠에 대해 ‘타깃한 독자층의 반응이 있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하고, 기획·생산·조직운영에 반영할 수 있는 인프라와 역량은 국내에서 희소하다. 특히 편집국 다수 기자들이 ‘전략 콘텐츠’를 제작해오며 수년간 축적한 경험은 대체 불가능하다.
조선에서도 편집국, 문화사업단, AD본부, 비비드몰, 헬스조선, 땅집고 등의 부서·계열사가 관여하고 경영기획본부가 총괄하는 전사적 행보는 유사하지만 아직 유료화 실행이 조직 전반에 퍼졌다고 보긴 어렵다. 멤버십 전용 콘텐츠를 전문기자·선임기자 중심으로 담당하며 일선 기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는 상황은 대표적이다. 조선 관계자는 “성공적인 모델이 나온다면 일선 기자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이번 조선의 시도로 국내 언론은 유료화의 또 다른 방식을 마주한 측면이 있다. 중앙이 견지해온 ‘정통’의 방식은 ‘숫자’로 드러나는 성과 면에서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국내 신문사 디지털 부문 한 관계자는 “둘 다 콘텐츠와 혜택이 블렌딩됐지만 중앙이 지불장벽을 넘을 만큼 필요하거나 재밌는 콘텐츠를 주는 방향이라면 조선은 돈을 좀 더 내면 당신에게 실질적 이득이 된다는 다른 접근을 보이고 있다”며 “경제 콘텐츠와 비교해 종합일간지가 매력적인 상품을 꾸려가는 단서일 수 있지만 매체 외 그룹 차원의 역량이 필요한 방식이라 고민은 남는다”고 했다.
방법과 순서, 속도엔 차이가 있지만 국내 다수 매체에서 유료화 시도는 지속 중이다. 한국일보는 5일 사고를 통해 통합멤버십 전용 콘텐츠 ‘한국일보 프리미엄’의 출범을 알리며 유료화 전초 작업을 본격화했다. 6월 말 뉴스룸에 인사이트룸을 신설하고 실장을 발령낸 후 베테랑 4~5인 기자가 뉴스룸 콘텐츠운영부와 협업해 연재를 진행 중이다. 신문 무료 구독, 커피쿠폰, 야구 초대권, 골프 갤러리 입장권 등 멤버십 혜택 확대를 위한 고민도 하고 있다.
앞서 2021년 5월 ‘후원회원제’를 도입하고 ‘서포터즈 벗’을 운영해온 한겨레는 유료화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을 지닌 상태다.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은 아니지만 그간 수천명이 후원하고 매달 정기후원금을 내며 ‘광고와 판매’ 외 수익구조 가능성을 엿보고, 충성독자의 규모를 키워온 여건이 배경에 놓인다.
특히 2024~2025년 ‘로그인 전용 콘텐츠’를 처음 론칭하고, 관련 연재만으로 이뤄진 ‘오늘의 스페셜’을 확대 개편하며 본격 웹 회원 확대에 나섰다. 정치적 국면마다 진행한 각종 이벤트와 더불어 실제 웹 회원 규모가 2년 전에 비해 크게 늘어나는 경험도 했다. 뉴스룸 뉴콘텐츠부에서 로그인 전용 콘텐츠를 관리하고, 선임·전문기자 이외에 일선 기자들도 로그인 콘텐츠에 참여하고 있다.
한겨레 관계자는 “신규 상품과 서비스 론칭 등은 모두 일관된 전략적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내부에선 여러 각도로 후원제를 아우르는 큰 틀의 새로운 디지털 수익모델과 관련한 논의와 검토를 하고 있다. 구체적 모델이 있지만 아직 공개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24일 서면 답변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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