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 사실·조작된 정보… 선택의 순간, 진실의 문이여 열려라

언론재단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
방탈출게임 '점프x컷' 체험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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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재생하면 게임이 시작됩니다. 끝까지 봐주셔야 힌트가 나오고, 그 힌트를 봐야 문제를 풀 수 있어요.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진행 요원은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갔다. 어두운 방 안엔 기자, 그리고 방탈출에 도움을 주기로 한 한국언론진흥재단 직원 단 둘만이 남았다. 주어진 휴대폰 속 제한시간은 30분. 줄어드는 시간에 조급함이 밀려들었지만 우선 침착하게 영상을 재생시켰다. 영상은 짧았다. 폐건물 창문 너머 뜀박질하는 고등학생의 모습이 잠시 보이다 끊어졌다. 학생의 이름은 민준, 곧이어 문이 열리고 사건 현장인 폐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0월2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2025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미리위크’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미리위크는 ‘진실을 어떻게 보고, 쓰고, 판단할 것인가’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방탈출 게임과 연극으로 풀어냈다. 사진은 방탈출 게임을 즐긴 플레이어들이 남긴 기념 사진들. 강아영 기자

언론재단은 10월2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2025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미리위크’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미리위크의 가장 큰 특징은 예술과 체험. 미디어가 일상의 언어가 된 시대, ‘진실을 어떻게 보고, 쓰고, 판단할 것인가’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방탈출 게임과 연극으로 풀어냈다.


방탈출 게임의 제목은 ‘점프x컷’. 영상의 작은 부분을 제거하는 영화 편집 기법, ‘점프 컷’에서 제목을 따왔다. 우리가 언제나 누군가의 말로 세상을 이해한다면 그 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또 하나의 사건이라도 바라보는 이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지를 제목에 함축했다.


실제 게임 역시 조금씩 드러나는 단서들을 이어붙이며 사건의 내막을 추적해가는 과정이었다. 곳곳에 흩어진 단서를 찾고, 자물쇠를 열고, 또 다른 영상을 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다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오히려 의구심은 커졌다. 재단 직원이 수시로 힌트를 줘 자물쇠는 쉽게 풀 수 있었지만 배경이 되는 사건의 범인과 그 행방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결국 게임의 막바지, 선택의 시간이 왔다. 여러 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나는 과연 탈출에 성공한 것일까? 방탈출을 끝내고 엔딩룸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방탈출 게임을 경험한 소감, 또 간단한 설문에 참여했다. 민준이는 어떤 일을 했는지, 민준이에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진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을 간단하게 답하고 참여자들의 생각을 들여다봤다.


분명 똑같은 방탈출 게임을 했을 텐데 참여자들의 생각은 각기 달랐다. 내가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내 관점에서 본 조각난 사실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점프 컷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사실과 허구, 정보와 조작의 경계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는 점도 절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0월2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2025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미리위크’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미리위크는 ‘진실을 어떻게 보고, 쓰고, 판단할 것인가’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방탈출 게임과 연극으로 풀어냈다. /강아영 기자

이번 미리위크에는 방탈출 게임의 시나리오를 확장한 동명의 연극도 무대에 올랐다. 언론재단이 추진한 첫 연극 프로젝트다. 점프x컷 대본을 쓴 오세혁 작가는 6일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번 대본을 쓰면서 제가 어떤 과정과 기준을 거쳐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가를 많이 돌이켜봤다”며 “저 또한 어떤 기사가 올라오면 그 내용을 그냥 믿어버리거나 제 지인들에게 빨리 공유하더라. 그런데 이렇게 빨리 공유한 나의 태도는 과연 잘못이 없는가, 이번 대본 작업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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