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망법 우려 그대로 담긴 언론중재법 개정 추진

모호한 허위조작 개념 그대로 도입
과징금 10억 부과 가능 조항 신설
반론보도 대상도 '의견'까지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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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조작정보 근절을 명분으로 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가로 내놨다. 모호한 ‘허위조작’ 개념 등 그간 망법 논의에서 지적된 취지가 개선되지 않은 채 여당 주도 입법이 강행되는 모양새다. 망법의 ‘타인을 해할 의도’ 등 독소조항이 여전한 상황에서 언론중재법에 ‘허위조작보도’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0억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되고, 반론보도 대상을 ‘의견’까지 넓혀 언론 현장의 우려와 혼란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최민희 위원장과 노종면 의원이 10월20일 국회에서 열린 언론개혁특위 허위 조작정보 근절안 발표에서 대화하고 있다. 두 의원은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명분으로 한 정보통신망법·언론중재법 개정안을 10~11월 잇따라 대표 발의한 상태다. /연합뉴스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노종면 의원이 14일 대표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보면, 앞서 망법 논의에서 지적된 모호한 ‘허위조작’의 개념이 거의 그대로 도입됐다. 개정안은 허위보도 중 “보도될 경우 타인을 해하게 될 것이 분명한 기사 또는 제작물”을 ‘허위조작보도’로 규정했다. 앞서 망법에선 ‘허위조작정보’를 허위정보 중 “유통될 경우 타인을 해하게 될 것이 분명한 정보”로 명시했는데, 그간의 입법과 학계 논의에 비춰 개념이 잘못됐고 모호성이 크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언론계에선 ‘해하게 될 것이 분명한’ 등 법안 곳곳의 포괄적 정의가 언론의 주요 감시대상인 권력자에 의해 악용될 소지를 우려해왔다.


이번 개정안엔 허위조작보도 등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국가기관이 추가되는 내용도 담겼다. 법원에 의해 허위조작보도로 확정된 사안을 반복적으로 보도, 인용, 매개한 언론 등에 문체부 장관이 10억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망법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같은 권한을 부여했는데, 국내 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정권에 따라 특정 언론 탄압에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언론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앞선 망법에서 언론보도에 예외조항을 두지 않은 채 방미통위에 10억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고, 언론중재법에선 문체부에 그런 권한을 부여했다. 언론사로선 행정규제를 이중으로 받을 수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언론 현장에서 혼란을 야기할 ‘반론보도청구권’(제16조 1항) 변화도 있었다. 기존 조항은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 등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는 그 보도 내용에 관한 반론보도를 언론사 등에 청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여기 “이 경우 언론보도 등은 사실관계에 관한 내용에 한정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더해졌다. 기존 사실관계에 한정됐던 반론 대상이 의견 영역까지 확대되면 취재나 보도 활동에서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번 개정안은 최민희 민주당 의원(언론개혁특위 위원장)이 10월23일 대표 발의한 망법에 대해 언론현업단체들이 우려를 지속 표명해온 가운데 나왔다. 허위조작보도 등의 피해자가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담지 않으며 언론과 망 이용자 전반을 규율하는 망법과는 일부 다른 노선을 택했다. 다만 망법 국회 통과를 전제로 발의된 이번 개정안에서도 ‘입증책임 전환에 따른 언론 위축’, ‘실효성 없는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책’, ‘권력자 악용에 대비한 징벌적 손배 청구권한 배제’ 등 언론계 목소리가 반영된 지점은 엿보이지 않는다.


앞서 망법과 관련해선 언론현업단체들의 우려와 더불어 언론·법 학계에서 기본 양식, 정합성을 갖추지 못한 법안이 졸속으로 추진된다는 혹평까지 나온 상황이다. 특히 △법원 자료제출 명령에 따르지 않을 때 △허위조작정보 유통 1년 전 유사한 유통이 2회 이상 있을 때 △본문에 없는 내용을 제목이나 자막에 썼을 때 △사실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 ‘타인을 해할 의도’가 있다고 추정하는 조항(제44조의 11)은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헌법 전공자인 김선량 서울시립대 법학연구소 전문연구원(박사)은 14일 한국언론법학회가 주최한 특별 세미나에서 불법정보와 허위조작정보를 같은 수준으로 규제하려는 망법의 위헌소지를 거론, “문구 범위가 너무 넓거나 명확하지 않고 각호를 보면 행위의 주체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해석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는 이날 “독소조항으로 수년 간 평가된 임시조치제도, 명예훼손 처벌조항, 국가심의 조항이 존재하는데 여기 징벌적 손해배상제, 과징금 제도까지 도입해 언론인 및 망을 이용하지 않는 이용자에게도 적용 가능함을 전제한 전 세계에 없는 법”이라며 “빅테크 대응 등 논의할 게 산더미인데 시간낭비다. 입법자들의 죄”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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