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7일 서울 마포구 한 술집에서 열린 ‘TBS 후원의 밤’. 변상욱 전 CBS 대기자가 TBS를 격려하기 위해 “출연료 없는 무기한 출연”을 선언하자 행사장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로부터 약 세 달 뒤, 변 기자의 약속은 현실이 됐다. TBS 라디오 ‘변상욱쇼’가 22일 정오 첫 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TBS는 외부 진행자들의 재능기부로 제작되는 ‘정오의 프로젝트-정오의 티어로즈’를 지난 주 시작했다. 정오의 티어로즈(Tearoes·TBS와 Heroes의 합성어)는 외부 진행자들이 출연료 없이 주 1회 한 시간씩 방송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위기에 처한 TBS 상황을 서울 시민들에게 알리고 TBS 콘텐츠를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현재 수요일엔 변 기자가 ‘변상욱쇼’를, 금요일엔 봉지욱 전 뉴스타파 기자가 ‘봉지욱의 봉인해제’를 라디오 방송과 유튜브로 동시 생중계하고 있다.
변 기자는 “후원의 밤에서 여러 격려 발언이 나오는데, 저는 해줄 말도 별로 없고 해서 출연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그걸 보고 TBS 제작진이 방송 제안을 해와 흔쾌히 수락했다. TBS가 언제 정상화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시민들에게 존재를 계속 알려야 하지 않나, 아주 작은 움직임이라도 끝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방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봉 기자도 “7~8월쯤인가 TBS 문제를 유튜브 방송에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주용진 TBS 라디오제작본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며 “초반엔 데일리 방송을 진행할까 했는데 TBS 휴직자가 워낙 많아 그렇게 할 순 없었다. 결국 주에 한 번 정도 방송을 하게 됐는데, 일단 초반엔 TBS가 1년 넘게 임금도 나오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는 데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오의 티어로즈 프로젝트는 단순히 외부 진행자의 재능기부만으로 제작되지 않는다. 제작 인력은 물론 퇴직자들까지 별도의 급여 없이 힘을 보태고 있다. 김도형 TBS PD는 “현재 제작 인력이 6명이고 그 중 2명이 퇴사자로, 십시일반 힘을 보태고 있다”며 “TBS를 살리자는 기치 아래 라디오 PD, TV PD, 작가, 기술 인력들이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하고 있다. 부서 간 장벽 없이 방송, 유튜브 등 여러 플랫폼을 아울러 다 같이 일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합심했기 때문일까. 첫 방송 반응은 예상 이상이었다. 특히 봉 기자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은 조회 수 10만회, 전용 콘텐츠는 22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김 PD는 “걱정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아 일단 고무돼 있는 상태”라며 “크게 홍보도 못 했는데 이 정도 성과니까 앞으로 더 많이 봐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향후 비어 있는 월·화·목요일 정오에도 또 다른 티어로즈를 섭외해 방송을 확대 편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BS, 서울시 출연기관 재지정 될 수 있을까
한편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TBS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TBS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해 9월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 없이 TBS를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에서 해제했다. 앞서 서울시의회가 TBS 예산 지원 폐지 조례를 의결한 가운데 이뤄진 조치였는데, 이로 인해 TBS는 수입원이 아예 끊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송지연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 공동비대위원장은 “행안부 장관이 마음만 먹으면 고시를 취소할 수도 있겠지만 행정으로 이뤄진 일을 장관 홀로 되돌리는 건 부담일 것”이라며 “만약 출연기관 해제가 취소된다 하더라도 TBS가 돈을 받을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조례 자체가 폐지됐기 때문에 예산을 지원받으려면 조례나 법령이 복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TBS가 출연기관으로 재지정 될 시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 송 위원장은 “적어도 서울시가 TBS의 출연기관이 되기 때문에 책임을 갖게 된다”며 “서울시가 홍보할 수 있는 것들을 저희가 수주하는 방법들을 요구할 수 있다. 일단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통해 저희 인건비로 쓸 수 있는 예산 50억원을 요구한 상태인데, 이것만 통과돼도 TBS가 버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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