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는 죽었다… 진보언론 위선이 낳은 참사"

허프 구성원들 12일 '장례식' 명명 기자회견
"한겨레, 2영업일 이내 희망퇴직 결정 강요… 폭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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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죽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한 언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1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 사옥 앞에선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허프지부의 기자회견. ‘장례식’으로 명명한 이 기자회견에서 곽상아 허프지부 부지부장은 “한겨레가 우리에게 저지른 폭압적이고 비민주적인 행태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노동자의 언론을 자처하던 한겨레는 오늘, 그 스스로의 정체성을 배신했다”며 “허프의 죽음은 단지 한 매체의 종말이 아니라, 진보 언론의 위선이 낳은 참사다. 약자의 언론을 자처하던 한겨레는 도대체 누구의 언론이었는가”라고 반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허프지부가 1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 사옥 앞에서 ‘장례식’으로 명명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기자회견에 앞서 참가자들이 묵념하는 모습. /강아영 기자

한겨레는 앞서 7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허프 지분 100%를 온라인 경제매체인 비즈니스포스트에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기본 매각가격은 10억5000만원으로, 한겨레가 허프 구성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할 경우 최대 1억2000만원 한도 내에서 비즈니스포스트가 이를 추가로 떠안는 조건이었다.

최우성 한겨레 사장은 10일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지난 몇 달 새 허프 지분 매각을 둘러싸고 회사 안팎에서 진통과 갈등이 이어졌다”며 “다만 한겨레 본연의 미래를 위해선 다소의 고통과 거센 비난이 따르더라도 경쟁력이 극히 낮은 자회사에 대해선 서둘러 결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분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회사 안팎의 상처를 봉합하기 위해 회사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직후 참가자들이 크레파스로 한겨레와 최우성 한겨레 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사옥 벽면과 계단에 적고 있다. /강아영 기자

하지만 매각 안건 의결 이후 희망퇴직이 진행된 과정은 일방적이었다. 곽 부지부장은 “7일 오후 늦게 매각 안건 통과를 통보받았는데 유강문 한겨레엔 대표이사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메일을 보내 희망퇴직을 받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신청 기한이 11일 오후 6시까지고, 그 이후에 내면 접수를 안 받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2 영업일 이내 희망퇴직을 결정하라는 거였고, 심지어 희망퇴직일은 13일로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차가 남아있는 사람도 있는데 어떻게 하라고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이냐, 또 비즈니스포스트 대표의 설명회가 예정돼 있는데 그걸 보고 고민한 다음 희망퇴직 신청서를 내면 안 되느냐고 유강문 대표에 전화해 여쭤봤다”며 “유 대표는 저희 앞에선 최소한의 숙려 기간이 필요하다 하더니 또 회사에 물어보고 나선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하더라. 그 이유는 한겨레가 다음 주에 대금을 정산 받아야 하기 때문이었고, 이는 아주 폭력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일부 한겨레 구성원들이 참여해 연대 발언을 했다. 김양진 한겨레 기자는 “(매각을 진행한) 그 타임 테이블은 결국 올해 흑자를 내서 한겨레 직원들에게 몇 만원씩 나눠주고 싶다는 것이지 않느냐”며 “세상에는 한겨레 직원과 아닌 사람밖에 없다는 것이지 않느냐. 그런데 그 돈을 받고 싶다고 한 거고, 거기에 제가 속해 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일부 한겨레 구성원들이 참여해 연대 발언을 했다. 사진은 김양진 한겨레 기자가 발언하는 모습. /강아영 기자

박준용 한겨레 기자도 “공동체 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연대하고 공감할 수 없으면 우리가 만들어내는 콘텐츠에 과연 누가 공감할 수 있겠느냐”며 “급변하는 언론 환경은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핑계로 어떤 분들에게 어려움을 만든다는 것은 저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엔 페미니스트인 허프 독자 194명이 연대의 목소리를 보내기도 했다. 한 독자는 ‘그동안 허프는 여성, 청년, 노동자, 성소수자 등 주류 언론이 잘 다루지 않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전해왔다’며 ‘물론 허프가 완벽한 언론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존재의 의미는 여전히 크며 이번 인수가 그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기를, 그리고 새로운 주체가 허프가 쌓아온 신뢰와 가치를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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