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사의 뉴스가 생성형 인공지능(AI) 답변에서 얼마나 자주 출처로 인용되는지를 살핀 실험에서 종합 매체와 비교해 전문 매체가 강세를 보인 결과가 나왔다. ‘제로클릭’ 우려가 다가오며 언론의 다각적인 AI 대응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GEO’(생성엔진 최적화) 전략 마련이 기성언론의 과제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신문과방송> 11월호 커버스토리 ‘AI 검색에 가장 많이 등장한 언론사는?’(김민기 슬리버 대표) 기사를 통해 국내 언론사들의 AI 가시성을 측정한 실험 결과를 전했다. 특정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관련 링크가 페이지 상단에 위치하게 만드는 ‘SEO’(검색엔진 최적화), 음성 비서나 AI 챗봇(애플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이 콘텐츠를 직접 인용·요약해 사용하게 하는 ‘AEO’(답변엔진 최적화)를 거쳐 GEO 대응이 요구되는 여건이다.
특히 GEO의 목표는 생성형 AI가 답변을 생성할 때 AI가 콘텐츠를 더 많이 인용, 참조하는 게 관건인데, AI가 특정 콘텐츠를 왜 참조했는지 이유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AI 가시성’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AI로 인해 사용자가 뉴스 기사를 직접 볼 필요가 없어졌고 검색엔진으로부터 유입되는 다량의 트래픽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제로클릭 우려가 커지며 언론사들로선 ‘어떻게 독자를 우리 사이트로 오게 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우리 기사를 AI가 인용하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배경에 있다.
실험은 챗GPT를 활용해 정치성향, 연령, 직업 등을 조합해 987명의 가상 인물을 만드는 작업으로 시작됐다. 각 인물이 ‘이재명 정부의 관세 협상 정책’에 대해 궁금해 할 질문을 무작위로 987개 생성해 챗GPT가 내놓은 모든 답변의 ‘인용 링크’와 ‘더 보기 링크’ 출처를 추출해 어떤 매체가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를 분석했다. 전체 질문에 대해 챗GPT는 681개 사이트를 인용했고, 973개 웹사이트를 더 보기에 참조해 총 1654개 링크를 출처로 내놨다.
실험 결과 ‘인용 웹사이트 상위 20위’에선 경제지가 다수 상위권을 차지했다. 기성언론사만 살펴보면 1위 매일경제(URL 65개), 3위 한국경제(48개), 5위 조선일보(40개), 6위 서울경제(32개), 11위 YTN뉴스(17개), 12위 뉴시스(17개), 13위 한겨레(17개), 17위 동아일보(11개), 18위 경향신문(10개) 등이었다.
‘더 보기 웹사이트 상위 20위’에선 2위 한국경제(46개), 4위 조선일보(41개), 7위 매일경제(19개), 8위 한겨레(16개), 9위 오마이뉴스(16개), 11위 뉴시스(14개), 12위 중앙일보(14개), 13위 채널A(13개), 14위 서울경제(12개), 15위 한국일보(11개), 16위 이데일리(11개), 19위 경향신문(8개) 순이었다.
언론사 순위만을 살폈을 땐 경제지의 약진이 눈에 띈다. 실험을 진행한 김 대표는 이에 대해 “AI가 가상으로 생성한 질문에는 ‘이재명 정부’에 초점을 맞춰 정치적으로 설계된 질문도 있었다. 하지만 AI는 이를 ‘관세 정책’이라는 경제적 주제로 판단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 매체를 우선적으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유튜브는 주요 인용 소스가 됐지만 방송사는 외면 받은 결과와도 닿아있다.
김 대표는 “유튜브는 두 카테고리 모두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세부 출처를 살펴보면 인용된 채널은 대부분 경제·정치 전문 유튜브였으며 방송 3사와 케이블 채널들의 인용률은 1%대에 그쳤다”며 “실험 한 번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AI가 인용한 사이트들의 성격을 살펴보면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경우가 많았다. 데이터를 보면 AI는 주제 전문성이 높은 사이트를 더 신뢰할 만한 정보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했다.
대부분 기성언론이 정치·경제·사회 전반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다루는 현실은 GEO와는 거리가 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다분야 전략은 기존 포털 플랫폼 체제에서는 유효했을지 모르지만 AI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전문성이 낮게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 데이터에서도 종합일간지의 지표가 전문지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AI에게 신뢰성 있는 사이트를 자주 인용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실제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KDI, 국세청, 서울특별시, 법제처 등 사이트 다수가 출처로 인용됐다. 더 보기 웹사이트에서는 148번 참조가 확인되면서 두 카테고리에선 각각 19.2%와 15.3%, 전체에선 16.8%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AEO, GEO를 잘해도 트래픽 하락은 불가피하고 이미 제로클릭을 우려하는 최악의 전망까지 나오는 게 현실이지만 언론사들로선 최소한의 대응, 대비는 불가피한 게 현재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실험결과는 “우리나라 언론·방송계에는 잠재적인 전략적 공백이 존재”한다는 평가와 맞닿는다. “AI 활용으로 콘텐츠 생산의 효율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이렇게 생산된 콘텐츠가 새로운 AI 검색 생태계에서 발견되고 가치를 인정받도록 최적화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우선 국내 주요 언론사들이 글로벌 AI 기업들과 체결한 저작권 제휴나 데이터 공유 협약은 아직 매우 제한적이다. 일부 해외 언론들은 이미 오픈AI, 구글 등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자사 콘텐츠가 생성형 AI 학습 및 인용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활용되도록 하고 있는 반면, 국내 언론은 이런 협력 구조가 거의 마련되지 않아 AI 생태계 내 노출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내 언론의 기사 작성 및 카테고리 구조는 여전히 포털 중심 체제에 맞춰져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네이버나 다음 뉴스에 잘 노출되도록 만들어진 지금의 기사 구조는, AI가 선호하는 ‘주제 중심·문맥 중심·전문성 중심’ 형태와는 거리가 멀다. 그 결과 아무리 콘텐츠의 품질이 높아도 AI가 이를 ‘가치 있는 정보’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은 잘 만들어진 한국의 뉴스 콘텐츠가 GEO에 더 맞게 최적화된 해외 매체들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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