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DSA 나온다’더니…. 결국 개악안이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최민희)가 내놓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그것이다. 시민사회단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정보’를 넘어 ‘유해정보’까지 심의하며 온라인 게시물을 삭제하는 행위가 ‘검열’에 가깝다고 비판해 왔다. 그보다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실질적인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다. 유럽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은 그런 취지를 담고 있다. 민주당이 한국판DSA를 만든다고 했을 때 기대했던 이유다. 하지만 결론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20일 발표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2008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네르바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인터넷상에서 리먼 브라더스 파산 및 금융위기 등의 경제 전망으로 주목받았던 미네르바(필명)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한다”)을 근거로 긴급 체포·구속됐다. 해당 법이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헌법재판소까지 갔던 사건이다. 그 결과는 어땠나. ‘위헌’ 판결이 내려졌고, 문제의 법 조항은 삭제됐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이렇게 판시했다. “허위사실의 표현도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한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어떤가. 제44조의7(불법정보 및 허위조작정보의 유통금지 등) 제2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1항의 불법정보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하더라도,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허위정보) 및 이러한 허위정보 중 유통될 경우 타인을 해(害)하게 될 것이 분명한 정보(허위조작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풍자와 패러디는 제외한다.” 일부 허위인 정보 역시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해선 안 된다고 명시한 것이다. 미네르바를 옥좼던 ‘허위통신죄’와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다.
이러한 발상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인터넷을 ‘허위정보’로부터 정화하겠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개정안의 핵심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 게시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손해액 증명이 곤란한 경우라도 5000만원까지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타인을 해할 의도’가 있었다면, 최대 징벌적 성격으로 5배까지 배액배상하도록 규정했다. 법원 판결이 있었음에도 반복적으로 유통하면 10억원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끝이 아니다. 최초 발화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동일 책임’ 대상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이 정도면 “진실만 말하지 않을 거면, 그냥 숨죽이고 있으라”는 말과 다름없다. 그런데 민주당은 언론도 이 법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이재명 대통령의 “언론은 그냥 두고”라는 주문에 대한 민주당의 답은 이랬다. 국회에 발의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언론중재법 확장판’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민주당은 ‘중간판결’을 도입했기에 “허위조작정보, 불법정보를 고의(를) 넘어 악의로 유포하는 자들만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전략적 봉쇄소송을 막을 장치로 중간판결 개념을 가져왔지만, 어떤 식으로 작동할지 불확실하다. 법원이 중간판결에서 ‘기각’할 경우, 도리어 본안 소송에서 권력자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에 여당이 진정 ‘표현의 자유 위축’을 걱정했다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했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비범죄화하고 친고죄로 개정하며, 해당 조항에 대해서는 적어도 징역형·금고형을 폐지해 공직자에 대한 면책 범위를 폭넓게 보장하는 장치가 그것이다. ‘나중에’라고 미루지 말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 전달을 업으로 하는’ 언론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언론인들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취재·보도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언론에 “용기만 내면 되는 일”이라고 쉽게 말해선 안 된다. 용기란 채찍질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특히 정치인이라면 “용기를 내라”고 말할 게 아니라,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권력자에 대한 감시망을 더욱 두텁게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낼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책무다. 그래서 오늘은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힘내라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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