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는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제422회(2025년 10월)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또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한 2025년 4분기 ‘생명존중 우수보도상’과 아동권리보장원이 함께한 ‘제2회 아동학대예방 우수보도 기자상’ 시상식도 진행했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수상작 하나하나가 우리 사회를 보듬고 따뜻한 애정으로 보는 작품들”이라며 “만약 이런 기자들이 안 계셨다면 사회가 따뜻한 모습으로 가는 방향이 지체되지 않았을까 싶다. 여러분의 기록, 카메라 셔터 하나하나가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자살에 대한 보도는 심층적으로, 또 실제 유족을 만나거나 시도자들을 취재해 얼마든지 많이 써주셔도 좋다. 단지 사건의 구체적인 방법이나 장소는 자세히 보도하지 않으면 된다”며 “앞으로도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자분들이 많은 협력을 해주시기를 바라겠다”고 말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은 시상식에서 “이번에 아동위원들께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같이 심사를 해 주셨다. 아동 당사자의 기준으로 보도를 평가하고 심사한 굉장히 중요한 결과”라며 “아동의 현재가 바뀌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뀐다. 그런 점을 널리 다짐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10월 이달의 기자상엔 11개 부문에 73편이 출품됐고,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아래는 수상 내역과 소감이다.
취재보도1부문
<런던베이글뮤지엄 과로사 의혹>
-매일노동뉴스 정소희 기자
“고인과 유족들께 위로와 연대의 말씀드린다. 우리나라는 일하다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는 나라다. 이번 기사를 통해 나온 국민들의 분노를 보면서 과로사라는 표현이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 이 자리에 함께 계신 기자분들도 일하는 사람과 평범한 노동자들 그리고 노동계에 큰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시면 좋겠다. 매일노동뉴스가 이달의 기자상을 처음 받는다. 33년간 전문지로서 저희 회사는 진보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열심히 기사를 써왔다. 작은 회사인데 지금도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고 있다. 노동계와 사회에서 전문지로서 역할을 다하려 노력해 온 매일노동뉴스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지역 취재보도부문
<제주 부장판사들 비위의혹>
-제주CBS 고상현·이창준 기자 /수상 소감 이창준 기자
“먼저 영광스러운 자리 마련해주신 협회와 선후배 동료분들께 감사의 인사드린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 ‘한숨도 쉬지 말라.’ ‘이를 어기면 구속이다.’ ‘이는 요청이 아니라 명령이다.’ 이 말은 저희가 보도한 부장판사 3인방 중 한 명이 실제 법정 내에서 피고인과 방청객들을 향해 한 얘기다. 서울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남단 제주에서도 사법 개혁 그리고 향판들의 부조리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오랜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나왔다.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존경하는 고상현 선배와 같이 이 사안을 심층 보도하기로 했다. 그런데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사법 카르텔과 사법 권력이 견고하고 또 끈끈해 취재하기 정말 어려웠다. 그렇지만 저와 고상현 선배는 끊임없이 토론하고 열심히 발로 뛰는 취재를 더해 30회에 가까운 보도를 했다. 그리고 나름의 소정의 성과가 있기도 했다. 지금 저희는 ‘부장판사 시즌 2’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주신 상이 저희가 완벽하게 잘했다는 의미에서 주셨다는 생각보다 이번 상을 계기로 앞으로도 더 열심히 취재하고 세상의 어둠을 들추어내라는 의미에서 주셨다고 생각하고 겸손하고 용기 있게 지혜롭게 취재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감사하다.”
경제보도부문
<이상경 국토차관, 갭투자의 민낯>
-노컷뉴스 장윤우 기자
“먼저 뜻 깊은 상 주신 심사위원들과 한국기자협회에 감사 인사드린다. 이번 취재는 작은 관심에서 시작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국토교통부 차관은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집을 사면 되지 않느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정말로 차관은 집값이 떨어졌을 때 집을 샀을까 하는 의문으로 재산 내역과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 등을 종합해 갭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갭 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부동산 책임자가 갭 투자를 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보도 이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질타가 이어졌고, 타 매체에서도 추가 취재를 통해 여러 사실들을 밝혀냈다. 이에 차관은 취임 4개월 만에 사퇴했다. 취재 과정에서 함께 고민하고 검토해 준 저희 데스크와 부장, 그리고 팀장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취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 주신 저희 팀원, 동료 기자들께도 감사드린다.”
