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대학생이지만 잠시 임신했습니다.’
파격적인 제목의 기사가 독자의 시선을 끌었다. 이 기사는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고,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2001년생, 25살 인턴 기자는 인생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이날 받았다.
연합뉴스 독자부에서 근무 중인 서윤호 인턴 기자는 10월10일 임산부의 날을 앞두고 ‘임신부 체험’에 나섰다. 추석 연휴에 낼 기사를 고민하던 중, 몇 달 전 선배가 체험복 대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준 게 생각났다. 이왕 체험하는 김에 출근부터 퇴근까지, 본격적인 ‘워킹맘’의 삶을 경험해 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6kg짜리 체험복을 입고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힘들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하는데, 의자가 꼭 고문기구처럼 느껴졌다. 체험복이 복부를 압박하는 탓에 속은 더부룩했고, 배에서는 ‘꾸르륵’ 소리가 났다.
사람들은 초록색 체험복 차림의 서 기자를 힐끗 쳐다보고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기사 작성을 위해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필요했지만, 아무도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만원 지하철 앞에서 우물쭈물하다가 눈앞의 시민에게 명함을 내밀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도 시민들은 “고생한다”며 서 기자를 격려했다.
9시간의 체험이 끝나자 녹초가 됐다. 힘들게 취재한 만큼, 더 좋은 기사를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8번이 넘는 데스킹을 거치며 기사를 고치고 또 고쳤다. 그렇게 출고된 기사는 예상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서 기자는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SNS 등 이곳저곳의 반응을 살폈다”며 “그중 ‘이 친구는 결혼생활 잘하겠다’는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며 웃었다.
“좋은 기사”라는 칭찬과 함께 “이 정도로 고생했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줘야 한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서 기자는 이런 반응을 두고 “이번 기사는 ‘한번 제대로 해보자’는 객기가 발동해 나서서 취재했는데, 이를 알아봐 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는 25일을 끝으로 서 기자의 인턴 생활은 마무리된다. 대학생으로 복귀를 앞두고, 서 기자는 “필살기를 가진 기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금은 예술과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 외에 어떤 분야든 자신만의 강점이 있는 기자가 멋있다고 생각한다. 남은 1년의 대학 생활 동안 ‘언론 고시’를 열심히 준비해 공익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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