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틀막' 닮아가는 민주당의 언론개혁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허위조작정보(이른바 가짜뉴스) 처벌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비판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 권력 풍자에 대한 ‘국기문란’ 운운 등 언론에 대한 여당의 적대적 태도가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허위조작정보 처벌을 위시한 이른바 언론개혁 법안 추진이 정파적 유불리에 좌우된다는 의심을 받을 경우 추진력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여당이 추진하겠다는 정보통신망법(망법)이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여전히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가령 10월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망법 개정안은 허위조작정보임을 알면서도 타인을 해할 의도로 손해를 가한 경우 최대 5배의 배상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뼈대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은 표현의 자유 보호와 허위정보 규제라는 공익성 사이에 현저히 균형을 잃고 있다. 최 의원은 평소 “미국에서도 허위조작보도로 900억원이 넘는 징벌적 배상 선고가 있었다”며 징벌적 배상금 부과가 글로벌스탠다드인 양 주장해 왔다. 하지만 언론사가 입증책임을 지고 있는 우리와 달리 피해자가 언론의 악의를 증명하게 돼 있는 미국의 법체계는 새 법안에 넣지 않았다. 언론에 명예훼손의 입증책임을 떠넘겼던 과거 영국에선 피소 위험 때문에 언론이 권력자들의 비리를 제대로 추적, 보도하지 못한 폐해가 양산된 사례를 모를 리 없을 텐데 말이다.


공론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허위조작정보를 규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높고, 언론계 역시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제는 권력자가 자신에 대한 비판 보도를 허위조작정보로 몰아붙이고 지지자를 결집하는 데 악용할 수도 있는, 양날의 칼과 같다. 탐사보도, 비판 보도를 ‘가짜뉴스’로 몰아붙이며 정부 기구에 가짜뉴스 센터까지 설치하고 수사와 소송을 남발한 윤석열 정부의 행태가 이를 방증한다. 권력을 가진 쪽에서 언론과 관련된 규제 입법을 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생래적으로 권력과 긴장 관계일 수밖에 없는 언론을 적대시하는 일부 여당 의원들의 태도는 몹시 우려된다. 최근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이재명 대통령을 엮은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동영상을 일부 인용한 YTN 보도에 대해 민주당이 “국기문란”이라 칭하고, YTN이 주 의원 영상 부분을 삭제한 건 옹졸한 행태다. 최민희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MBC 보도책임자를 공개적으로 질책하고 MBC 보도를 ‘친 국힘’이라고 쏘아붙였던 것과도 맥락이 같다. 결은 다소 다르지만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인종 혐오나 차별, 사실관계를 왜곡 조작하는 잘못된 정보 유통을 범죄로 규정하고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어떤 자유로운 국민도 이 대통령이 한국을 이끌어 가려는 오웰적인 길을 따라가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 모든 게 작은 비판이라도 참지 못하겠다는 독선에서 기인한 것 아닌가. 이런 언론 적대시 행태가 전체주의라는 의심까지 받을 정도로 위험 수위라는 이야기다. 정부·여당은 자신들의 언론개혁 법안 추진 시도가 왜 비판 언론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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