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1일,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소속 이재석 경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갯벌에 고립된 남성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 경사를 영웅으로 칭송하는 기사가 쏟아졌지만, 저희 취재팀은 ‘그 새벽 왜 이 경사 혼자 출동했는지’, ‘왜 해경은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려 했는지’에 주목했습니다.
한 달간의 취재 끝에 드러난 건 구조적 문제였습니다. 파출소 CCTV에는 이 경사가 홀로 순찰차에 올라타 파출소를 떠나는 모습이 찍혀 있었습니다. 무전 녹취록에는 “물이 차오른다“, “추가 인력 지원이 필요한 것 같다”라는 그의 마지막 요청이 남아 있었습니다. 당직 팀장은 “위험하지 않아 혼자 보냈다”고 주장했지만, 녹취록 어디에도 ‘안전’은 없었습니다. 2인 1조 원칙도, 지원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조직은 이를 감추듯 이 경사를 ‘영웅’으로만 포장하려고 했습니다. 이 경사가 심정지 상태로 이송되던 중 진실 은폐를 지시했습니다. 사고 원인 규명보다 ‘서사 만들기’가 먼저였습니다. ‘숭고한 희생’이라 포장된 이야기 뒤에는 원칙이 무너진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장례가 치러지는 다섯 날 동안 유족 곁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이 경사의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그의 마지막 순간을 정확히 기록하는 것이 제 몫이라고 믿었습니다. 죽음을 취재하고 기록하는 건 조심스럽고 고민스럽지만, 이번 보도가 같은 비극을 막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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