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연이은 비위 의혹... 이사회 "감사실 정상화 필요"

"내년 경영 나아진다"는 박장범 사장에
與 이사 "기획역량 없다" 질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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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내부 비위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특별감사를 위한 감사실 인력 충원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사측이 감사실 인사 요청에 거부로 일관하자, KBS 이사회가 “감사실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12일 열린 KBS 임시 이사회에선 ‘감사실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여권 측 이상요 이사는 “감사라고 하는 것이 잘못을 지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내부의 잘못된 제도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 감사실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여권 측 김찬태 이사 역시 “회사 내부에서 잇따라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데 사장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감사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 가운데 하나로 감사실 인사를 검토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월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한경천 KBS 예능센터장 비위 의혹. /언론노조 KBS본부 제공

KBS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내부 비위 의혹이 여러 차례 불거지면서 감사 수요가 급증한 상황이다. 10월23일과 30일 진행된 KBS 국정감사에선 한경천 KBS 예능센터장이 음악 프로그램의 출연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박민 사장 당시 정권 비판적 보도들을 ‘공정성 훼손’ 사례로 규정했던 앵커 리포트 원고가 박순서 당시 시사제작국 부장에 의해 대리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더해 감사원에서 진행 중인 정기감사에 대응할 인력 또한 필요하다.

이에 대해 박찬욱 KBS 감사는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의혹들은 모두 특별감사가 필요한 사항인데 특감을 진행해야 할 기획감사부 팀장이 비어 있는 상황”이라며 “사람이 없어서 본격적으로 진행을 못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박 감사는 “이런 이유를 설명하면서 인력 충원을 수차례 요구해 왔지만 사측은 ‘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했다”면서 “‘신입사원 입사 후 인력 보충이 이뤄질 예정’이라는 입장만 들었고, 언제 인사 발령이 이뤄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감사는 앞서 지난 6월 2인 체제 방통위가 임명한 정지환 전 KBS 감사의 임명 효력정지 판결로 복귀한 이후 박장범 사장에 감사실 인사 교체를 거듭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특별감사에 나섰고, 여기에도 박 사장이 협조하지 않자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이사회 도중 ‘균형예산 편성’ 홍보한 사측… “이사회 기능 무시한 처사”

KBS가 최근 밝힌 균형예산 편성 계획에 대해서도 이사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10월29일 KBS 이사회가 예산안을 논의하던 중 사측이 보도자료를 내 균형예산을 편성했다고 홍보한 것이 이사회의 예산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사회에선 2026년 예산편성방향에 대한 보고가 안건으로 올라와 비공개로 진행됐다. 구체적인 재정 수치와 KBS 발전 전략에 대한 유출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KBS는 이사회 시작 30분 ‘KBS 3년 만에 균형예산 편성’이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여권 측 정재권 이사는 12일 이사회에서 “이사회 진행 도중 보도자료를 통해 ‘균형예산을 짜겠다’고 하는 것은 회사가 이사회에 요청한 비공개 원칙을 스스로 깨트린 것”이라며 “대외적으로 균형예산 방침을 공표해서 가이드라인을 준 것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사회에서 많은 이사들이 균형예산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고, 계획의 타당성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또 일부 이사들은 최소 수준의 적자 예산을 마련하더라도 회사가 물적 투자를 안정화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는 의견을 드렸다”면서 “그런데도 이미 대외적으로 회사가 균형예산을 짠다고 홍보했다.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예산의 심의·의결권을 훼손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찬태 이사 역시 “이사회 전날에 이미 회사 내부에서 2026년도 비용 예산 배분안을 시행했다. KBS 예산 1조3600억원 중에서 7840억원이 이미 본부별로 할당됐다. 이사회 보고 전에 이미 수치까지 정해놓은 상황”이라며 “이사회를 우습게 보면 안 될 것 같다. 이런 행위는 이사회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박 사장은 “이사회 도중 균형예산에 대한 자료를 배포했다는 점은 타당한 지적”이라면서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또한 “예산 배분안은 가편성된 예산이다. 이사회에서 수정과 삭감이 이뤄지면 그것이 최종 예산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KBS, 균형 예산 편성보다 미래에 대한 대비가 먼저”

박장범 사장이 10월30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KBS가 균형 예산을 추진할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예산안의 방향이 비용 절감에 치중하다보니 적절한 투자와 수입 증대안이 마련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회사의 물적 토대를 개선할 방법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수신료 통합 징수를 통해 수입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수입원인 광고 역시 지상파 비대칭 규제에 대한 정책 개선이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콘텐츠 판매 역시 중국 시장이 열리면서 수입도 증가할 것”이라면서 “내년에는 좀 더 나은 경영 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상요 이사는 “박 사장은 기획 역량이 없다. 사장은 ‘내년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내년에 상황이 나아지면 거기에 따라서 우리가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뒤이어 “비용 축소만 강조하고, 어떻게 수입을 늘릴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향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어떤 기획을 해서 중장기적으로 수입을 증대시키겠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비용 축소가 아닌, 기획 등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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