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225) 권력의 그림자를 비추는, 불을 끄지 말아야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2006년,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세계 31위였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그해를 “민주화 이후 언론의 다양성이 가장 안정된 시기”로 평가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한국은 61위, 19년 만에 30계단이 내려앉았다. 이 하락은 특정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자들의 치부 가리기가 그 본질이다.


진보 정권은 인권을, 보수 정권은 국익을 내세웠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피의사실 공표 금지 강화는 인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권력형 의혹 보도를 위축시켰다. 반대편에서 윤석열 정부의 ‘바이든-날리면’ 사태는 국익을 앞세워 비판 보도를 억눌렀다. 대통령실은 MBC 보도에 ‘허위 보도’라는 낙인을 찍고 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다. 이 사건은 한국 언론 자유가 2022년 43위에서 2025년 61위로 추락한 상징적 분기점으로 남았다.


그러나 더 큰 위험은 지금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은 일본의 ‘특정비밀보호법’을 떠올리게 한다. 2010년 11위였던 일본은 2013년 이 법을 통과시킨 뒤 불과 3년 만에 72위로 추락했다. 정부가 ‘비밀’을 지정하고 그 존재조차 감춘 순간, 언론은 스스로 입을 닫았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은 66위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개정안이 규정한 ‘타인을 해할 의도’와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은 권력 비판을 ‘허위’로 단정할 위험을 품는다. 허위정보를 막겠다는 명분이 비판을 억누르는 도구로 변질된다면, 그 추락은 일본보다 더 가파를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서서히 자라지만, 무너질 때는 순식간이다. 지금 한국의 언론인들은 진실의 절벽 끝에 서 있다. 세상은 암흑으로 가득하지만, 아직 한 줄기 빛은 꺼지지 않았다. 그러나 법과 제도로 그 빛을 바꾸어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그림자를 감추려는 순간, 그날, 우리는 스스로 불을 끄는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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