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그룹이 투자정보 대화형 인공지능(AI) ‘에픽AI’를 개발해 유료 구독 서비스로 내놨다. 개인 회원 기준 한 달 5만원(프로), 15만원(프리미엄)의 높은 구독 가격대, 국내 언론 최초의 투자 의사결정 지원 목적 AI 플랫폼 출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프리미엄 뉴스 콘텐츠, 멤버십 혜택에 유료화를 집중해 온 타 언론사와 달리 특화된 서비스 분야, 가격 면에서 다른 방식의 모델을 내놓은 건데, 한경은 에픽AI를 자사의 핵심 유료 플랫폼으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10월20일 출시된 에픽AI는 국내 주요 리서치 기관 보고서, 상장기업 사업보고서, 한국거래소 가격 정보 등이 구축된 통합 DB를 기반으로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는 AI 플랫폼이다. 실시간 시황, 핵심 산업지표, 기업 관련 뉴스 등의 정보를 AI가 한 화면에 요약해주는 ‘피드’를 비롯해 크게 ‘리서치’, ‘코파일럿’, ‘기업분석’ 등의 기능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코파일럿 기능을 통해선 AI에 종목, 기업 분석 등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다. 데이터 특성에 따라 AI가 텍스트 요약, 차트, 표 형태로 정리해 답변해주는 식이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한경의 첫 유료 서비스이자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모델이기도 하다. 그간 한경은 마켓인사이트, 바이오인사이트, 한경ESG 등 B2B 중심의 유료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한경에이셀 이사를 겸하고 있는 이태호 한국경제신문 차장은 “국내 언론사들은 공통적으로 ‘뉴스만으로는 유료화가 쉽지 않다’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 한경은 이용자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높고, 경제신문사로서 경쟁력 있게 제공할 수 있는 영역을 ‘자본시장 데이터’로 판단해왔다”며 “모든 영역에서 AI 활용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맞춰 증권사 리포트, 상장기업 데이터 등을 대화형 AI 플랫폼으로 통합해 제공하면 이용자 만족도와 구독 전환율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고 서비스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서비스를 개발·출시한 곳은 한경미디어그룹 자회사인 한경에이셀이다. “자본시장 데이터 사업 강화”를 위해 한경은 2016년 설립된 대체 데이터 전문의 해당 기업을 지난해 말 인수했다. 6건의 AI 관련 특허 취득과 주요 리서치센터와의 제휴 등을 진행하며 개발에 1년이 걸렸다고 한다.
한경은 에픽AI가 뉴스 콘텐츠형 구독 서비스와는 성격이 다른 ‘투자 의사결정 지원’ 목적의 종합 서비스라는 점을 반영해 구독 가격을 책정했다. 개발 과정에서도 많은 비용이 소요됐는데, 특히 증권사 리포트 제휴 비용, 보안 장치, 보고서 가치 제고를 위한 마케팅 비용 등의 요소가 가격에 고려됐다.
높은 가격에 상응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한경은 챗GPT 같은 범용 AI와의 차별화를 목표로 했다. 또 에픽AI 구독자 전용 프리미엄 콘텐츠도 제공한다. 이 차장은 “AI 기반 투자 지원 서비스는 이미 많지만, 에픽AI는 증권사·한국거래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 핵심 1차 데이터를 직접 연결해 오류를 최소화하고 최신 데이터 기반으로 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한다. 이로 인해 범용 서비스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품질의 답변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정보 독점 제공으로 인한 리스크 발생 우려에 대해선 “저희도 그 부분을 매우 신중하게 보고 있다. 그래서 현재 프리미엄 콘텐츠는 한경에이셀 소속 애널리스트의 분석 보고서 등만 구독자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경은 에픽AI 출시 하루 만에 구독자가 1100명을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성과에 대해 이 차장은 “출시 후 예상보다 빠른 이용자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투자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의 품질’과 ‘증권사 보고서 이용환경(UI) 편의성’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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