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이 자회사인 허핑턴포스트코리아(허프)를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허프 구성원들은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한다”며 “한겨레의 기만적인 행위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겨레는 7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허프 지분 100%를 온라인 경제매체인 비즈니스포스트에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열린 이사회엔 온·오프라인으로 9명 이사 전원이 참석했고 찬성 8명, 반대 1명으로 매각이 의결됐다. 최우성 한겨레 사장은 전날 사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번 주 들어 잠정 인수가격(9억5000만원)을 상향하고, 위로금 지급으로 인해 한겨레 부담이 발생할 경우 이를 추가로 인수가격에 반영하겠다는 적극적 의사를 밝혀왔다”며 “허프의 영업적자는 갈수록 누적되고 현금성 자산은 빠르게 줄어드는 중이다. 이제는 한겨레를 위해 결정할 때”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앞서 6월18일 허프에 매각 추진 결정을 통보했다. SNS 기반 사업모델의 붕괴로 허프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로 인해 한겨레 당기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에 충분한 설명이나 협의가 없었던 점, 특히 육아휴직자와 신규 채용자는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한 점 등이 발단이 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허프 기자 6명 전원은 7월2일 노동조합을 새롭게 구성하고 이후 전국언론노동조합에 가입해 매각 중단 및 충분한 교섭을 요구했다. 7월 말부턴 매주 화·목요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 사옥 앞에서 “매각 철회”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허프 기자들의 격렬한 반발에 한겨레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일었다. 8월22일 허프 매각을 승인받기 위해 열린 한겨레 임시이사회에서 다수 이사들은 매각 절차 강행에 우려를 표명했다. 결국 안건은 보류됐고 한겨레와 허프지부 간 대화와 숙의를 위한 교섭이 시작됐다. 7차례 열린 교섭 과정에선 다양한 안이 오갔다. 허프 구성원들이 사재를 출자해 허프를 인수하겠단 안은 그 중 하나였고, 관련 논의가 진전돼 10월24일과 27일 매각 협상이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10월31일 열린 8차 교섭이 마지막이었다. 최우성 한겨레 사장은 8차 교섭 사흘 만인 3일 허프 노조에 공문을 보내 교섭 종료를 통보했다. 공문에서 최 사장은 비즈니스포스트로의 매각 단행, 또 기존보다 인상된 매각위로금 3000만원을 제시하며 5일 오후 6시까지 동의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위로금을 1000만원으로 축소하겠다는 시한부 조건을 달았다. 구성원들의 인수를 거부한 이유론 ‘인수 주체의 모호함’, ‘편집·경영 분리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움’ 등을 들었다.
최 사장은 “자체 인수 방안의 주요 내용이라 할 ‘유상감자(일부 회수) 이후 남는 현금자산의 활용’과 관련해 허프 노조 측이 보인 태도는 투명성이 매우 떨어진다”며 “매각가와 감자액의 차액만큼을 개인 대출 등의 형태로 충당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일 자체 인수가 이뤄진다면 감자 후 남은 현금성 자산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지분을 인수한 개인 대출 상환은 오로지 개인의 책임에 귀속된다. 그럼에도 그간의 교섭 과정에서 허프 노조 측은 거듭해 대출 부담과 현금성 자산을 한데 뒤섞어 생각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왔고, 이에 한겨레는 지분 100%를 비즈니스포스트에 전량 매각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허프지부는 크게 반발했다. 6일 한겨레 사옥 앞에서 열린 언론노조 허프지부 기자회견에서 강나연 지부장은 “허프지부 노동자들은 사재를 털어서, 노조와 시민단체 출자를 검토하면서까지 법인 명의의 투명한 인수 구조를 제시했다”며 “그들이 강제 매각하려는 비즈니스포스트야말로 실질적으로 1인이 지배하는 사유화된 언론이다. 지분의 69%는 커리어케어 신현만 회장이, 나머지 31%는 그가 소유한 커리어케어가 보유하고 있는데, 이런 1인 매체에는 인수 의향이 열려 있고 노동자들에겐 인수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중 잣대이자 위선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한겨레지부도 7일 이사회에 보내는 의견서에서 한겨레가 성실 교섭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겨레지부는 “한겨레 경영진이 보여준 교섭 과정은 형식만 갖췄을 뿐, 실질적인 성실 교섭의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핵심 논점이었던 ‘허프 노동자 자체 인수안’ 협상 자리에는 대표이사와 같은 결정권자 없이 실무자만 내보내 의미 있는 논의가 진척될 수 없었다. 또 마지막 교섭에서 최종안에 대한 상호 입장을 확인한 뒤 결론을 내리기로 해놓고 그 기한이었던 5일 저녁 허프 쪽에서 공문 답신을 하기 2시간여 전에 먼저 임시이사회 소집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허프지부는 불성실 교섭을 이유로 조만간 한겨레 경영진을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청에 고발할 계획이다. 앞서 허프지부는 당사자 동의 없이 비즈니스포스트에 직원의 연봉계약서와 임금 대장 등을 넘겼다며 한겨레 경영진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한 바 있다.
곽상아 허프지부 부지부장은 7일 임시이사회가 열리는 한겨레 사옥 앞 기자회견에서 “한겨레의 기만적인 행위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곽 부지부장은 “한겨레 경영진은 자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의지도, 깜냥도, 역량도 없다”며 “당신들은 우리를 자회사로 부르지만 우리에게 허프는 본사이자 꿈을 이뤄가던 공간이었다. 그 꿈을 산산조각 내주셨고, 저희는 모든 걸 역사에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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