<CJ프레시웨이 ‘수상한 기부금’>
-KBS 송수진·황현규·김태현 기자 /수상 소감 송수진 기자
“이번 보도는 CJ프레시웨이 기부금의 탈을 쓴 리베이트 의혹이 보도의 핵심이다. 이후에도 군납 입찰 의혹, 고액의 상품권을 대량 살포한 정황 등 기사가 두 개 더 나갔다. 기업 한 곳의 불법 정황이 이 정도면 더 큰 기업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저희가 이번에 이 보도를 할 수 있었던 건 내부에서 저희를 돕는 공익 제보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분은 사기업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경영 활동을 해야 한다고 믿는 지극히 상식적인 믿음을 가진 평범한 시민이다. 언론에 나가면 좀 더 빨리 개선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시고, 언론에 대한 믿음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 고마운 언론의 수호자다. 공익 제보자들 덕분에 기업 그리고 조직의 내밀한 불공정 행위가 외부에 알려질 수 있고 각종 불법 행위에 고통 받는 직원들이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기업의 ESG는 헛된 구호가 아닐 수 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기업 비리 공익 제보자분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아울러 이분들의 언론에 대한 믿음이 헛되지 않도록 또 진실을 향한 진심이 폄훼되지 않도록 끝까지 함께하겠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경계선의 집>
-뉴스1 신윤하·권진영·권준언 기자 /수상 소감 신윤하 기자
“경계선 지능인 지원 단체의 비위를 취재했다. 그 안에서 일어난 폭력과 성폭력 또 노동 착취 문제들의 정황을 발견해 피해자들을 인터뷰하고 가해자도 만나서 인터뷰를 했다. 이 과정에서 저희가 알게 된 건 돌봄의 가장자리에서 누군가는 여전히 제도권 밖에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사설 시설에 아이들과 취약한 사람들이 맡겨지고 또 감독의 손길이 닿아야 할 영역이 지금도 공백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갈 길이 멀고, 또 계속 질문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봤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경계선 지능인 학부모는 경계선 지능인 분야가 블루오션이라고 표현했다. 법적인 울타리도 없고 또 개념조차 한국 사회에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든지 깃발만 꽂으면 언제든지 이렇다 할 관리 감독 없이 활동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취재와 편집 과정에서 어려운 순간마다 함께 고민해 준 데스크와 부장, 국장께 항상 감사드리고 또 함께해 준 우리 후배들과 또 항상 고민 같이 해 주신 선배들께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저희 뉴스1이 이달의 기자상을 처음 받는다. 통신사로서 매일 발생 기사에 치이고 있고 그러다 보니 취재하는 게 다른 회사보다 굉장히 힘들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획 보도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취재를 하라고, 더 좋은 기획하라고 상 주신 것이라 믿고 있다. 더 열심히 하겠다.”
<매니페스토, 내일을 바꾸는 약속>
-세계일보 조병욱·정세진·장민주 기자 /수상 소감 조병욱 기자
“뜻 깊은 상을 주신 협회와 심사위원단 여러분께 먼저 감사 인사 말씀드린다. 지난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었던 것 같다. 비상계엄과 탄핵 그리고 조기 대선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 당시 저는 대통령실을 출입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기사를 쓰면서 손이 떨렸던 건 기자 생활 15년 만에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민주주의의 역행을 재발하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는데 왜 권력자는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을까하는 고민 끝에 한 가지 지점에 닿게 됐다. 정치인들이 유권자와 맺는 약속이자 계약서인 선거 공약을 떠올렸고 저희는 정책 선거의 중요성을 알리는 매니페스토 시리즈를 하기로 했다.
정책 선거가 중요하다는 외침에 호응이 크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있었다. 아무래도 지지율이나 누가 당선될지에 대한 예측 보도에 관심이 쏠리다 보니 정책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사는 외면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간의 선거 보도 역사가 있는 세계일보라면 이 보도를 잘 하지 않을까, 우리가 하지 않으면 또 누군가는 잘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저희는 지난 2월부터 넉 달 동안 선관위와 각 정당의 공약 관리 부실, 역대 대선 공약 전수 분석, 쉬운 공약집의 필요성, 선관위 예산 등을 분석하는 시리즈 보도를 이어갔다. 내년 6월 지방선거도 있고 이후로도 계속 선거들이 있겠지만 정치인들이 유권자와의 약속을 조금이라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데 작은 계기가 되었다면 저희의 큰 보람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 상은 저와 장민주, 정세진 기자 3명의 이름으로 받았지만, 20년 전 처음 매니페스토를 한국에 알리고 그동안 꾸준히 정책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저희 세계일보에 주시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팀 구성을 결단하고 응원해 주신 박희준 편집인, 그리고 이천종 국장, 우상규, 이우승 부국장께 감사드린다. 저희 기사에 바이라인은 없지만 제4의 멤버로서 늘 함께 고민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김용출 선배께 이 영광을 돌린다.”
