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방송법 개정 3개월째 빈손… "달라진게 없다"

방미통위 '0인'… 실질 시행 어려워
야권 이사들 낸 헌소·가처분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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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독립성 강화’를 목표로 개정된 방송법이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KBS의 변화는 요원하다. 방송법에 명시된 주요 내용들이 시행되지 못한 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8월26일 공포된 방송법 부칙에 따라 KBS 이사회는 3개월 이내인 11월26일까지 새로 구성돼야 한다. 그러나 관련 절차는 답보 상태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 단체를 선정해야 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0인 체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 방송법은 기존 11명인 이사 수를 15명으로 확대하고, 추천 주체 또한 △국회(6명) △시청자위원회(2명) △임직원(3명) △방송·미디어 학회(2명) △변호사 단체(2명)로 다양화했다. 방송법은 이 중 미디어 관련 학회와 변호사 단체를 방미통위 규칙으로 정하게 했다. 방미통위가 추천 단체를 결정해야 이사 선임 등 후속 절차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야권 측 이사들이 제기한 헌법소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인철 이사를 포함한 야권 측 이사 6명은 9월12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사 임기를 사실상 3개월로 제한한 방송법 부칙이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였다.


25일 현재까지 가처분 선고 기일은 잡히지 않았고, 헌법소원은 9월23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 회부돼 심리 중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방미통위가 구성되더라도 새 이사 선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새 이사회 구성이 늦어지면서 현 이사회가 개정된 방송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개정된 방송법 내용을 정관에 반영하는 절차는 이뤄졌지만 형식에 그친다. KBS 이사회는 10월15일 △이사 증원 △이사 추천 주체 및 임명 절차 변경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 구성 및 운영 △사장 선임 시 특별다수제 시행 등을 담은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관련해 본격적인 논의가 언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정관 개정 직후 이사회에서는 “이사회가 마련해야 할 국민추천위원회 독립성 보장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진행된 것은 없다. 정재권 KBS 이사는 “방미통위 규칙 제정이 먼저”라며 “새로 구성된 이사회가 논의해야 할 내용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KBS 내부에서도 방송법 시행 3개월이 지나도록 “달라진 게 없다”는 토로가 나온다.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설치와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도 법에 명시됐지만 시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방미통위 규칙 제정이 이뤄져야 전체 편성위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방송법 제4조는 편성위원을 추천하는 종사자의 범위 및 종사자 대표의 자격요건은 방미통위 규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승철 KBS 기자협회장은 “2001년 제정된 기존 편성규약에 따른 편성위만 운영 중”이라며 “개정된 방송법에 따라 방송편성규약 제·개정을 추진할 편성위원회 구성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결론을 내지 못해도 논의는 할 수 있는데, 사측이 이를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편성위원회 구성이 늦어지면서,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의 법적 시행 또한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방송법 제24조는 보도책임자의 범위와 동의 절차 등 세부 사항을 편성위 의결을 거쳐 방송편성규약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KBS 노사는 2019년 보도국장을 포함한 5개 주요 국장에 대한 임명동의제 시행에 합의했으나,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박민 전 KBS 사장 당시 사측이 단협에 명시된 임명동의제 삭제 등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고, 이로 인한 무단협 사태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노조에서는 임명동의제 시행 대상을 두고 ‘편성규약에 따른 보충 교섭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사측은 사실상 임명동의제를 인정하지 않고, 최소화하겠다는 태도만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방미통위 정상화 전에는 방송법의 실질적인 시행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현 본부장은 “개정 방송법의 시작점은 편성위원회 구성”이라며 “법은 시행됐지만 방미통위 규칙이 만들어지지 않아 한 발자국 나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승철 협회장 역시 “사실상 방송법을 개정한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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