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내세워 추진 중인 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안과 관련해 한국신문협회가 13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한 의견서에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고 과잉금지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신문협회는 의견서에서 최민희 민주당 의원(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장) 등이 발의해 10월24일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망법의 ‘허위조작정보’ 정의부터 지적하고 나섰다. 신문협회는 “개념의 정의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법적 안정성을 저해한다. ‘허위조작정보’의 범위가 명확히 한정되지 않을 경우, 공적 사안에 대한 비판이나 의혹제기가 위축될 수 있다”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의 핵심 영역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규제대상이 광범위해지고 추상적·주관적이 될 경우 “정부 비판 등 공익적 성격의 보도까지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은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허위정보 중 유통될 경우 타인을 해하게 될 것이 분명한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등 규제 기관이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판단하고 조치 명령을 가능하게 한 내용이 “사실상 국가 주도의 정보통제로 이어질 위험성”도 꼬집었다. 신문협회는 “규제 기관 판단에 따라 정보의 삭제·접속 차단 등의 조치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개입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며 “사전 검열과 유사한 효과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정처분을 통해 표현이 신속하게 제약될 경우, 사법적인 구제 절차를 통한 표현의 자유 회복이 사실상 어렵게 돼 사법 심사의 실효성이 저하된다”며 사법 심사를 형해화할 여지도 있다고 봤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내용은 위헌소지도 있다는 평가다. 발의안 제44조의 10(손해배상)은 “게재자 가운데 정보게재수, 구독자수, 조회수 등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가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임을 알면서도 타인을 해할 의도로 해당 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최대 5배의 배액배상을 하도록 정했다.
신문협회는 현행 법체계에서 징벌적 손배는 주로 제조물 책임법, 하도급법, 개인정보 보호법 등 정보 비대칭성이 크거나 생명·신체·재산에 중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극히 제한된 영역에 도입돼 있는데 “명예훼손 및 표현의 영역에까지 확대하는 것은 대한민국 민사법 체계의 기본 정신인 ‘실손해 배상 원칙’과 정면 충돌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미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징벌적 손배까지 부과할 경우 이중 제재가 돼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며 “손해배상액이 실제 손해를 훨씬 초과하는 징벌적 수준으로 책정될 경우 잠재적인 표현 행위에 대한 ‘위축 효과’가 극대화 돼 위축이 심화된다”고도 했다.
기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보통신망상 표현 규제 자체에 대해 사회적 우려가 있었고 해당 체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망법을 통한 또 다른 표현 규제의 도입은 망 이용자 전반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 특히 언론계에선 언론 본연의 역할에 해당 법안이 큰 위축을 야기할 것이라 우려해왔다. 발의안 제44조의 11(타인을 해할 의도의 추정)은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조항은 ‘법원의 문서제출 명령에 따르지 않거나’, ‘정정보도가 이뤄졌거나 형사처벌이나 손배가 이뤄진 내용과 동일 또는 유사한 내용을 유통했을 때’, ‘소송이 제기된 허위조작정보 유통 전 1년 간 다른 허위조작정보 유통이 2회 이상 있었던 경우’ 등에 해당되면 “타인을 해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신문협회는 이에 대해 “개정안에 의하면 피해자가 ‘고의’ 입증의 어려움을 겪는 대신, 이제는 정보 유포자(피고)가 자신에게 악의가 없었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로 인해 조금이라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보, 특히 공익적 목적의 비판이나 고발성 정보조차 유포되기 어려워진다”며 “특히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운 공적 사안에 대한 비판의 영역에서 피고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이는 언론이 주로 감시·견제하는 대상이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 대기업 등임을 감안할 때 법안이 언론보도에 대한 권력층의 ‘전략적 봉쇄소송’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를 시사한다. 법안엔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에 관한 특칙’(제44조의 12)에서 중간판결제 등 제도 도입을 통해 ‘입막음용 소송’을 막고자 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져왔다. 요건의 추상성, 항고 불가 구조, 절차 중지의 한계 등으로 실제 남용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문협회는 “피해자 입장에서 징벌적 배상을 위한 ‘고의’ 입증이 쉬워지면 소송을 남발하여 상대를 압박하는 ‘전략적 봉쇄소송’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봉쇄소송은 애초에 승소가 소송의 주목적이 아니라 언론사에 비용 부담이나 정신적 압박을 가해 후속 보도를 막거나 반대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보도의 허위조작 여부는 단기간에 판단되기 어렵다. 역대 정부의 국정 농단이나 각종 권력형 비리, 국가 기밀 또는 기업의 대외비와 관련된 사항 등에 대한 폭로도 처음엔 오보 취급을 받다가 뒤늦게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언론사 및 기자들은 손해배상 청구시부터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 소송에 대한 준비 등으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후속·심화 보도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신문협회는 이 같은 지적을 통해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고 헌법상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뿐 아니라 법치주의 원칙에도 반할 위험이 크므로 폐기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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