사진보도부문
<피감기관서 축의금 받은 최민희, 본회의 중 ‘환급 문자’>
-서울신문 홍윤기 기자
“먼저 이렇게 큰 상을 주신 한국기자협회에 감사드린다. 함께 수상하신 분들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함께 받을 수 있어서 영광이라 생각하고 있다. 요즘 왜 국회의원 문자가 계속 찍히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제가 찍어놓고도 왜 이렇게 조심들 안 하시는지 잘 모르겠다.(웃음) 그만큼 상황이나 어떤 사안들을 가볍게 생각하시는 거 아닐까 생각이 들어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희 사진 기자들은 여러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르게 찍을 수 있을까, 좀 더 다른 것들을 전달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면서 취재를 하고 있다. 정치 뉴스가 좀 붙어야만 관심도가 높아지는 게 한편으로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아쉽다는 말에 그치지 않고 계속 좋은 기사, 사진을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하겠다. 마지막으로 서울신문 김태균 콘텐츠본부장, 김상연 편집국장, 사진부 선배들, 정치부 선배들, 편집부 선배들한테 감사하다는 말씀 전한다.”
2025년 4분기 생명존중 우수보도상
<침묵의 SOS>
-국민일보 유경진·이찬희·조민아 기자 /수상 소감 이찬희 기자
“이번 저희 기획은 청소년의 극단적인 선택에 앞서 드러난 구조 신호를 우리 사회가 읽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만큼 아이들과 직접 얘기하는 과정이 조심스럽기도 했다. 학창시절 자해를 하는 친구들도 주변에 있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학교 폭력, 가족 갈등, 우리 사회의 외면 등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문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단순 일탈이라든지 정신 병리로 청소년 자해를 보는 시각이 있었다면 이제는 우리 사회 구조적 징후로 바라볼 수 있는 공공 담론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끝까지 취재할 수 있도록 기회주신 부장과 캡, 함께해 주신 선배들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드린다.”
제2회 아동학대예방 우수보도 기자상
<아이들의 다잉메시지>
-중앙일보 이영근·이수민 기자·이창주 기자 /수상 소감 이수민 기자
“기사를 잘 읽어주시고 가치를 인정해 주신 아동권리보장원 분들께 감사 인사드린다. 다른 보도들과 차별화된 점이 있었다면 아동 학대 사망뿐 아니라 사고사를 다뤘던 것이라 생각한다. 취재를 하면서 미국의 아동 사망 검토제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어떤 교수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동 사고 사망의 70%는 막을 수 있는 사고라고 했다. 실제 저희가 취재를 하면서 느꼈던 바로는 차도에 얼마만큼의 장치를 하느냐, 키즈 카페나 물놀이 시설 등에 어느 정도의 고민을 하고 아동 보호 장치를 마련하느냐에 따라서 어떠한 생명이 자신의 꿈을 꿔보지도 못하고 사라져 가는 많은 일들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련 법안이 발의된 만큼 기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생명들을 지킬 수 있는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자녀 살해 후 자살’에서 삭제된 아동의 목소리>
-한겨레신문 서혜미·박수진·임지선 기자 /수상 소감 서혜미 기자
“이번 기사는 한겨레21이라는 주간지에 있을 때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쓸 수 있었고 특히 아동 권익을 위해 노력해 오신 비영리 기구 단체들 그리고 제가 갈피를 못 잡을 때 많은 도움을 줬던 박수진, 임지선 선배와 편집장 덕분에 기사가 무사히 나갈 수 있었다. 제가 쓴 기사는 자녀 살해 후 자살인데 과거엔 일가족 동반 자살로 표현됐었다. 지난 몇 년 사이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자녀 살해 후 자살이 만연해 있고 올해도 정말 많이 일어났다. 지난 10년 사이 아동 학대에 대한 인식이 사회에서 많이 바뀌었는데 느리지만 기사를 통해 점진적으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기사를 썼다. 그리고 아동 위원들이 수상작을 평가해 주셨다고 해서 ‘이분들 괜찮으실까’ 이런 우려가 들기는 했으나 그래서 더 가치 있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학대, 아동 방임과 지역사회의 책임>
-KBS청주 이자현 기자·김소영 기자(현 TJB대전방송) / 수상 소감 이자현 기자
“그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던 아동 방임에 대한 기사를 썼다. 지역사회에서 아동들을 지키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될지 초점을 맞춰서 기사를 써봤다. 사실 제가 기자 생활을 시작하고 가장 처음 보도를 했던 게 아동학대 사건이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보도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을 그때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이번엔 특히 아동들이 직접 심사에 참여해 이 상을 받게 돼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제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역할, 지역 사회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을 잘 구축하고 있는지를 계속해서 감시하고 관심 갖고 보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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