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명품백 돌려주겠다' 해서 KBS 사장 연임 못해"

과방위 국감서 해당발언 담긴 조경식 녹취록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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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전 KBS 사장이 사장 연임에 실패한 이유가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말실수’를 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당시 박민 사장이 연임에 실패하고 박장범 KBS 사장이 선임되는 과정에 용산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그 맥락을 연결하는 녹취록이 나온 것이다.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한경천 KBS 예능센터장(왼쪽)에게 질의하고 있다. / 국회방송 생중계 화면

23일 열린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경천 KBS 예능센터장이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에게 KBS의 내부 사정을 공유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한 센터장에게 “최재혁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조 전 회장을 몇 번 만났냐”고 물었다. 이에 한 센터장은 “최 비서관은 업무 관계로 한두 번 정도, 조 전 회장과는 오랜 지인의 친구라 여의도 근처에서 한두 번 봤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KBS 예능센터장이 대통령실의 홍보수석비서관을 만나고 조경식 브로커와 오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원으로서 지켜야 할 업무의 공정성을 철저히 준수했냐”고 다시 물었다. 한 센터장은 “수석비서관을 만난 건 업무 관계였을 뿐 사적 관계로 만난 적은 없다”며 “KBS 직원으로서 윤리를 저버린 적은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조 전 부회장의 육성이 담긴 영상을 두 차례 공개했다. 첫 번째 녹취록은 조 전 부회장이 지인에게 “박민이가 청문회에 나가서 말 한마디 잘못하는 바람에 연속으로 지금 자리를 차고 갈 수 있었는데 갑자기 지금 박장범으로 바뀌었다. 청문회 가서 말 한마디 잘못해서”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녹취록에 언급된 ‘청문회’는 지난해 8월28일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KBS 등 2023 회계연도 결산심사 전체회의다. 당시 회의에서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장님 집에 누군가 명품백을 놓고 갔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박민 전 사장은 “돌려주겠죠”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박 사장은 ‘조그마한 파우치, 작은 백’으로 프레임 전환을 성공시켰던데 비해 박민 전 사장은 ‘돌려주겠죠’라고 응답을 했다”며 “저게 박민 연임설을 순간 바꾼 결정적 계기”라고 지적했다. ‘용산’, 즉 대통령 부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대답이었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이어 “조 전 부회장이 한 센터장을 통해 KBS의 내부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용산과 네트워킹이 되어 언론농단, 국정농단의 브로커 역할을 했다”며 “그 중 KBS에서 심부름 시켰다는 사람이 한 센터장”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로 공개한 녹취록에는 “지금 KBS 센터장님, 한경천이라고 있다. 얘가 이제 일을, 또 중간 심부름을 제가 시켜서 많이 했고”라는 조 전 부회장의 육성이 담겼다. 김 의원은 두 녹취록을 공개한 뒤 박장범 KBS 사장에게 “추가 증거를 제공할 테니 감사실에 의뢰해 한 센터장의 비위 사실을 정확히 파악해서 문책하길 바란다”고 했다.

“용산이 박장범 낙점했다”…1년 전에도 소문 무성

안양봉 KBS 기자(오른쪽)가 지난해 11월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장범 한국방송공사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방송 생중계 화면

실제로 박민 전 사장은 2023년 보궐로 취임할 때만 해도 무난히 연임까지 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지난해 10월 사장 후보자 공모에 박장범 당시 뉴스9 앵커가 지원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11월19일 열린 박장범 당시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면접이 이뤄지기도 전에 박장범 후보가 KBS 사장으로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면접 전날인 10월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임에 도전한 박민 당시 사장에게 사장 교체를 통보했다는 의혹이다.

이날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안양봉 KBS 기자는 “10월23일 동료 2명과 회사 앞 치맥집에 있었는데, 같은 가게에 이영일 KBS 노사협력주간이 다른 분들과 자리를 하고 있었다”며 “면접 결과가 너무 의외여서 어떻게 된 건지 물었다. 두 가지 크게 얘기했는데 전날 박민 사장에게 용산에서 교체된다는 통보를 했다, 또 박민 사장이 퇴근해 핵심 참모들과 저녁 자리를 가졌는데 본인이 교체된다는 얘기를 전달했다는 이야기를 이 주간에게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후 공영방송 사장 선임 과정에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대통령 술친구’라 불렸던 박 전 사장을 대신해 박장범 사장이 임명된 것을 두고 KBS 기자들은 “파우치가 술친구를 이겼다”는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편 KBS는 김 의원이 한 센터장을 상대로 제기한 비위 의혹에 대해 “확인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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