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다큐 불방' 지시 보도본부장에 "보직 변경해야"

5일 노사 공방위서 노측 공방위원 요구
"사영화 이후 보도 독립성 침해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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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노사 공정방송위원회(공방위)에서 최근 ‘특집 다큐멘터리 불방’ 건을 편성·제작·보도 독립성 침해 사례로 평가한 노측 위원들이 보도본부장 보직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추석 특집으로 제작된 다큐가 방송을 나흘 앞두고 보도본부장의 갑작스런 지시로 불방되며 논란이 인 바 있다.

YTN 노사는 5일 공방위 11월 정기회의를 열고 다큐 <당신의 제보> 불방 건 등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5월 YTN 개국 30주년 특집으로 방영된 동명의 다큐가 있었고, 창사 이래 대형 참사, 재난 관련 제보영상을 다뤄 호평 받은 끝에 3부작으로 확대 제작됐다. 제작 후 임원 시사 과정에서 2부까지 시사한 보도본부장이 방송을 나흘 앞두고 방송취소 결정을 내렸고, 현재까지 편성 계획이 잡히지 않았다. 제작진은 피드백이나 구체적 설명 없이 한 사람의 판단으로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불방 통보가 이뤄진 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YTN이 5월 방영한 다큐멘터리 <당신의 제보>. 당시 호평받은 프로그램은 확대 제작돼 추석 연휴 방송 예정이었지만 불방된 상태다.

이날 보도본부장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공방위에선 불방 경위에 대한 설명 요구가 나왔다. 6일 사내 공개된 공방위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사측은 김종균 YTN 보도본부장의 “애초 기획안과 (제작물이) 달랐고, 5월 방송분과 차별화되지 않은 데다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제보영상 중 법률적 자문이 필요한 부분이 다수 눈에 띄고 특히 인명피해가 컸던 사건사고 제보 영상은 트라우마 등 제2의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추석 연휴 편성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대신 전했다.

아울러 “시사회 중 문제가 발견되면 편성책임자로서 방송연기 등 편성변경을 판단할 수 있다”, “향후 제작프로그램 품질 향상을 위해 개정 방송법에 따라 구성될 편성위원회가 시사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이에 더해 사측은 과거 사건을 소환한 2부의 경우 관련 기업이나 관계자가 문제제기할 수 있어 법률자문이 필요하고, 시간이 촉박해 연휴 방송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노측은 완성된 제작물이 기획안과 무엇이 달랐고 어떤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물었으나 사측이 설명하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제작단계에서 소통할 시간이 충분했는데 방송일 직전 시사에서 이런 지적이 나온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제보 아카이브에 기초한 특성상 재난이나 참사 영상이 나오는 것은 불가피하고, 같은 영상이 포함된 특집 다큐를 ‘어린이날’ 방송하고 이번 추석 연휴 재방송한 만큼 설명이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노측은 “2부 기획 의도 자체가 ‘고발·공익 제보가 이끌어낸 변화’였던 만큼 직접 사과까지 했던 기업들의 문제제기를 우려한 법률 검토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며 “시사 당일이라도 법률 자문은 충분히 구할 수 있었고, PD도 기업명을 가려 재편집하는 등 방송을 위해 제작국장 등의 지적을 적극 수용했다”고 했다.

YTN 사옥.

이 같은 사측의 해명이 설득력이 없다고 본 노측은 “제작물에 등장하는 아파트 건설 비리나 대기업 중공업 계열사 등의 사례가 계열사 사업 수주·인수전 등 직간접적 이슈로 연결된 유진그룹에 불편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측은 이에 “최소한 제작국장 선에서는 전혀 듣거나 지시받은 바가 없다며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불방은 최후의 수단으로, 여러 개선 노력을 거친 뒤 구체적 사유에 의해 결정돼야 하는데 “보도본부장이 3부 시사를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불방을 통보함으로써 제작물을 수정·보완할 기회를 원천 차단한 것은 절차와 근거에 따라 공정방송을 실현해야 할 보도본부장의 책임을 방기한 사례”라고 노측은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작진이 사회적 정의와 직업적 신념,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단협상의 권리를 박탈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따라 노측은 ‘공정방송을 위한 YTN 노사협약’ 제15조에 근거해 김종균 보도본부장에 대한 보직 변경을 요구했다. 이번 사태를 “사영화 이후 경영진이 단협상의 편성, 제작, 보도의 독립성을 침해한 사례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노측 5인, 사측 2인 등 총 7인으로 이뤄진 공방위에서 사측 위원들은 공방위 차원의 경고, 의견 전달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반대했으나 결국 5인이 동의했다.

YTN 민영화 이후 2024년 신설된 보도본부장직은 내부에서 공정방송을 무력화하는 편법 인사로 내부 비판을 받아온 자리다. 실질적으로 보도 실무 책임과 권한을 쥐고 관여할 수 있는 보직이지만 보도국장직은 단협으로 규정된 임면동의제를 거쳐야 하기에 추가로 만들어진 자리란 지적이 이어져왔다.

YTN 측은 공방위에서 나온 보직변경 요구에 대해 7일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공방위 결과 보고서가 작성되던 과정에서 노측에 ‘보직변경 요구 자체가 유효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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