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산군 알페 디 시우시. 오르티세이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유럽 최대의 고산 초원 너머로 사소룽고 봉우리가 병풍처럼 서 있습니다. 원 없이 걷다가 돗자리를 펴고 잠시 누웠습니다. 이익을 좇아 치열하게 다투는 논쟁, 타인의 잘못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뉴스들이 이곳까지 닿지 않습니다.
대자연 속 호사도 잠시, 마을로 내려가는 케이블카로 이어지는 리프트가 일찍 마감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가파른 경사를 뛰고 또 뛰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계획에 없던 ‘고원에서의 숙박’을 받아들여야 하나 싶던 순간, 한 직원이 4륜 오토바이를 몰고 나타났습니다. 그는 능숙한 운전으로 마감을 앞둔 케이블카 앞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낭만 앞에 잊은 마감. 아찔했던 시간 사이로 스며든 풍경과 도움의 손길이 오랜 기억으로 남습니다. 현실로 돌아와 일상을 마주합니다. 빽빽한 일정과 치열한 마감 속에서 작은 정원을 돌보듯 사진 한 장, 문장 한 줄을 가다듬습니다. 오롯이 다시 마주할 낭만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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