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용산 대통령실이 KBS에 직원 1000명을 자르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녹취가 나왔다. 박장범 KBS 사장은 “4000명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1000명을 자르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종합감사에서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이 가수 국모씨와 통화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조 전 부회장이 “KBS가 지금 1000명을 잘라, 1000명을. 20% 감축시키기 위해서. (한경천이 말해줬는데) 박장범한테 (용산에서) 오더가 내려왔어. 1000명 자르라고”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 전 부회장은 ‘발언을 한 기억이 있냐’는 질문에 “했다”면서 “(용산의) 아는 분에게 들었다”고 답했다. 조 전 회장에 따르면 ‘용산에서 KBS에 1000명 감축을 지시했다’는 내용을 처음 들은 건 박민 전 KBS 사장이 교체된 지 한 달쯤 뒤인 지난해 12월 말이다. 실제로 박장범 사장은 올해 3월 KBS 전체 인력의 20%인 1000명을 줄이겠다는 경영 효율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조 전 부회장의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는 해당 증언이 “신뢰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조경식 증인이 나이가 있으시고, 감옥에 있다 보니 과거 일을 뚜렷하게 기억을 못 할 수도 있는데 증인의 진술은 일관되냐”고 묻자, 김 변호사는 “조 증인에 대한 검증 절차를 거쳤고, 그 말씀이 ‘사실에 가깝다’고 판단해 외부에 알렸다”고 했다.
다만 조 전 부회장은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이 “KBS가 1000명을 자르라고 했다는 지시를 누구한테 들었냐”고 묻자 “이름 석 자를 대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신 의원이 “전문(전언)인지 뭔지 (알 수가 없다). 12월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얼토당토않은 계엄을 했다가 수사받느라 KBS 사장에게 지시를 할 만한 주체가 있었냐”고 하자 조 전 부회장은 “다시 생각해 보니 박 사장 임명이 확정된 11월20일이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장범 KBS 사장은 ‘20%를 감축하라’는 지시의 의미가 “서류상 정원(5000명)과 실제 근무 중인 현원(4000명) 간의 격차를 줄이라는 의미였다”고 반박했다. 박 사장은 “외부 기관과 감사원 등에서 항상 지적을 받아왔던 문제”라며 “근무 인원 4000명 중 1000명을 어떻게 구조조정 하나. 그리고 KBS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인위적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 상식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한경천 KBS 예능센터장, 대통령실 청탁해 유임” 주장도
조 전 부회장은 ‘한경천 KBS 예능센터장이 박장범 체제에서 유임된 배경에 조 증인이 대통령실의 모 수석에게 청탁한 결과라는 소문이 있는데 맞냐’는 김 의원의 질의에 “죄송하다. 잘못했다”고 했다. ‘시인하시는 것이냐’는 추가 질문에도 “예”라고 답했다.
조 전 부회장은 한 센터장에게 호텔 숙박권을 비롯해 접대를 제공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조 전 부회장이 근무했던 알펜시아 인터콘티넨탈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게 하는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조 전 부회장은 “그럼에도 저를 사기꾼이라고 칭해서 오늘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라 밝혔다.
앞서 23일 과방위 국감에서는 한 센터장이 KBS의 내부 사정을 용산에 전달하는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김 의원은 이날 “지금 KBS 센터장님, 한경천이라고 있다. 얘가 이제 일을, 또 중간 심부름을 제가 시켜서 많이 했고”라는 조 전 부회장의 육성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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