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MBC 보도본부장 퇴장 조치’ 관련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이 공개돼 사내 감사를 받고 있는 MBC 특파원 A 기자가 6일 구성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문을 냈다. 그러나 문제의 메시지에서 자사 기자들을 ‘수박’이라고 비하하기도 한 A 기자를 향한 MBC 구성원의 시선은 싸늘하다. 사과 입장문이 나온 직후 MBC 기자회는 성명을 내어 사측에 강도 높은 대응을 요구했다.
A 기자는 6일 오전 뉴스룸 사내게시판에 입장문을 올려 “부적절한 언행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모든 동료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된 표현은 세상에 알려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적인 대화 중에 나왔다. 그러나 개인적인 대화라 하더라도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며 “다만 동료들을 악의적으로 비하하거나 공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사태 수습과 설득 과정에서 상대의 말에 호응하려다 부주의하게 나온 말이었다”고 전했다.
A 기자가 말한 ‘사태’는 10월20일 MBC 업무보고 자리에서 일어난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MBC 보도본부장 퇴장 조치 논란을 가리킨다. 최 위원장은 자신과 관련된 MBC 보도를 문제 삼으며 박장호 보도본부장을 지목해 해명을 요구하고, 박 본부장이 ‘질의가 부적절하다’고 밝히자, 퇴장을 명령했다. 이에 다음날 MBC 기자회,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명백한 부적절함을 넘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협”, “소관 상임위원장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하여 휘두른 행동”이라며 각각 비판 성명을 냈다.
이후 최 위원장과 A 기자가 22~23일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이 공개되며 파장이 이어졌다. 10월24일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A 기자에게 “누군가에게 이르고 성명서 내고 웃기다. 쫄보. 국힘에는 못 대들고”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A 기자는 이에 “네 여기 수박(비이재명계 민주당 의원들을 가리키는 멸칭)들 문제”, “보도국장도 그렇고 (…) 다들 상황 전개에 걱정하고 있다. 이번 일 어떤 식으로도 풀어야 하고 무슨 방법이 있을지 의논해 보겠다. 안(형준) 사장은 언론사에 공헌이 큰 분을 직접 거명할 수 없는 입장이고 간단한 사내용 메시지를 내는 걸로 생각 중”이라 답했다. 파장이 일자 MBC는 A 기자를 긴급 소환해 10월29일부터 당사자 사실조사 등 감사를 진행했다.
A 기자는 입장문에서 최 위원장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이유에 대해 “(과거) 2년간 정책협력국에 몸담으며, ‘회사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에 저의 모든 생각이 꽂혀 있었다”며 “일이 더 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예전의 취재원에게 오랜만에 연락해본다는 생각이었고,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하리라 믿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리석고 섣부른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진상규명을 촉구했던 MBC 기자회와 언론노조 MBC본부는 추가로 성명을 내어 A 기자의 업무복귀가 이뤄져선 안 된다고 사측에 요구했다. 6일 MBC 기자회는 “A 기자가 부임지로 복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감사 주요 절차가 일단락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회사가 이번 사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정황만 보이고 있을 뿐”이라며 “해당 특파원이 최 위원장과 주고받은 메시지는 분명히 언론인으로서의 금도를 넘어섰다. 동료들을 멸칭으로 부른 것도 용납할 수 없지만, 해외 현지 취재에 전념해야 할 특파원이 본분을 벗어나 집권 여당의 유력 정치인과 사내의 정보와 역학 관계를 논의하고 평가했다는 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가 계속해서 MBC를 대표해 특파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우리 뉴스의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일 뿐”이라며 사측에 “우리가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뉴스의 신뢰’이며 ‘언론의 본령’이다.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앞서 4일 MBC본부도 성명을 내어 “해당 특파원의 업무 복귀에 단호히 반대한다. 동료들의 명예와 조직의 기본 원칙이 무너지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확한 조사, 합당한 조치만이 공영방송 MBC의 가치와 그 구성원들을 지키는 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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