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태어난 미등록 이주아동 우진(가명·초6)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할지 결정하기 위한 법무부 심사를 지켜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진이 엄마 미샤는 직원들에게 “아이를 홀로 키울 자신이 없어 보육원에 놓고 올 고민을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우진이는 작은 실소를 터뜨렸습니다. 심사를 앞두고 미샤가 우진이에게 미등록 신분의 의미와 지금까지 키워온 경로를 설명해줬지만, 타인에게 이야기하는 걸 받아들이기엔 어려워하는 눈치였습니다.
저에겐 그 순간이 미등록 이주아동이 겪는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며 다양한 고통을 겪고 이를 재해석하며 성장하는 게 세상의 이치라지만, 초등학생이 견뎌야 하는 종류의 일은 아니라는 확신이었습니다. 아동 문제에 있어 “아동의 이익을 최상으로 한다”는 UN아동권리협약의 의미도, 그 옆모습을 보며 가늠했던 것 같습니다.
함께 기사를 쓴 동기 영지에게 가장 고맙습니다. 제가 고민에 머뭇거릴 때 먼저 글을 쓰기 시작하고, 다른 일에 지쳐 있을 때 인터뷰 약속을 잡아오던 영지와 함께 해서 기사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웃고 화내준 동기들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제 이야기를 참을성 있게 들어주고, 가끔 참지 못해 타박해 준 경인일보 선배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미등록 이주아동들이 모국인 한국에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경인일보도 계속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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