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플랫폼 20년' 네이버, AI 고도화 전략… 제로클릭 가속화

[이슈 분석]
주요 서비스 AI 에이전트 전면 적용… 뉴스 후순위로 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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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주요 서비스에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본격 도입하고, AI 인프라 투자·산업별 AI 모델 구축 등으로 제조산업 AX(AI 전환)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AI 전략을 공개했다. 최근 ‘소버린 AI’에 대한 국가적 관심 속에 네이버의 거시적 방향 역시 AI에 집중된 가운데 ‘뉴스’나 ‘언론’의 변화는 AI 정책에서 실종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제로클릭’을 맞이한 시기, 국내 여러 포털의 변화까지 전망되며 국내 언론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시점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6일 DAN25 컨퍼런스에서 대한민국의 AI 3대 강국 도약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날 네이버는 주요 서비스를 중심으로 AI 에이전트 전면 도입 구상을 밝혔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최근 개최한 ‘단(DAN)25’ 컨퍼런스에서 ‘에이전트 N’을 내년 여름쯤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에이전트 AI는 네이버의 검색, 쇼핑, 지도, 배송, 결제, 콘텐츠 등 모든 주요 서비스 데이터를 통합해 사용자 맥락을 이해하고 다음 행동을 제안·실행해준다. 내년 1분기 ‘쇼핑 에이전트’를 먼저 출시하고 2분기부턴 통합 검색에 AI 에이전트를 결합해 ‘AI탭’을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 최대·최고 수준 인프라를 목표로 ‘1조원 이상 GPU 투자’, ‘네이버 제2사옥 및 데이터 센터 구축’을 진행하고, 반도체·자동차 등 핵심 제조산업의 AX에 기여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대화만으로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원하는 서비스로 연결하고 행동까지 수행할 것”이라며 “한국 제조 핵심 산업의 탄탄한 경쟁력 위에 네이버가 갖춘 독보적인 AI 소프트웨어 역량을 더해 대한민국 산업 전반의 AI 전환과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 밝혔다.


이용자 전반의 검색경험 변화와 관련한 ‘에이전트 N’이나 ‘AI탭’ 콘셉트, 네이버가 국내 산업 전반의 AI 인프라로 자리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노선은 네이버로서도 여느 때보다 거시적 청사진을 제시한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언론’이나 ‘뉴스’와 관련한 정책이나 방침 언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런 방향과 별개로 기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체제의 연장선에 놓인 네이버 제평위가 입점 등 규칙에 대해 이달 말 공식 발표할 것이란 관측 정도가 AI 정책 밖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신문사 디지털 부문 한 관계자는 “컨퍼런스 자료와 주요 뉴스를 살펴봐도 네이버에서 점점 뉴스가 후순위로 밀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AI 에이전트로 서비스 축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결국 뉴스는 물어본 정보를 요약해주기 위한 사이드가 간신히 된다는 인상”이라며 “원문 링크를 붙여준다 한들 실제 유입은 드물다는 게 여러 연구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지 않나. 온전히 텍스트 기사를 소비하는 창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마저도 사라질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했다.


‘뉴스’ 정책은 보이지 않지만 잠재적 파장은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검색질의를 하면 상단에 노출되는 ‘AI 브리핑’ 확대가 네이버발 제로클릭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는 대표적이다. 네이버 개발팀이 발표한 <발췌에서 생성으로: 네이버 검색의 진화>에 따르면 AI 브리핑 주간 활성사용자 수(WAU)는 3월 오픈 당시 930만에서 지속 상승해 9월 2500만에 이르렀다. 적용 전후 ‘상단 체류시간’과 ‘롱테일 질의’는 각각 60%, 83% 늘었다. 국내 언론이, 이미 네이버발 뉴스 트래픽이 크게 줄어든 여건에서 추가 하락을 예상할 수 있는 요인이다.


국내 포털 여건 역시 언론에 악재로 전망되고 있다. 양대 포털 ‘다음’이 전재료와 광고 수익배분을 하던 뉴스 대가 지급방식을 몇 년 내 전재료를 없애는 구조로 바꾸기 위해 언론과 접촉하고 있다는 말이 여러 매체에서 나온다. 낮은 시장 점유율을 이어오며 부침을 겪어온 복수의 중소 포털을 두고 ‘매각 이슈로 미래를 알 수 없다’거나 ‘조만간 뉴스 서비스를 중단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AI 검색 부상에 따른 제로클릭 가속화와 관련해 해외 언론에선 소송과 협의 등 다양한 형태의 움직임이 나오지만 국내에선 사례가 드물다. 챗GPT 출범 직후와 비교해 언론과 AI기업의 관계는 시간만 보냈을 뿐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신문사 관계자는 “20여년간 국내 최대 디지털뉴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오고, 이제 국가대표 AI가 되겠다는 AI 기업이 뉴스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다. 뉴스 저작권 등 까다로운 문제가 많았지만 아예 논의다운 논의가 없었던 만큼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제로클릭은 언론의 고민거리지만 한편으론 AI 시대 사회 중요한 공적 사안이 앞으로 어떻게 국민에게 전달되냐는 측면도 있다. 네이버나 정부의 AI 정책이 편협하고 근시안적이란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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