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미디어넷 사업축소·구조조정에 노사 정면충돌

노조 "일방 통보에 직원 갈라치기"
사측 "3년연속 적자 더는 못 견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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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미디어넷이 엔터테인먼트채널 사업 전면 중단과 함께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노사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은 사업철수TF로 발령 낸 엔터2국 소속 직원 18명을 기존 업무 공간에서 분리하기 위해 사측이 만든 회의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미디어넷지부 제공

SBS Sports, SBS Golf, SBS Biz 등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SBS미디어넷이 엔터테인먼트채널 사업 전면 중단과 함께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노사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회사는 “3년 연속 적자를 견딜 수 없다”며 희망퇴직을 종용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은 “일방적 통보에 직원 갈라치기까지 동원한 강제 구조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SBS미디어넷은 10월27일 엔터채널 사업의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광고 시장 침체 등에 기인한 수지 악화, 또 SBS Life 채널 매각 등이 이유로, 이날 열린 직원 대상 설명회에서 사업 중단과 희망퇴직을 공지했다. 희망퇴직 위로금으론 36개월 급여 수준의 위로금과 학자금 지원이 제시됐다. 그러나 약 2주간의 희망퇴직 접수 결과 엔터2국 소속 직원 36명 중 단 3명만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그러자 조재룡 SBS미디어넷 대표이사는 10일 강제 구조조정을 시사하는 내용의 공지문을 올렸다.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엔터2국 소속 직원들은 스포츠채널이나 경제채널 등 타 부서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 한해 몇 명만 전환배치 될 것이며, 나머지 인원은 전원 사업철수TF로 배속된다는 내용이었다. 엔터2국의 모든 업무는 14일 이후 전면 중단, 사업철수TF에는 일정 기간 사업 종료에 필요한 제한된 업무만 배정, 그 업무가 마무리되면 향후 배정할 업무가 없다는 내용도 공지됐다.


조재룡 대표는 “희망퇴직 이후 잔류한 분들의 급여와 복리후생 비용은 순전히 스포츠채널 부문과 경제채널 부문에서 확보한 수익으로 감당해야 한다”며 “이런 비효율적인 구조를 3년 연속 적자인 SBS미디어넷이 견뎌낼 수 없음은 명확하다. 사업 철수 완료 후 회사는 관련 법률과 내규에 따라 적절한 인사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음을 공지 드린다”고 밝혔다. 또 “아무런 업무도 없이 회사에 잔류하는 것보다는 희망퇴직을 통해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개인과 회사 모두에게 나은 선택”이라며 “13일까지 희망퇴직원 추가 접수를 받도록 하겠다”고 알렸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미디어넷지부는 11일 성명서를 내고 “이것이 어떻게 ‘희망’이고, ‘퇴직’인가”라며 “이는 명백한 강제 구조조정이자 집단해고 통보에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타부서의 수익으로 급여를 감당해야 한다’는 갈라치기는 직원에 대한 모욕”이라며 “이는 명백한 노동자 간 이간질이자 조직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이다. 인사팀장 출신이라는 사장이 사석도 아닌 사내공지를 통해 ‘다른 직원이 남아있으면 너의 밥그릇이 줄어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회사의 희망퇴직 종용은 공지문에서 끝나지 않았다. 2차 접수에도 엔터2국 희망퇴직 인원이 10명밖에 되지 않자 회사는 18일자로 엔터2국 소속 직원 18명을 사업철수TF로 발령 냈다. 또 이들을 기존 업무 공간에서 분리해 별도의 회의실에 집단 배치할 뜻을 밝혔다. 최장원 언론노조 SBS미디어넷지부장은 “11층 한쪽에 갑자기 회의실을 만들길래 느낌이 싸해 물어보니 퇴직 신청 않은 분들을 여기에 배치할 거라는 얘길 들었다”며 “업무 공간 재배치를 강행할 시 바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고, 17일 오후엔 경영진과 만나 얘기를 나눴다. 직원들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은 피하자고 했는데, 일단 내부 검토를 하겠다는 답변을 들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SBS미디어넷의 위기는 앞서 2019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SBS미디어넷의 지주사인 TY홀딩스는 드라마채널 SBS Plus와 예능채널 SBS funE를 물적 분할했고, 핵심 수익채널을 잃은 회사는 즉각적인 수지 악화를 겪었다. 특히 태영건설의 경영위기가 본격화된 2023년부턴 SBS미디어넷이 대주주의 ‘돈줄’ 역할로 전락하며 구성원들 우려를 샀다. 그해 분할 합병과 담보 대출 등으로 태영건설 위기를 함께 떠안은 SBS미디어넷은 지난해 2월 TY홀딩스가 보유 지분 전량을 스튜디오프리즘에 매각하며 SBS의 손자회사가 됐다.


최장원 지부장은 “TY홀딩스가 대주주니 SBS미디어넷은 홀딩스가 결정하면 무조건 다 따라야 했고, 그 과정에서 저희가 쌓아놓은 800억원의 유보금을 다 뺏겼다”며 “매각 대금 1600억원까지 합하면 태영건설에 지원된 자금만 2400억원은 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후 경영 악화에 대해선 그 어떤 임원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고, 결국 만만한 직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SBS미디어넷은 지난해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뮤직채널 매각, 일부 사업 정리, 희망퇴직 등을 실시했다. 이후 자연감소분과 이직 등으로 260여명이던 직원 수는 약 230명으로 줄었다. 만약 사측이 엔터2국 직원들을 강제 구조조정 할 경우 SBS미디어넷의 전체 직원은 200명 수준으로 감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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